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서재근 기자]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사태로 구속 위기에 몰렸던 박동훈 르노삼성자동차(이하 르노삼성) 사장(전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이 다시 한 번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법원이 폭스바겐 배출 가스 조작 의혹과 관련, 박 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올 상반기부터 그가 국내 시장 도입에 공들여 온 모델이자 다음 달 론칭을 앞둔 프리미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QM6' 마케팅에 집중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된 것.
19일 르노삼성에 따르면 오는 21일까지 서울 한강 세빛섬에서 자사 준대형 SUV 'QM5'의 후속 모델인 'QM6'를 일반에 사전 공개하는 시티 프리뷰 이벤트를 시행한다. 정식 론칭행사는 오는 9월 1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QM6'는 급성장하고 있는 SUV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르노삼성이 작심하고 내놓은 새 모델로 르노삼성 기흥 연구소의 주도로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기술력을 더해 탄생한 전략형 SUV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박 사장의 구속 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르노삼성의 'QM6'의 마케팅 계획은 속도를 내지 못했다. 공식 출시 일정은 물론 사전계약, 마케팅 행사 일정도 그 시점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지난 2일 박 사장에게 청구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분위기는 달라졌다.
박 사장의 영장 기각이 확정 된 지 열흘 만인 지난 12일 르노삼성은 12일 'QM6' 출시에 앞서 차량의 사전 정보 제공과 고객들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QM6' 전용 마이크로사이트를 오픈하고, 부산 해운대 더베이101에서 시티 프리뷰 이벤트를 시행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에 시동을 걸었다.
르노삼성의 달라진 분위기는 자사 최초 '한국인 CEO'라는 타이틀을 따낸 박동훈 사장이 보여준 리더십과 무관하지 않다. 최근 르노삼성이 발표한 올 상반기 판매실적을 살펴보면, 르노삼성은 상반기 국내시장에서 전년 대비 25.9% 늘어난 4만6917대를 판매했다. 이는 그룹 내 또 다른 브랜드 르노(16%)와 다치아(2.7%)가 같은 기간 기록한 성장률과 비교해 두 자릿수 가량 높은 수치다.
르노삼성의 호실적은 그룹에서도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실제로 띠에리 코스카스 르노그룹 부회장은 상반기 브랜드 실적과 관련해 "르노삼성의 성장세가 가장 눈에 띄는 성과"라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국내 완성차 시장에서 '만년 꼴찌'라는 불명예까지 얻은 바 있는 르노삼성이 비약적인 성장세를 보이는 데는 박 사장이 적극적으로 추진한 중형 세단 'SM6'의 흥행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박 사장은 지금까지 준중형(SM3), 중형(SM5), 대형세단(SM7) 세그먼트에서 '3, 5, 7' 전략을 고수해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SM6'를 단순한 후속모델이 아닌 새로운 라인업으로 출시, 본사에서도 그 영업마케팅 능력을 인정받았다.
'SM6' 흥행으로 '영업통'으로서 존재감을 확실하게 드러낸 박동훈 사장은 출시를 목전에 둔 'QM6' 마케팅에 올인해 내수 '10만 대' 판매 목표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차세대 SUV에 대한 박 사장의 애정은 각별하다. 그는 지난 17일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주최 자동차업계 CEO 조찬 간담회에서도 "('QM6'가) 워낙 예쁘게 나와서 기대하는 바가 크다"며 기대를 드러내기도 했다. 앞서 지난 6월 부산 벡스코에서 진행된 '2016 부산국제모터쇼'에서는 "'QM6'는 르노삼성의 SUV 라인업 구축을 위해 매우 중요한 모델"이라며 내수 시장에서 월 4000~5000대 이상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브랜드마다 다소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통상적으로 신차를 출시할 때는 최소 1~2년전부터 철저한 시장조사 등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박동훈 사장은 부사장으로 재직했을 때부터 'SM6'를 르노삼성의 새로운 라인업으로 출시한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개발 전 과정을 진두지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QM6'의 마케팅 전략은 'SM6'의 연장선상에 있다. 유럽 시장에서 폭스바겐의 '파사트'와 직접 경쟁하는 'SM6'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한층 업그레이드된 품질, 주행감성을 제공하겠다는 박 사장의 영업 마인드에서 탄생한 결과물"이라며 "'QM6'도 폭스바겐의 '티구안'을 최대 경쟁모델로 정하고 마케팅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의 요구와 시장 트랜드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박 사장의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QM6'가 'SM6'의 전철을 밟아 흥행에 성공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