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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재곤의 세상토크] 김영란법과 '부산행', 그리고 재계
입력: 2016.07.29 05:53 / 수정: 2016.07.29 16:57

영화 부산행속 좀비를 누구는 사회적 부조리로 해석한다. 부조리와 싸우는 메시지가 영화 흥행의 한 배경이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왼쪽부터 배우 공유, 마동석, 김의성. / 영화 부산행 스틸컷
영화 '부산행'속 좀비를 누구는 사회적 부조리로 해석한다. 부조리와 싸우는 메시지가 영화 흥행의 한 배경이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왼쪽부터 배우 공유, 마동석, 김의성. / 영화 '부산행' 스틸컷

[더팩트ㅣ명재곤 기자] 당신은 공유(석우 역)입니까, 마동석(상화 역)입니까. 아니면 김의성(용석 역)입니까. 영화 ‘부산행’ 주역인 이 세 명의 캐릭터를 두고 관객들 반응은 극명하게 갈리는 것 같다.

대체로 공유와 마동석은 이타심 강한 선한 인물로, 김의성은 이기심에 똘똘 뭉친 악한 인물로 구분하는 듯 싶다. 그러면서 엄마를 찾는 딸과 임신한 아내를 위해 좀비와 사투를 벌이는 공유와 마동석 속에 자신을 일치시키고, 반면 혼자만 살기위해 다른 탑승객을 이용하는 김의성을 향해서는 야유와 주먹을 내지른다. 카타르시스 발산이다.

극중 김의성이 KTX 13호 차량 화장실에 남자 승무원 장혁진(기철 역)과 숨어있다가 기철을 좀비에게 떠밀고 좀비가 기철을 공격하는 틈을 타 도망치는 장면은 김의성의 극중 캐릭터를 여지없이 보여준다. 용석도 어찌보면 단지 살고싶은 욕구가 다른 이보다 강한 한 어머니의 아들이었는데 관객들은 그를 극도로 경계하고 거리를 멀찍이 두려고 한다.

마치 나는 절대로 그처럼 살지않겠다는 결기를 다지듯이 말이다. 아내와 함께 관람한 필자도 내심 그랬다.

연상호(38)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부산행’은 ‘더로드’의 상업적 버전이다”고 말했다. 연 감독의 토로처럼, 사실 짜임새나 주제 측면등에서 영화 ‘부산행’은 소설 ‘더로드’의 그 것과 흡사하다.

미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코맥 매카시(1933~)의 열 번째 소설인 ‘더로드(2007년 퓰리처상 수상작)’는 잿더미로 변한 문명파괴의 세상에서 인간사냥꾼에 맞서면서 아버지가 아들을 희망의 땅, 남쪽 바닷가로 데려가는 과정을 거칠게 때론 시적으로 묘사했다. ‘부산행’은 아버지가 좀비의 침탈을 피해 딸을 유일하다시피 한 해방구, 부산으로 안착시키려는 모습을 앵글에 잡았다. 종말적 비극상황에서도 절박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원초적 생존본능이 독자와 관객를 사로 잡는 작품들이다.

아들과 딸을 우선 보호하기 위해 타인을 경계하고 적대시하는 초기 맹목적 부성애나 결국은 희망의 땅에 같이 가지 못하면서 자식을 위해 자신을 버리는 아버지의 모습이 두 작품에서 겹쳐진다.

공포와 생존본능, 가족애와 처절한 희망을 적절히 버무린 '부산행'은 현재 '천만 관객'모시기에 한창이다. 흥행 질주의 요소는 여럿 있겠지만 스릴러물 오락성에 사회성 짙은 메시지를 담은 덕분이라는 평가를 내릴만 하다.

"생존자 여러분 행운을 빕니다." "저희 잘못아니죠. 저희는 그냥 시키는대로 하는 사람들이잖아요." "아빠, 아빠는 왜 자기생각만 해요.그래서 엄마가 떠난거잖아요." "원래 아빠는 그렇게 희생하는거야." 관객들이 뽑은 명대사들이다.

한 관객은 '부산행'성공의 주인공으로 '좀비'를 첫 손가락 꼽았다. "좀비는 사회의 부조리이다. 좀비는 단순한 공포의 습격자, 바이러스 감염자를 넘어 현 사회의 부조리를 상징화한 캐릭터로 보면 영화 맛이 더 난다"고 평가했다. 연 감독도 "사회는 창작의 원동력이다"고 말했다.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법)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결과를 선고하기 위해 박한철 헌법재판소 소장이 자리에 앉고 있다. 헌재는 이날 김영란법 합헌 결정을 내렸다./ 남윤호 기자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법)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결과를 선고하기 위해 박한철 헌법재판소 소장이 자리에 앉고 있다. 헌재는 이날 김영란법 합헌 결정을 내렸다./ 남윤호 기자

'부산행'이 천만관객 질주에 나선 지금, 한국사회가 아주 큰 시험대에 올라섰다. 28일 헌법재판소가 이른바 '김영란법'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합헌결정을 내렸다. 공직자의 부정청탁과 금품수수 등을 금지한 이 법은 시행령 확정과 직종별 매뉴얼 마련등의 후속작업을 거쳐 오는 9월28일부터 시행된다.

공무원과 언론인, 사립학교 관계자 등 법에 영향을 받는 대상자들이 약 400만 명으로 추산되는 만큼 우리 실생활에 기대와 우려의 큰 충격파를 던져줄 것으로 보인다. 단적으로 법 적용 대상자들이 직무와 관련있는 특정인에게서 '식사 3만원-선물 5만원-경조사비 10만원'이 넘는 수수가 이뤄지면 처벌을 받게됨에 따라 상당수 사회인들은 시대변화 적응에 멈칫멈칫거릴 것 같다.

헌재 판결후 농수축산업 종사자등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계층의 반발도 있지만 "일단 시행해보고 문제점이 있으면 보완하고 개선하자"는 여론이 공개적으로는 많다.

"기본적으로 법 취지는 사회부패를 근원적으로 없애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공직자 못지않게 여론형성과 전달의 중요한 역할을 하는 언론기관 종사자와 공동체의 문화와 가치관을 가르치고 준수해주는교육기관 종사자들에게도 금품 수수나 부정청탁을 금지하도록 규정하는 것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헌재가 밝힌 김영란법 합헌 결정의 배경이다.

우여곡절 끝에 실생활에 다가온 '김영란법'은 현실 속 부조리와의 거센 드잡이를 할 운명을 안고 있다. 우군도 있고, 우군 같은 적군도 있고, 적군도 당연히 있는 상황에서 단군 이래 제일 생경한 부조리와의 전투를 '김영란법'은 벌여야 한다. 좀비(부조리)와의 승부에서 누가 공유로, 마동석으로 나설 지 알 수 없다. 김의성도 분명 없지는 않을 게다.

고 신영복 선생은 세상의 사람을 두 종류로 대별하곤 했다. 자기보다 강한 사람에게 당당하고 자기보다 약한 사람에게 관대한 사람과, 반대로 자기보다 강한 사람에게 비굴하고 자기보다 약한 사람에게 오만한 사람으로 금을 그었다. 강한 사람에게 비굴하면서 약한 사람에게 관용적인 사람은 없다고 못박았다.

'김영란법'취지에 십분 공감하면서도 적지 않은 이들은 한편으로는 삼권분립하의 당국자들이 강한 사람에게 당당하지만 약한 사람에게는 관대해지는 지혜를 법에 불어 넣었으면 하고 바란다. 정말 상대적 혹은 절대적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큰 산업 영역이 있다면 시행령등에서 유연성을 발휘해주는 걸 검토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김영란법'이 재계의 건강한 경영활동을 옥죄고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엉뚱한' 칼로 작동해서는 절대 안 된다. 그러면 법은 외면당한다. '김영란법'이 망가진다는 것은 현실세상에 좀비가 많다는 것과 다름 아니다.

당신은 공유입니까,김의성입니까.

sunmoon41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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