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코리아가 지난 8월 출시한 '뉴 750Li xDrive 비전100 에디션'은 국내에서 단 두 대만 판매된다. '뉴 750Li xDrive 비전100 에디션'은 BMW 그룹 100주년을 기념해 100대 한정 생산됐다. /BMW 제공 |
[더팩트ㅣ장병문 기자] 완성차 업체들의 최상위 모델은 의미가 크다. 제조사의 기술력의 집약되어 있어 브랜드 이미지와 실적 전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고급차 브랜드라면 최상위 모델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 없다. BMW는 수입차 시장에서 1, 2위를 다투는 인기 브랜드지만 플래그십인 '7시리즈'가 기대와 달리 초라한 성적표를 보여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7시리즈가 부진한 이유는 무엇일까.
BMW 7시리즈는 수입 고급차 시장을 이끄는 모델 중 하나다. BMW는 지난해 10월 신형 7시리즈를 출시하면서 고급차 시장에서 입지를 확고히 하겠다는 의지를 내세웠지만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BMW 7시리즈의 올 8월까지 판매량은 1647대로 집계됐다. 한 달에 200대 꼴로 팔렸다. 반면 경쟁 모델인 메르세데스-벤츠의 'S-클래스'는 같은 기간 5185대를 판매해 수입 고급차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7시리즈가 S-클래스에 밀리는 상황에서 캐딜락의 'CT6', 재규어의 '뉴 XJ', 볼보의 '더 뉴 S90' 등 고급차 업체들이 신형 플래그십 세단을 줄줄이 출시하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BMW 7시리즈가 경쟁 모델과 비교했을 때 부족함은 전혀 없다. 전 모델과 비교했을 때 차체 무게는 130kg가량 가벼워졌다. 이 때문에 다양한 첨단장비로 무장할 수 있게 됐다. 자체가 가벼워지면서 가속 성능과 연비가 좋아졌다. 터보 엔진을 탑재해 드라이빙을 즐기 수 있으며 대형차다운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승차감도 탁월하다.
특히 세계 최초로 적용된 7시리즈의 무인 주차 기능은 BMW의 자율주행 기술력을 대변한다. 우리나라처럼 협소한 주차장에 덩치 큰 차를 주차하기 쉽지 않은데 무인 주차 기능으로 이러한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다.
그런데도 7시리즈의 판매 부진에 대해 한 수입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판매 전략이 다소 빗나간 듯하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 관계자는 "럭셔리 차량은 운전사가 대신 운전하는 쇼퍼드리븐 이미지를 갖고 있다. 그런데 7시리즈는 드라이빙을 강조하면서 오너가 직접 운전하는 인식이 깔려있다. 이런 이유로 쇼퍼드리븐 이미지가 있는 모델이 많이 팔리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BMW 코리아는 7시리즈의 물량을 충분히 확보한 데다 출시 때보다 더 적극적인 홍보를 하고 있다. /BMW 제공 |
BMW도 7시리즈의 판매 전략을 대대적으로 수정하고 있다. 물량을 충분히 확보한 데다 출시 때보다 더 적극적인 홍보를 하고 있다.
먼저 신차구매 3년 후의 잔존가치를 최대 50%까지 보장하는 중고차 보장 프로그램을 유지하고 있으며, 렌타카 업체와 손잡고 월 210만 원대로 7시리즈를 탈 수 있는 특별 프로모션도 시작했다. 대중성에 초점을 둔 마케팅뿐만 아니라 희소성 전략도 구사하고 있다.
최근 BMW는 그룹 100주년을 기념해 전 세계 100대 생산되는 글로벌 한정판 'BMW 인디비주얼 7시리즈 더 넥스트 100 이어스' 에디션을 출시했다. 국내에는 단 두 대만 판매된다. 이 한정판 모델은 판매량보다는 BMW 기함의 이미지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BMW가 7시리지의 판매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내세운 희소성과 대중성이라는 투트랙 전략이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 있게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