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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재곤의 세상토크]삼성전자 사장 메시지와 '비운'의 갤럭시노트7
입력: 2016.10.14 09:31 / 수정: 2016.10.14 09:31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이 발화사고 등으로 결국 지난 11일 단종됐다. 출시 54일 만의 퇴장이다. 삼성측은 사고 근본원인을 끝까지 밝혀내 품질에 대한 자존심과 신뢰를 되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재근 기자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이 발화사고 등으로 결국 지난 11일 단종됐다. 출시 54일 만의 퇴장이다. 삼성측은 사고 근본원인을 끝까지 밝혀내 품질에 대한 자존심과 신뢰를 되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재근 기자

[더팩트ㅣ명재곤 기자] "잘 지내시지요? 저희는 추석 연휴 내내 노트7 이슈로 허덕이며 지냈습니다. 다시 뛰겠습니다." 삼성전자 사장급 한 경영인은 명절인사로 '다시 뛰겠습니다'고 절치부심의 각오를 나타냈다. '풍성한 한가위 보내세요'라는 의례적 덕담도 없어 삼성의 비상사태를 짐작케 했다.

그때 글로벌 1위를 다투는 스마트폰 기업은 초 긴장상태였다. 천 길 낭떠러지 외줄 타는 심정이 달리 없을 것으로 보여 필자는 전화위복의 슬기가 샘솟기를 바란다는 답신으로 '갤럭시 노트7(갤노트7)' 리콜 파문의 조기 탈출을 진정 바랐다.

갤노트7 출시(8월19일), 배터리 발화사건 발생(8월24일), 1차 리콜 공식발표(9월2일), 교환 갤노트7 일반판매 재개(10월1일). 숨가쁜 리스크 관리의 나날을 들여다 보면 삼성맨들의 올 추석이 얼마나 살얼음판 명절이었는지 십분 이해가 갔다.

제품의 하자를 인정하고 수 조원대의 대규모 리콜 단행과 교환제품 판매에 나서자 주위에서는 '역시 삼성전자다'라는 평가 속에 갤노트7의 부활을 기대하고 응원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리콜 파문은 결국 '단종(斷種)'으로 귀결돼 산업 생태계에 큰 충격을 줬다. 갤노트7 생산·유통과 연계된 전후방 관련기업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새 갤노트7의 원인미상 발화사고가 국내외에서 재발하면서 삼성측은 결국 단종조치(10월11일)를 공식화했다. 단종 전후 이틀 동안 주식시장에서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무려 24조원이나 증발했다.

삼성전자가 흔들리자 나라 전체의 수출부진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나라경제에서 삼성이 차지하는 위상을 갤노트7 쇼크는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세계에서 제일 똑똑한 스마트 폰이 나타났다"라는 갤노트7 언팩 행사의 환호성과 찬탄이 채 가시기도 전에 갤노트7은 출시 54일 만에 스러졌다. 돌잔치는 커녕 백일상도 받지 못했다. 글로벌 고급 스마트 폰 시장을 애플과 양분하고 정상을 다투는 '기술의 삼성'으로서는 입이 천 개 만 개여도 할 말이 없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였다. 배터리의 문제이든, 폰 자체의 설계 이상이든지 간에 누구도 고개를 들 수가 없을 것 같다.

눈앞에서 폭탄은 터졌다. 물은 엎질러졌다. 갤노트7 쇼크는 이제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삼성전자의 고급 스마트폰 사업이 ‘갤럭시노트7’ 단종으로 초유의 위기에 봉착했다. 사진은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이 지난9월2일 1차 리콜 발표때 사과하는 모습. /이새롬 기자
삼성전자의 고급 스마트폰 사업이 ‘갤럭시노트7’ 단종으로 초유의 위기에 봉착했다. 사진은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이 지난9월2일 1차 리콜 발표때 사과하는 모습. /이새롬 기자

삼성이 갤노트7 단종이라는 치욕적인 불명예를 안게 된 원인에 대해 다양한 진단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실적주의가 조급증과 맞물리면서 품질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들 한다. 증권가에서는 "무리한 독주(獨走)가 독주(毒酒)가 됐다"고 꼬집었다. 노트6를 건너뛰고 노트7을 전격적으로 출시한 자체에서 실적 조급증이 잉태됐고 결국 화를 키웠다는 것이다.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들은 "이재용 부회장이 맞은 최대 위기"라며 "브랜드 가치를 비롯해 기술력 등의 명성에 큰 타격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브랜드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이번 사태는 지난 1995년 '애니콜 화형식'때보다 삼성측은 더욱 심각하고 뼈아프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한다.

한국경제에서 삼성의 현실적 위상을 고려하면 갤노트7 쇼크는 극복해야 할 과제임은 분명하다. "삼성 갤럭시노트7의 실패가 국가경제 전체를 위기에 빠뜨리고 있다"는 정치권 발언마저 나온다.

삼성은 외부의 따끔한 질책과 충고를 온 몸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속도 제일주의, 실적 우선주의 유혹에 더 이상 빠져서는 안된다. 고객 충성도와 협력사 상생주의를 견고하게 다지는 변혁이 요구된다. 변혁적 리더십을 앞세워 '갤럭시 신화'를 재창출하면서 시장과 부단하게 소통해야 한다. 조급증도 강박증도 떨쳐야 한다. 품질에 대한 자존심과 신뢰를 되찾기 위한 '새로운 DNA'를 창출하고 이식해야 한다.

1869년 지중해와 홍해를 연결해 수에즈 운하 신화를 구축한 프랑스인 페르디낭 드 레셉스는 파나마 운하 건설에서 실패하면서 평가가 극명하게 뒤바뀌었다. 수에즈 성공에 도취된 레셉스는 파나마 운하 도전에 자기 방식만 고집하면서 처참하게 망가졌다고 역사는 기록하고 있다. '교만은 파멸을 불러온다.'

"갤노트7 사태는 특정인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의 시스템을 만든 우리 모두의 문제"라고 한 삼성전자 직원은 토로했다. '우리 모두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삼성맨들은 과감히 따져봐야 한다. 갤노트7 쇼크 탈출구는 거기에 있다. 그랬을 때 '다시 뛰겠습니다'고 말하는 삼성맨을 시장은 응원한다. "열심히 뛰어서 멋지게 갤럭시가 부활했습니다"는 인사를 하루라도 빨리 주고받고 싶다.

sunmoon41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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