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BBC와 로이터 등 유럽 언론은 6일(현지 시각) "르노의 티에리 볼로레 CCO가 참석한 회의에서 르노 고위급 경영진들이 디젤차 생산 중단 여부를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더팩트 DB |
[더팩트ㅣ장병문 기자] 프랑스 르노자동차가 디젤차 생산을 중단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유럽의 디젤차 퇴출이 시작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일고 있다.
영국 BBC와 로이터 등 유럽 언론은 6일(현지 시각) "르노의 티에리 볼로레 CCO가 참석한 회의에서 르노 고위급 경영진들이 디젤차 생산 중단 여부를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경영진들은 2019년 강화되는 유럽의 배출가스 기준, 측정 방식이 엄격해져 기술 비용이 오르면 디젤차가 경쟁력을 잃어 퇴출될 것으로 예상했다.
유럽연합은 오는 2017년 9월(기존 인증차는 2019년 9월)부터 도로 주행중 질소산화물을 현행 시험실 인증모드 배출허용기준(0.08g/㎞)의 2.1배 이상 배출하는 차량의 판매를 금지하고, 2020년 1월(기존 인증차는 2021년 1월)부터는 이 기준을 1.5배 이상으로 강화한다.
유럽의 디젤차는 실제 도로 주행 중 배출가스 검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자동차 업체들은 배출가스 저감장치의 성능을 높여야 한다. 배출가스 저감장치 개발에는 많은 비용이 소요되며 디젤차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진다. 디젤차가 휘발유차보다 연료효율성이 높지만 차 가격이 높아지면 경쟁력을 잃는다는 것이 업계의 판단이다.
르노가 디젤차 생산 중단을 논의했다는 게 갑작스러운 일은 아니다. 프랑스는 지난해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사건 발생하기 이전부터 국가적 차원에서 디젤차 퇴출 운동을 벌이고 있다.
프랑스 파리는 오는 2020년까지 디젤차 완전 퇴출을 목표로 정책을 세우고 있다. 사진은 르노삼성 'QM6'에 탑재된 2.0리터 디젤 엔진의 모습. /더팩트 DB |
프랑스에서는 지난 2010년 디젤차가 내뿜는 질소산화물의 유해성이 공개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고, 이듬해 질소산화물로 매년 프랑스에서 4만여 명이 목숨을 잃는다는 보고서가 공개되면서 디젤차에 대한 반감이 높아졌다. 당시 공장이 거의 없는 파리 시내가 스모그로 몸살을 앓자 프랑스 정부는 대기오염의 원인을 디젤차로 지목했다. 프랑스 전체 차량의 70%가 디젤 엔진을 얹고 달리고 있다.
프랑스의 디젤차 퇴출은 파리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노후 디젤차를 신형 디젤이나 가솔린으로 바꾸면 500유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나 전기차를 구입하면 각각 6500유로, 1만 유로를 지원한다. 또 디젤 버스는 2025년까지 모두 전기버스와 가스버스로 교체할 예정이다. 점진적으로 파리시는 2020년에 디젤차 완전 퇴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디젤차 퇴출 움직임은 프랑스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네덜란드는 2025년부터 가솔린, 디젤 등 화석연료를 쓰는 내연기관 차량 판매를 전면 금지하고 전기차만 판매한다. 도쿄는 2003년부터 'No 디젤차' 정책을 추진 중이다.
한 자동차 전문가는 "프랑스 정부의 디젤차 퇴출 의지가 확고한 만큼 현지 자동차 업체들이 디젤차 생산 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르노뿐만 아니라 유럽의 완성차 업체들도 비슷한 논의를 하고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