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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근의 Biz이코노미] 현대차 노조, 회사는 '황금알 거위'가 아니다
입력: 2016.10.05 13:40 / 수정: 2016.10.05 23:45
현대자동차 노조가 전날인 4일 14차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소집, 다음 주부터 사흘 동안 또다시 부분 파업을 예고하면서 생산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더팩트 DB
현대자동차 노조가 전날인 4일 14차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소집, 다음 주부터 사흘 동안 또다시 부분 파업을 예고하면서 생산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 | 서재근 기자]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이솝우화가 있다.

하루에 황금알을 한 알씩 낳는 거위를 키우던 시골 마을의 한 농부가 황금알을 팔아 부자가 됐음에도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황금알을 일시에 쥐려는 욕심에 결국 거위의 배를 갈라 모든 기회를 잃게 된다는 이야기다.

최근 나라 경제가 돌아가는 모양새를 지켜보고 있으면, '쓸데없는 욕심을 부리지 말라'는 단순하고도 교훈적인 동화 속 메시지가 되려 이상한 말처럼 느껴진다.

5일 국내 완성차 업계 '맏형' 격인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의 노동조합이 다음 주부터 사흘 동안 또다시 부분 파업을 예고했다. 평균 임금이 9000만 원을 훌쩍 넘는 노조가 회사 측에 '돈을 더 달라'며 파업에 나선 횟수만 올해 들어 20여 차례에 달하고, 이로 인해 발생한 경제적 손실만 2조 원을 훌쩍 넘는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노조 파업 자체를 무조건적으로 비판할 수는 없다. 노조의 요구가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명분'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이 건전한 산업 문화 조성에 보탬이 되는 것이라면 얼마든지 그들의 주장에 귀를 기울일 가치가 있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이 경제 상황과 역행하고 행여 '집단 이기주의'에 근거를 두고 있다면, 노조의 쟁의 활동은 '정당한 권리'가 아닌 또 하나의 '갑질'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대차 노사 대표는 지난달 임금 5만8000원 인상, 성과급 및 격려금 350%+330만 원, 재래시장 상품권 20만 원 및 주식 10주를 지급하는 내용을 골자로 잠정합의안을 도출한 바 있다. 당시 양측은 "노사가 위기에 공감했다"며 경영정상화를 위한 기대를 드러냈지만, 조합원들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파업을 단행했다.

현대차 노조가 '돈을 더 달라며' 파업에 나서는 사이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은 신흥국에 밀리며 뒷걸음질 치고 있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자동차 산업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억4000만 달러가 줄었다.

생산과 수출에서도 신흥국에 잇달아 순위를 내줬다. 지난 1~8월 한국의 누적 자동차 수출 물량(169만2906대)이 사상 처음으로 멕시코(181만5566대)에 역전됐고, 1~7월 자동차 생산량(255만1937대)에서도 지난 2005년 이후 처음으로 인도(257만5311대)에 밀렸다.

실적도 마찬가지다. 전날인 4일 현대차가 발표한 9월 판매실적에 따르면 내수 판매는 4만1548대로 지난해 동기 대비 무려 20%가 곤두박질쳤다. 뿐만 아니라 국내 공장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물량 역시 5만6315대로 같은 기간 21%가량 줄었다.

반면, 현대차 노조의 평균 연봉은 9600만 원 수준으로 지난 10년 동안 100%에 가까운 증가율을 보였다. 현대차보다 전체 규모에서 우위에 있는 일본의 토요타와 독일의 폭스바겐보다도 훨씬 높다.

그간 현대차 노조에게 회사는 말 그대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여겨졌을지 모르겠다. 회사 실적이 뒷걸음질을 쳐도 파업 카드만 꺼내면 해마다 알아서 임금을 올려주고 요구를 들어줬으니 말이다. 물가인상률은 고사하고 기업의 실적과 대내외적인 경영환경에 역행하는 노조의 주장은 받아들여질 수 없다. 그것은 정당한 권리 주장이 아닌 '억지'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가 몸담고 있는 자본주의체제에서 기업의 본질은 이윤을 창출하는 데 있다는 걸 부정하기는 힘들다. 비싼 돈을 들여 적은 돈을 버는 것만큼 비효율적인 경영활동이 어디 있겠는가. '공감'을 얻지 못한 이들의 주장이 '습관'이 돼버린다면 기업에서도 국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실제로 현대차의 국외생산 비중은 해마다 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현대차의 현지 공장 생산물량은 28만9439대로 6.4%의 증가율을 보였다.

기업은 기다리기만 하면 황금알을 낳아 주는 거위가 아니다. 거위 배를 스스로 갈라 '황금알'을 얻을 수 있는 기회마저 놓쳐버린 어리석은 농부처럼 현대차 노조도 스스로 일할 수 있는 터전을 없애는 과오를 저지르지 않아야 한다.

likehyo8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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