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림픽등 국제 스포츠대회에서 국가대표팀 선수들 옆엔 기업들이 있다. 기업들은 메달사냥의 든든한 후원자다. 종목별 지원에 '부익부 빈익빈'현상은 재고해야할 과제이지만 기업의 후원은 운동에 전념하는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된다. 태극전사들의 구슬땀 뒤에는 오랜 시간 묵묵히 선수단을 후원해 온 재계의 든든한 지원이 한몫을 하고 있다. 리우 올림픽 개막이 목전으로 다가오면서 올해 역시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은 적극적인 투자와 함께 응원단장을 자처하고 있다. <더팩트>에서 또 한 번의 감동과 희망의 물결을 만들어 낼 리우 올림픽 무대에서 뛸 국가대표 선수들 후원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재계의 노력을 점검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서민지Ⅱ 기자] 올림픽 철이 되면 비인기 종목의 경우 국고로부터 지원받는 금액 외의 지원이 없어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다는 안타까운 이야기들이 속속 들려온다. 전보다 상황이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 녹록지 않은 환경에 놓인 선수들이 많다. 기업들이 스포츠 발전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는 있으나 사회공헌보다는 홍보 목적에 치우쳐 인기 종목과 스타 선수들에게 후원이 집중된 형국이다. 인기와 관심에서 벗어난 종목들은 기업의 후원에서도 소외 당하고 있다.

◆'빈익빈 부익부' 종목별 후원 격차 '여전'
국가대표 선수들은 4년 만에 한 번씩 찾아오는 기회를 잡기 위해 각자의 훈련장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훈련에 집중해 왔다. 하지만 모든 선수들이 마음 편히 훈련에만 열중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국가대표 지원금과 연맹·협회 등의 활동비로 기본적인 훈련 환경은 마련됐지만, 아직 지원이 부족한 종목들이 많다.
리우 올림픽 종목 28개 가운데 대한민국 대표팀이 참가하는 종목은 근대5종, 사격, 사이클, 승마, 양궁, 레슬링, 배구, 배드민턴, 역도 등 24개 종목이다. 농구와 럭비, 트라이애슬론, 테니스 종목은 아쉽게 참가하지 못하게 됐다.
<더팩트>가 올림픽 후원 현황을 조사한 결과, 24개 종목 중 국내 재계 50위(공정거래위원회 2016년 7월 1일 기준)의 후원을 받는 연맹·협회는 12개로 나타났다. 나머지 12개 종목은 중소기업들의 후원으로 대부분 유니폼이나 용품 등을 지원받고 있으며, 이마저도 받지 못하는 종목도 있다.
특히 축구와 양궁에 '쏠림 현상'이 두드러진다. 가장 인기 있는 종목으로 꼽히는 축구의 경우 대기업인 KT와 교보생명, 금호아시아나를 비롯해 네이버, 하나은행, 코카콜라, 서울우유 등 내로라하는 기업들의 후원이 줄을 잇는다. 물론 측구의 후원 계약은 다른 종목과 좀 다른 점이 있다. 올림픽에 버금가는 국제 대회와 A매치를 많이 치러 홍보 효과가 크다는 점 때문에 후원 내용이 기업에 따라 다르고 다년 계약을 체결한다.
주 메달 획득 종목인 양궁 역시 현대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등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를 중심으로 코오롱 등의 후원이 잇따르고 있다. 이 외에도 근대5종, 사격, 사이클, 승마, 양궁, 펜싱, 핸드볼, 축구, 탁구 등은 대기업의 후원이 이어지고 있어 보다 좋은 환경에서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반면 후원이 부족한 종목들은 넉넉지 못한 환경에서 훈련을 이어가고 있다. 과거에 비해 기본적인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레슬링, 배구, 역도, 요트, 육상, 카누 등의 종목에 대한 지원은 대부분 유니폼이나 용품 등에 그치고 있다. 특별한 후원사조차 없는 조정의 경우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올림픽 효자 종목으로 불리는 유도는 메달 행진을 이어왔음에도 넉넉한 후원이 없어 다소 의아함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유도는 현재 아디다스에서 의류 및 용품 후원을, SKY하늘안과에서 진료비 할인 등의 혜택을 받고 있지만 여유롭지 않은 상황이다. 레슬링 역시 국제대회 때마다 메달 획득의 기대를 받고 있음에도 헤드와 맘스터치 등 중소기업의 지원만 있어 아쉬운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연맹이나 협회 회장 자리에 예전처럼 '재벌'들을 앉혀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그룹 수장이 연맹·협회장을 맡을 경우 후원은 자연스레 들어오게 되기 때문이다.
한 협회 관계자는 "대기업의 후원이 없어도 기본적인 훈련 환경은 보장되고 있으나 후원이 있으면 풍족한 환경이 마련되기 때문에 당연히 바라는 바다"라며 "그룹 수장이 협회장을 맡으면 고민 없이 훈련할 수 있겠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비인기 종목 "풍족한 환경 마련 어려워" 아쉬움 토로
이처럼 기업의 후원이 인기 종목으로 쏠리는 현상은 지속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설움이 익숙한 듯 스포츠계는 다소 무감각해진 모습이다. 국제대회가 다가올 때마다 '비인기 종목의 설움'이 당연한 듯 항상 거론되는 만큼 내성이 생긴 듯하다.
<더팩트>는 자세한 실정을 듣기 위해 협회와 연맹 관계자들과 수차례 접촉하며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올림픽을 앞두고 예민한 상황인 만큼 대부분의 관계자들이 다소 말을 아끼며 조심스러운 모습이었다. 이들은 "현재 기본적인 훈련 환경이 마련돼 있다"면서도 "기업의 후원이 없으면 부족한 건 사실"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금까지 특별한 지원을 받아 본 적이 없다는 한 협회 관계자는 "비인기 종목의 지원 부족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라며 "지속적으로 이런 일이 있었기 때문에 기대를 안 하고 있으며, 후원 유치가 쉽지 않다는 것 또한 알고 있다"고 속상한 마음을 내비쳤다.
또 다른 협회 관계자는 '빈익빈 부익부'라며 후원 현황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미디어나 팬들의 관심과 가성비를 따졌을 때 인기 종목에 쏠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들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긴 하나 후원에 따라 연습 환경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아쉬울 따름이다"라고 말했다.
과거 대기업의 후원을 받아오다 현재 후원이 끊긴 협회의 경우 차이점은 더욱 명확히 드러난다. 현재 특별한 후원 없이 국고를 통해 기본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는 이 연맹은 "과거 한 그룹의 회장이 연맹 회장을 맡을 당시 훈련 환경이 지금보다 훨씬 여유로웠다"며 "현재 기본적인 부분을 지원해주고 있지만 추가적인 부분을 풍족하게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씁쓸해했다.
특히나 이번 올림픽은 지난 대회 때보다 후원이 더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반적인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 기업들 역시 후원에 인색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상위권에 있는 대기업 중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현대그룹, 한진중공업 등의 경우 경영 상황은 더욱 좋지 않아 후원 등 다른 분야로 눈을 돌릴 여력이 되지 않는다.
업계에서는 기업의 후원이 사회 공헌을 목적으로 하는 만큼 주목 받지 않는 종목에 좀 더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스포츠계의 한 관계자는 "이윤을 생각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홍보 효과가 더 큰 종목에 집중하는 게 당연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후원의 목적은 '사회 공헌'이 중점이기 때문에 오히려 주목 받지 않는 종목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기 바란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