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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이슈] 한진해운 해외 주재원의 하소연과 경고 "작금의 사태가 꿈이길"
입력: 2016.09.06 10:54 / 수정: 2016.09.07 06:55
한진해운 해외 지사 한 주재원이 한진해운 사태에 대한 안타까운 심경을 담은 글을 주변에 전해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고 잇다. /더팩트 DB
한진해운 해외 지사 한 주재원이 한진해운 사태에 대한 안타까운 심경을 담은 글을 주변에 전해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고 잇다. /더팩트 DB

[더팩트 | 권오철 기자] "작금의 사태가 꿈이기를 바라고 있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후폭풍으로 80여 척의 배들이 글로벌 항만에서 출항을 하지 못하거나 바다 위를 떠돌고 있는 가운데 한진해운 해외지사 한 주재원(A씨)이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지인들에게 전한 한진해운 사태 관련 글(주장)이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회사의 법정관리행에 대한 안타까운 심경, 해운물류산업의 중요성, 해외 근무자들의 신변위험 가능성등을 담은 이 개인적 주장은, 글로벌 물류차질을 초래한 한진해운 사태의 또 다른 이면을 엿볼수 있게 해 주요 내용을 간추려 소개한다.

A씨는 “아직도 작금의 사태가 꿈이기를 바라고 있다”면서 “억울하고 분통이 터져 잠이 안와 며칠째 뜬 눈으로 밤을 새운다”고 안타까운 심경을 먼저 토로했다.

이어 “중국·프랑스·독일 등 다른 나라에서는 수십조씩 해운 회사에 국가기간산업으로 지원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해운을 잘 몰라서 그랬다고 하지만 다른산업에서 격었던 뼈저린 학습효과 때문에 해운에서 피해를 보게 만든 것이 안타깝다”면서 한진해운 법정관리 결정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냈다.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의 주재원들은 한진해운 사태로 피해를 입은 업체들로부터 신변을 위협을 받고 있다고 A씨는 전했다. 주재원들은 신변보호 신청을 하고 조기귀국을 시도하고 있다고 한다.

A씨는 “아직 매스컴에 보고되지 않은 재앙이 많다”면서 우리 정부의 적절한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한편 정부는 "한진해운 사태의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해 범정부적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진해운 해외 주재원 A씨는 “아직 매스컴에 보고되지 않은 재앙이 많다”면서 정부의 대책마련을 바랐다. /더팩트 DB
한진해운 해외 주재원 A씨는 “아직 매스컴에 보고되지 않은 재앙이 많다”면서 정부의 대책마련을 바랐다. /더팩트 DB

다음은 A씨 글의 주요 내용.

안녕하세요. 친구들!

아직도 저는 작금의 사태가 꿈이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네덜란드, 이태리, 스페인, 덴마크 등 유럽의 대부분 국가들이 사태가 확산 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고 매일 보도를 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억울하고 분통이 터져 잠이 안와 며칠째 뜬 눈으로 밤을 새웁니다.

직장을 잃는 슬픔보다 '예견된 재앙을 왜 막지 못했나' '이로 인한 엄청난 세계적인 재앙을 왜 정부는 간과를 했나' 억울한 마음 금할 길 없습니다.

회사에서도 법정관리까지는 가지 않으려고 노력하였고 회사조차도 정부에게 양보하겠다고 해운업만 살려달라고 빌었는데 3000억 때문에 수십조 피해를 보게 하여 또 엄청난 혈세를 날리게 만들었습니다.

물론 망할지도 모르는 회사의 녹을 먹는 사람으로 할 말을 자제 해야겠지만, 이런 재앙의 예견하지 못하고 철퇴를 내린 금융권이 너무 야속하기만 합니다.

여기서 정치 얘기 하지 말자고 한 사람이 저인데, 급기야는 이성을 잃게 만들었습니다. 아직 매스컴에 보고되지 않은 재앙이 많습니다. 정부에서 대책을 안 내어 놓으면 이제부터 재앙이 배가 될 것 같습니다.

이곳 세계 1위, 2위 물류 업체 포워딩 본사 부사장들이 저에게 전화를 걸어 해운 무역업 50년사 최고의 재앙이라며 한국 정부의 결정에 격앙을 하고 있습니다. 모든 유럽 업체들이 자율협약 단계부터 주시하고 보았기 때문에 지금까지 같이 기도를 해주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설마 법정관리까지 가겠냐며 이전보다 더 많은 집하를 해 주었습니다.

법정관리 발표 이후 업체마다 최고 각각 수십억 또는 수백억의 피해가 예상된다고 합니다.

현재 이곳 한진해운 유럽의 30개국 현지 외국직원들은 밤을 새며 사태를 수습하고 있습니다. 한진해운 서울 본사에서도 없어질지 모르지만 세계 70여 개국, 1만8000여 고객들을 보호하기 위해 휴일 없이 밤을 새고 일하고 있습니다. 50년 동안 같이 했던 고객을 위한 마지막 봉사입니다.

우리나라가 만든 세계적 재앙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태 수습을 하나하나 해 가고 있습니다.

그래도 우리 브랜드를 보고 수십 년간 계약을 한 세계 유수의 업체들이 많습니다. 고객중에는 나이키, 마이크로 소프트, 월마트, 이케아, 자라, 휴렛페커드, 삼성, 르노, 델, 펠립스, 소니, 델몬트 등 120여 글로벌 업체의 컨테이너가 수십 년 동안 한진해운을 통해 전 세계에 이송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한진해운의 한국발착 컨테이너는 비중이 8% 밖에 되지 않습니다. 다른 나라에서 다른 나라로 운송하는 비중이 92%이며 전 세계 무역의 중추적 역할을 소리 없이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의 무역뿐만 아니라 전 세계 무역의 중추역할을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전 세계 정시율 1위 고객만족도 최상의 글로벌 선사였었고, 세계 모든 글로벌 업체와 파트너를 가진 자랑스런 한국회사였습니다.

어차피 없어질 위기까지 온 회사지만 그래도 이곳 유럽의 현지 로컬 직원들은 자기들이 몸담던 세계적인 한국회사에 수십 년 또는 십수 년 또는 1~2년이라도 같이 일한 게 행복했다고 말합니다. 한국을 잘 아는 계기도 되었구요. 50년간 세계를 누볐던 한진해운이 이제 세계에서 사라지기 직전입니다.

중국, 프랑스, 독일 등 다른 나라에서는 수십조씩 해운 회사에 국가기간산업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세계 선박 공급과잉으로 전 세계 모든 선사에서 적자가 나오고 있지만 해운 회사는 국가의 기간 산업이라 살리는 것이 세계적인 상식입니다. 프랑스, 중국, 독일 등 수십조 원씩 정부에서 돈을 투자해서 국가 정책 산업인 해운업을 살렸습니다.

지난주 금요일 세계적 2위의 물류 포워딩업체 부사장이 전화로 제게 유감을 표시하고 그 회사도 이대로 대책 없이 진행되면 120억대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회사 파산으로 인해 저와 저의 가족이 한국에 들어갈 비행기표와 이사 비용을 지원받지 못하면 자기 개인 비용으로 지불하겠다고 합니다. 피해를 입었지만 24년간 같이 일해온 파트너 업체에 대한 마지막 예의라고 하더군요. 순간 눈물이 앞을 가려 대화를 멈추고 말았습니다.

저는 그나마 다행입니다. 아시아의 많은 나라나 중국의 주재원들은 칼이나 도끼를 들고 가족을 협박하고 있는 많은 업체들 때문에 대사관의 신변보호 요청을 하였고 조기 귀국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많은 나라 주재원 가족들이 조기 귀국을 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얼마나 큰 민폐이며 국격을 스스로 떨어뜨리는 결과 입니까? 수십조의 클레임이 예상되고 수조의 안 보이는 회사 유무형 자산이 주판 계산 하에 20분 만에 날아갔습니다. 또한 우리 유능한 글로벌화된 한국의 후배 해운인들을 하루 아침에 길바닥으로 몰게 하였습니다.

정부가 해운을 잘 몰라서 그랬다고 하지만 다른산업에서 격었던 뼈저린 학습효과 때문에 해운에서 피해를 보게 만든 것이 안타깝습니다. 이제라도 세계무역의 중추에 서 있었으나, 홀대 받고 있었던 해운을 정부가 조금 더 신경을 써 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새벽에 일어나 답답한 마음에 주절주절 두서없이 읍소를 해 죄송합니다.

잘 마무리하고 한국서 뵙도록 하겠습니다. 건강하십시오.

OOO 드림.

kondor@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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