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구글이 신청한 '국내 지도정보의 국외반출 허용'에 대한 논란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안보 및 국내 공간정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지도 국외반출 여부 결정을 유보하고 추가 심의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구글은 지도데이터의 해외 반출 금지가 한국의 지리정보기술을 활용한 혁신서비스 개발을 가로 막는다고 주장했지만 정부 판단은 신중했다. 이에따라 위치기반 및 증강현실(AR)기술을 이용한 닌텐도의 포켓몬고(GO)게임의 국내 공식 출시도 다소의 시간이 소요될 것 같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일단락될 것으로 보였던 구글 지도 반출과 관련된 논란이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국토교통부 소속 국토지리정보원은 전날(24일) 제2차 '측량성과 국외반출협의체 회의'를 열고 "국내 지도정보의 국외반출건에 대해 추가적인 심의를 거쳐 반출 허용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미래창조과학부, 외교부, 통일부, 국방부, 행정자치부, 산업통상자원부, 국가정보원, 국토지리정보원 등 8개 부처가 참여했다. 회의는 반출 허용이나 불허에 대한 문제보다는 '어떤 결정이 국익에 더 도움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알려졌다.
최병남 국토지리정보원장은 "지도정보 반출이 안보에 미치는 영향, 국내 공간정보 산업에 대한 파급효과 등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한 결과 추가 심의를 거쳐 허용 여부를 신중히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2차 회의에서도 '보류' 결정이 내려진 건 지도 국외반출에 대한 찬반 논쟁이 격렬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앞서 내비게이션 지도제작 업체 등 지도 관련 사업자들은 지도데이터의 국외반출을 강하게 반대했다.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 사업자도 구글의 지도 반출 허용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구글 지도 서비스 플랫폼을 기반으로 다양한 사업 기회를 확대할 수 있다는 점을 주장하는 찬성 입장도 다수 존재했다.
구글의 지도 반출 시도는 지난 2007년부터 시작됐다. 그러나 정부는 안보 문제를 들어 반출에 반대해왔다. 구글이 요구하는 지도데이터는 1대5000의 수치지형도로, 이 지도는 땅의 기복이나 모양 등을 정확하고 상세하게 나타내고 있다. 상세지도와 구글의 위성사진이 결합했을 경우 주요 시설에 대해 타격 정밀도가 높아지는 등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구글은 10년간 여러 차례 지도 반출 허가 신청을 내고 있다. 번번이 무산되자 6월 국토지리정보원에 국내 지도데이터를 국외로 반출하겠다며 또다시 신청서를 냈다. 구글은 "한국에서 지도데이터의 해외 반출을 금지한 규제로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들이 지리정보기술을 활용하지 못해 기회의 문이 닫혀있다"며 "지도 반출을 허용하면 '포켓몬고' 등 구글 지도에 기반을 둔 각종 혁신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고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포켓몬고'가 인기를 끌자 정부의 고민은 깊어졌다. 정부는 6월 22일 1차 회의를 진행한 데 이어 이달 12일 2차 회의를 진행하려고 했지만, "25일까지 결과를 통보할 계획"이라며 결정을 미뤘다. 당시 국토부는 "구글이 요청한 지도데이터 국외반출과 관련해 각계에서 다양한 주장이 나와 심도 있는 검토·논의가 필요하다"며 회의 연기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2차 회의에도 정부 결정이 재차 미뤄지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은 이어질 조짐이다. 정부는 지도 국외 반출 요청 건에 대한 처리시한을 60일 연장했다. 이로써 오는 11월 23일까지 반출 허용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구글은 지도반출이 성사되면 한국판 구글맵의 소비자 혜택이 늘어나고, 구글 지도에 기반을 둔 신산업에도 신선한 자극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을 지속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글코리아 관계자는 "구글은 한국과 전 세계 사용자들에게 더 좋은 지도 서비스를 제공하기를 희망한다"며 "구글은 앞으로도 정부에서 지도정보 국외반출 신청과 관련해 갖고 있는 질문에 대해 성심껏 설명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