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서재근 기자]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글로벌 경기 악화가 지속하고 있고,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 종료로 내수 시장 상황도 여의치 않은 상황 속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임금협상안을 두고 좀처럼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노조가 연일 파업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5일 현대차에 따르면 회사 노조는 이날 오전 11시 30분부터 1조 근무자가 4시간, 2조 근무자가 오후 8시 20분부터 4시간 씩 각각 파업에 나선다. 이는 지난달 27일 진행된 임금협상 잠정합의한 찬반투표에서 80%에 달하는 반대표로 부결된 이후 첫 파업이지만, 올해 임금협상 관련해서는 무려 15번째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2일 1차 재교섭 당시 임금 인상은 물론 회사 측이 '수용 불가' 원칙을 고수해 온 노조의 승진거부권과 일부 직군의 자동승진제 및 해고자 복직 등 인사 경영권 부분에 대해서도 만족할 만한 대안을 제시하라고 주장했다.
이미 노조 파업으로 1조 원이 넘는 경제적 손실을 떠안은 현대차로써는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내수는 물론 수출물량 '생산 차질' 문제는 이미 그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8월 한 달 동안 내수시장과 해외시장 모두에서 지난해 동기 대비 판매실적이 감소세를 보였다.

내수판매실적은 4만2112대로 같은 기간 17.6%가 줄었고, 국내공장 수출물량은 무려 40% 가까이 급감했다. 기아자동차 역시 내수시장에서 10.4%의 감소율을 보인데 이어 노조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로 국내공장 생산분이 23.4% 줄었다.
만일 노사 양측이 이번 주 내 접점을 찾지 못해 임금협상이 추석 연휴를 넘기며 장기화 조짐을 보일 경우 지난 상반기부터 미국 시장 진출에 나선 '제네시스' 브랜드는 물론 오는 10월 국내 시장에 첫발을 내디디는 6세대 '신형 그랜저'의 생산 차질은 불가피해진다.
특히, '제네시스'의 'G80'과 플래그십 세단 'EQ900(현지명 'G90')'은 전량 국내에서 생산돼 국외 시장에 수출되는 만큼 국내공장 생산 물량이 파업으로 급감할 경우 그 피해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 일각에서는 올해 노조 파업에 따른 현대차의 피해규모가 역대 최다 규모였던 지난 2013년 2조200억 원을 넘어설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노조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은 현대차에 '뼈아픈'일이 수밖에 없다"며 "자사 최초로 론칭한 럭셔리브랜드 '제네시스'의 경우 국내는 물론 국외시장에 현대차가 '렉서스',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 유수의 고급 브랜드와 직접 경쟁을 하기 위해 내놓은 브랜드인데 시장 진입 초기부터 노조 파업에 발목을 잡힌다면 경제적 피해 외에도 대외적 이미지에도 손실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난달 잠정합의안이 도출됐을 때만 하더라도 양측이 위기 상황에 대해 공감했다는 희망이 있었지만, 예상하지 못한 부결 소식에 회사에서도 고민이 깊어진 것은 사실"이라며 "신형 그랜저의 경우 아직 양산 체제가 확정된 상황은 아니지만, '제네시스' 브랜드의 경우 전량 국내에서 생산된 이후 수출되기 때문에 노조 파업이 장기화한다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동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인 만큼 최대한 이른 시점에 노사 양측이 원만한 합의로 절충안을 찾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