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비선 실세' 최순실 씨에 대한 '특혜 제공' 의혹으로 특검에 소환돼 조사를 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2시간에 걸친 고강도 조사를 마치고 13일 오전 귀가했다. /문병희 기자 |
[더팩트 | 서재근 기자] 말 그대로 '밤샘 조사' 였다. '비선 실세' 최순실 씨에 대한 '특혜 제공' 의혹이 불거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만 하루에 가까운 '마라톤 조사'를 마치고 13일 귀가했다.
전날 오전 9시 30분 뇌물공여 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 대치동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출석한 이 부회장은 같은 날 자정을 전후에 조사를 마칠 것이란 예상과 달리 이날 오전 7시 50분, 무려 23시간가량에 걸친 고강도 조사를 받았다.
이번 조사와 관련해 삼성을 비롯한 재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는 대목은 특검이 이 부회장에 대해 영장을 청구할지 여부다. 이 부회장의 조사가 마무리되기 전 한 매체에서 특검이 이르면 오늘(13일) 내로 이 부회장과 최지성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실장(부회장),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등 조사를 받은 그룹 수뇌부에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란 보도가 나오면서 삼성 내부에서도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지만 '긴급체포'와 같은 긴급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특검은 이 부회장을 상대로 지난 2015년 7월 박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최순실 씨 등 비선에 대한 지원 요구를 직접 받았는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 등 청탁이 있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과 삼성그룹에 불거진 '특혜 의혹'의 근거는 크게 세 가지로 우선 미르·K스포츠재단에 주요 대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204억 원의 출연금을 지원했다는 점과 최순실 씨가 독일에 세운 페이퍼컴퍼니 '비덱스포츠'와 220억 원 규모의 후원 계약을 맺고, 회사 계좌를 통해 약 35억 원을 송금하고 '비타나V' 등 명마 구매에 43억 원을 지원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같은 최씨 일가에 대한 지원이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청와대가 회사 최대 주주였던 국민연금에 합병을 찬성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것에 대한 '대가'라는 게 특검 수사의 '기본 틀'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번 특검 조사에서 최순실 씨 등 비선에 대한 자금 지원이 박근혜 대통령의 강요에 따른 결정이라는 취지의 진술을 한것으로 전해졌다. |
특검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이번 조사 과정에서 최순실 씨 모녀에 대한 삼성그룹의 자금 지원은 대통령의 강요에 따른 것이라는 취지의 진술과 함께 뇌물공여 등 주요 혐의 대부분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순실의 존재를 인지한 시점에 대해서는 2015년 박 대통령과 독대 당시 '왜 승마 관련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냐'며 역정을 내 서둘러 그룹 내부 회의를 열어 경위를 파악, 최씨 일가에 대한 지원을 지시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의 이 같은 진술은 지난해 말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 청문회 당시 "나중에 문제가 되고 난 후에야 (최순실에 대한) 배경에 관해 들었다"는 진술 내용과 비교해 최 씨의 존재를 인지한 시점에는 다소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그룹에서 내놓은 자금이 비선 개인에 대한 '특혜'가 아닌 단순한 승마 종목에 대한 '스포츠 지원'으로 인지하고 있었다는 기존의 견해와는 맥락을 같이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특검은 이 부회장에 대한 혐의 입증에는 문제가 없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최 씨가 청와대를 매개로 삼성에 자금지원을 요구한 정황을 이미 파악한 것은 물론 삼성의 지원 내역이 구체적으로 담긴 최 씨 소유의 '제2 태블릿PC'를 최 씨의 조카인 장시호 씨로부터 증거물로 확보하는 등 뇌물공여 협의를 입증할 만한 자료와 증거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특검에서는 이 부회장을 재소환하지 않고 이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 수뇌부의 진술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이들의 영장 청구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이 부회장의 사법처리 가능성에 대해 삼성그룹 관계자는 "특검 수사와 관련해 아직까지 그룹 차원의 공식적인 견해는 없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