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등기이사 선임 발표 이후 정재계 최고위 인사들과 잇달아 면담에 나서는 등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더팩트 DB |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등기이사 선임 발표 이후 정재계 최고위 인사들과 잇달아 면담에 나서는 등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행보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무엇보다 이 부회장이 '중장기 성장동력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며 강도 높은 혁신을 주문한 만큼 금융, IT·통신분야의 핵심 인사를 중심으로 한 스킨십 경영이 앞으로 삼성의 사업 재편과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30일 삼성그룹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전날인 29일 서울 서초동 삼성 서초사옥에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만나 2시간여 동안 사물인터넷(IoT)과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의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삼성전자에서 5번째로 큰 매출 비중을 차지하는 소프트뱅크는 일본 최대 소프트웨어 유통회사이자 IT 투자기업으로 최근 35조 원 규모의 영국 반도체 설계회사 ARM의 인수계획을 밝혀 주목을 받았다. ARM은 반도체 AP칩의 핵심 설계도에 대한 특허를 가진 회사로 삼성전자를 비롯한 글로벌 반도체 회사가 자체 AP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로열티를 지급한다.
특히, 손정의 회장의 IoT 시장 선점을 위해 ARM 인수를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업계에서는 이번 면담이 단순히 친목 도모 차원이 아닌 삼성전자와 소프트뱅크의 협력 강화를 위한 정지작업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신성장동력 리스트에 IoT를 올리고 오는 2020년까지 자사 모든 제품의 IoT화를 이루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행보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27일에는 80여 명의 경제 사절단과 함께 방한한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를 만나 '갤럭시노트7'과 스마트TV 등 주요 가전 제품을 함께 둘러보며 자사 제품의 경쟁력을 직접 홍보해 눈길을 끌었다.
이 역시 삼성전자의 미래 경영 플랜과 무관하지 않다는 업계의 중론이다. 삼성전자는 네덜란드에서 판매, 물류 등 2개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금융과 바이오 등 신정장동력 아이템을 제시하며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가전 부분은 아직까지도 삼성의 중추를 맡고 있는 핵심 사업 분야다. 특히, 삼성전자는 오는 11월 '갤럭시노트7'을 유럽시장에 출시하는 것은 물론 스마트TV 부문에서도 공격적인 마케팅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때문에 유럽 물류의 핵심 거점으로 꼽히는 네덜란드와 협업은 삼성에도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의 활발한 스킨십 경영이 그룹의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고 기존 핵심 분야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정지작업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
이 부회장의 최근 인도 출장 행보 역시 마찬가지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15일 인도를 방문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삼성전자는 앞으로도 인도의 미래를 같이 고민하는 동반자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인도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를 요청했다. 특히, 이번 인도 출장에는 휴대폰 사업의 선봉에 선 신종균 삼성전자 IM부문 대표(사장)도 동행했다.
인도시장은 최근 150달러 이하의 저가 스마트폰 시장 성장률이 해마다 두자릿수 이상을 기록하는 등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현지업체와 중국 경쟁사들과 치열한 경재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는 현지시장에서 2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최근 '갤럭시노트7'의 배터리 발화 이슈가 지속적인 성장에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의 인도 출장이 최근 미국과 중국 등 대형 마켓에서 보여준 '발 빠른' 대응의 연장 선상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금융과 IT, 바이오를 핵심 사업 과제로 제시한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해에도 중국 주요 금융사 최고경영자(CEO)와 국내 금융사 회장단은 물론 미국 카드회사 CEO에 이르기까지 금융계 최고위 인사들가 잇단 회동에 나서며 '삼성페이' 를 비롯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홍보를 자처하며 리더십을 부각했다"며 "올 하반기 들어 이 부회장이 활발한 스킨십 경영에 나서는 것 역시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기존 핵심 분야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그룹의 최고 경영자로 자리매김한 이 부회장의 스킨십 경영은 더욱 활발히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