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오늘(13일) 오전 9시30분 특검에 재소환 된다. 사진은 지난달 19일 새벽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영장심사를 대기하던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구치소를 나서는 모습. /임세준 기자 |
[더팩트 | 권오철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오늘(13일) 오전 9시30분 특검에 재소환 되는 가운데 삼성과 특검의 '30억 명마 블라디미르'를 둘러싼 진실 공방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특검이 '블라디미르'의 대가성을 입증하게 되면 삼성 측의 견고한 방어 논리는 도미노처럼 무너지게 될 것이란 시각이 많다. 반대로 특검이 이번 소환에서도 관련 사실관계를 입증하지 못하면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수사는 힘을 잃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삼성 측은 12일 늦은 오후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알린다"면서 ▲삼성, 국정농단 터진 이후에도 30억 명마 지원 ▲박근혜 대통령, 최순실·정유라 등 특정인 거론해 지원 요청 ▲공정거래위원회,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순환출자 해소 과정 특혜 ▲삼성, 중간금융지주회사법 입법을 추진 위해 관련 부처 로비 등의 보도에 대해 해명했다.
먼저 삼성 측은 '국정농단 터진 이후에도 말 중개상을 통해 최순실 측에 30억 원의 명마를 우회 지원했다' 보도와 관련해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진 이후 최순실에 대해 추가 우회 지원을 한 바 없으며, 블라디미르 구입에도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블라디미르'는 지난해 10월부터 최순실 씨의 딸인 정유라 씨가 탔던 30억 원 상당의 스웨덴산 명마로서, 삼성전자의 명의로 구입해 정유라 씨에게 지원한 것으로 알려진 10억 원 상당의 네덜란드산 명마 '비타나V'와는 또 다른 말이다.
일부 언론은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진 이후 시점인 지난해 9월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현 대한승마협회 회장)이 최순실 씨를 만나 정유라 씨에 대한 우회지원을 요청받았다고 보도했다. 이후 최순실 씨 측의 '블라디미르' 구매가 이뤄졌다. 특검은 삼성이 최순실 씨 측에 해당 명마 구매를 위해 지원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특검은 이와 관련해 박상진 사장, 황성수 전무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한다. 두 관계자 모두 지난달에 이은 재소환이다. 황성수 전무는 지난 2015년 삼성의 자금이 최순실 씨의 독일 현지 회사에 흘러들어 갈 당시 최 씨와 이메일을 주고 받은 인물로 알려졌다.
특검이 '블라디미르'와 삼성의 직접적 연관성을 입증하면 삼성 측의 '박근혜 대통령의 강요에 의한 피해자' 논리는 적잖게 흔들리게 된다. 반면 삼성 측이 '블라디미르' 구입과 관련성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어 특검의 수사에 난항이 예상된다. 하지만 이 같은 팽팽한 대척점이 형성돼 있는 만큼, 특검의 이번 이재용 부회장 재소환의 핵심 쟁점은 '블라디미르'에 대한 진실게임이라는 시각이 많다.
이번 이재용 부회장 재소환의 쟁점은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진 이후 삼성이 최순실(위) 측에 대해 추가 우회 지원을 했다는 의혹에 대한 사실여부를 특검이 입증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는 시각이 많다. /배정한 기자. |
또 삼성은 '공정위의 순환출자 관련 청와대 개입 의혹'에 대해 "삼성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 관련된 순환출자 해소 과정에서 어떠한 특혜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특검은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이후 양사의 주식을 모두 보유하고 있던 삼성SDI가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처분해야 할 통합 삼성물산 주식 규모를 공정위가 1000만 주에서 500만 주로 줄여줌으로써 이재용 부회장의 통합 삼성물산에 대한 지배력 유지에 도움을 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삼성 측은 "공정위가 2015년 12월 삼성 합병건을 검토하면서 외부 전문가 등 위원 9명으로 구성된 '전원회의'를 거쳐 '합병 관련 신규 순환출자금지 제도 법집행 가이드라인'을 마련했고, 삼성은 해당 가이드라인에 따라 2016년 2월 말까지 삼성SDI 삼성물산 주식 500만주를 자발적으로 처분해야 했기에 따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특검은 '블라디미르'를 비롯한 최순실 씨측에 대한 승마지원의 대가로 삼성이 처분 주식의 감소 특혜를 받았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망을 넓혀 왔다. 특검은 정재찬 공정위원장과 김학현 전 공정위원장을 소환 조사하며 주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공정위가 연루된 주식 처분건 역시 이번 이재용 부회장 재소환에서 중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외에도 삼성은 '삼성이 중간금융지주회사법 입법을 추진시키기 위해 관련 부처에 로비했다'는 보도와 관련해 "삼성은 지난해 초 금융위원회와 금융지주회사 추진에 대해 실무차원에서 질의한 바는 있으나 금융위가 부정적 반응이어서 이를 철회한 바 있다"면서 "금융지주회사는 중간금융지주회사와는 전혀 다른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이 부분 역시 공정위가 관련돼 있다. 공정위는 지난해 2월 업무계획을 발표하며 '중간금융지주회사법 입법' 추진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중간금융지주회사는 일반지주회사가 금융지주회사를 중간에 두고 금융사를 보유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현행 법은 일반지주회사가 금융사를 자회사 또는 손자회사로 지배할 수 없다. 이 제도가 도입될 경우 이재용 부회장이 일반지주사인 삼성물산과 금융지주사인 삼성생명을 통해 순환출자를 해소하고 그룹 전반에 대한 지배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게 돼 삼성을 위한 특혜 입법 의혹이 나왔다. 이와 관련 특검은 지난 3일 공정위와 함께 금융위를 동시에 압수수색한 바 있다.
아울러 삼성은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씨 지원을 부탁한 사람은 이 부회장이 유일하다'는 보도와 관련해 "대통령이 이 부회장과의 독대에서 승마 지원에 대한 언급 외에 최순실·정유라 등 특정인을 거론해 지원 요청한 사실은 전혀 없다"고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