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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철의 팩트펀치] 현대기아차는 신차 '부실' 탁송 시스템을 알고 있나
입력: 2017.01.03 05:00 / 수정: 2017.01.0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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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자동차는 지난해 2,6,12월 부실한 탁송 시스템으로 지속적인 논란을 일으킨 가운데 내수 점유율이 지난해 50%대까지 추락하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더팩트 DB
현대·기아자동차는 지난해 2,6,12월 부실한 탁송 시스템으로 지속적인 논란을 일으킨 가운데 내수 점유율이 지난해 50%대까지 추락하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 | 권오철 기자] 지난해 2월 현대차의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의 플래그십 모델인 EQ900 신차 한 대가 비 내리는 날 탁송 과정에서 차량의 뒷좌석 창문을 활짝 열어둔 채 탁송되는 모습이 포착돼 논란이 됐다.

빗물이 EQ900의 뒷좌석으로 쏟아지는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사진이 온라인커뮤니티 보배드림을 통해 확산한 가운데 "차이는 사소한 것에서부터 나는 것"이라는 지적부터 "아쿠아900" "모이스처 에디션, 차주의 피부에 수분을 가득히" 등의 냉소 섞인 비판까지 줄을 이었다.

같은 해 6월 EQ900의 또 한 번의 '탁송 수난'이 벌어졌다. 서울 가양대교 위를 달리던 현대글로비스의 탁송 차량에 실려 주인에게 배달되고 있던 EQ900이 탁송 차량에서 이탈해 전면부가 도로 바닥으로 곤두박질친 것이다.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차그룹 계열사로 현대·기아차의 국내 탁송을 전담하다시피 하고 있다.

당시 현대글로비스 측은 "급정거한 앞차와 충돌을 피하기 위해 급제동하면서 발생한 사고"라며 "운송차량에 실려 있던 EQ900에 안전장치가 있었지만 급제동으로 이탈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안전장치 미흡 의혹을 말끔히 지우진 못했다.

현대차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 EQ900의 탁송 수난. 지난해 2월 EQ900의 뒷좌석 창문이 열린 채로 탁송되는 모습(위)과 같은해 6월 EQ900이 탁송 차량에서 이탈해 도로에 전면부가 곤두박질친 장면. /SNS, 온라인커뮤니티
현대차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 EQ900의 '탁송 수난'. 지난해 2월 EQ900의 뒷좌석 창문이 열린 채로 탁송되는 모습(위)과 같은해 6월 EQ900이 탁송 차량에서 이탈해 도로에 전면부가 곤두박질친 장면. /SNS, 온라인커뮤니티

현대글로비스 탁송 논란은 지난해 말 기아차에서 또 발생했다. 구랍 25일 기아차 화성공장·출고장이 있는 경기도 화성시 우정읍 이화리 일대 공터에서 K7, K5, K3, 쏘렌토, 니로 등의 기아차 신차 수십여 대가 야적돼 있는 현장이 <더팩트> 취재진에 포착됐다. 모두 주인을 만나기 직전의 새 차량들이었다.

해당 주차 지역은 일체의 보안 시설이 없어 신차가 훼손될 가능성도 높고, 지면이 흙과 자갈로 이뤄져 차량의 내·외부가 오염될 우려도 적지 않아 보였다. 게다가 해당 공터는 농지를 거칠게 다듬은 다음에 사용하는 미허가 불법 주차장으로 드러나 문제의 심각성을 더했다. 지금까지 이 같은 주차장을 통해 고객에게 인도된 차량이 수천 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기아차 대리점의 한 딜러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해 "고객은 모르는 비밀"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대부분 자동차 출고장은 대중교통이 불편한 지역에 자리하고 있어 고객들이 직접 찾기 어렵다. 거리에 따라 10만~30만 원의 탁송료를 현대글로비스에 지불하고 대리 탁송을 맡기는 이유다. 하지만 자신의 차량이 이 같이 '방치'되는 사실을 아는 고객은 없다.

현대글로비스 측은 "올 연말처럼 물량이 몰렸을 경우 사용하는 임시 주차장의 개념"이라며 "고객 인도 전에 차량 점검을 거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라고 말했다. 딱히 시정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고객의 입장에서는 "이렇게 하라고 수십만 원의 탁송료를 지불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불쾌하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경기도 화성시 우정읍 이화리의 비포장 공터에 K7, K5, K3, 쏘렌토, 니로 등 기아자동차 신차 수십여 대가 야적돼 있는 현장이 지난해 12월 25일 더팩트 취재진에 포착됐다. 흙과 자갈로 이뤄진 공터는 일체의 보안 시설이 돼 있지 않았다. /화성=권오철 기자
경기도 화성시 우정읍 이화리의 비포장 공터에 K7, K5, K3, 쏘렌토, 니로 등 기아자동차 신차 수십여 대가 야적돼 있는 현장이 지난해 12월 25일 '더팩트' 취재진에 포착됐다. 흙과 자갈로 이뤄진 공터는 일체의 보안 시설이 돼 있지 않았다. /화성=권오철 기자

이런 '기분 나쁜' 탁송 과정을 알고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듯이 인도를 받는 고객이 있을 리 만무하다. 차량에 뚜렷한 문제가 발견되는 경우에는 인도를 거부하면 되지만 인도를 수락한 후에는 자칫 오염이나 흠집 등의 문제를 발견하더라도 고객의 과실로 치부되기 때문에 애초부터 공장에서 탁송까지의 과정이 안전하고 정상적이어야 할 필요가 있다.

현대글로비스가 고객의 신차를 이 같이 공터로 내몬 이유는 "공장 및 출고장 내부의 주차장이 주말 물량을 모두 수용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기아차보다 물량이 더 많은 현대차 또한 의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독자들의 목소리다. 전국 현대·기아차 출고장 주변을 뒤져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대글로비스는 물론 현대·기아차 그룹차원에서 "차이는 사소한 것에서부터 나는 것"이라는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쏟아져나오는 물량에 따른 주차장 설비를 갖추려면 그만큼 비용이 발생하겠지만 그것을 아끼는 것은 '소탐대실'의 지름길이다. 한때 80%에 달했던 현대·기아차의 내수 점유율은 지난해 50%대까지 추락하면서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더이상 현대·기아차의 독주 시대가 아니라는 업계의 목소리가 나온다.

여기에 '안전한 탁송에 대한 신뢰'까지 잃으면 현대·기아차의 올해 성적은 부정적인 전망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이 직접 제네시스의 브랜드 철학을 설명하며 프리미엄 이미지를 소개한 것이 불과 1년 전이다. 정 부회장도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는 현대글로비스의 탁송 문제로 제네시스를 비롯한 현대·기아차의 이미지가 실추될 것이라곤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이제라도 저급한 탁송 현실에 고객의 차량을 내몬 것에 대한 정직한 사과와 함께 차량 출고장의 정상적인 주차장 추가 확보 등의 시정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현대·기아차 역시 누수를 제 때 막지 못하면 제방이 무너지게 된다는 사실을 되새길 때다.

kondor@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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