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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골프도 부담된다"…'김영란법' 시대 '재계 신 풍속도'
입력: 2016.07.28 17:19 / 수정: 2016.07.28 17:19
헌법재판소는 28일 대한변호사협회와 한국기자협회 등이 제기한 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5(합헌)대 4(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더팩트 DB
헌법재판소는 28일 대한변호사협회와 한국기자협회 등이 제기한 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5(합헌)대 4(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더팩트 DB

[더팩트 | 서재근 기자] "9월 이후 모든 운동(골프) 일정은 비어 있습니다."

대기업 임원 A 씨의 스케줄표에는 9월 이후 주말에 외부 파트너와 만나는 대외 활동 일정이 거의 없다. 대신 기존에 약속을 잡아놨던 운동 약속, 저녁 자리가 모두 앞당겨지면서 8월달 일정은 자난해에 비해 빡빡한 편이다. 광복절인 8월15일도 A씨는 집에 있지 않을 것 같다고 한다.

또 다른 대기업 임원 B 씨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 B 씨는 "이달 중순부터 점심, 저녁으로 식사자리에 나가느라 업무를 제대로 볼 시간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기자 또는 업계 관계자를 만나 회사 업무 얘기를 나누다 보면 최소 2시간 정도 할애되는데 이동 시간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미팅 업무에 일과의 절반 이상을 쓴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헌법재판소는 28일 대한변호사협회와 한국기자협회 등이 제기한 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5(합헌)대 4(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헌재의 결정으로 김영란법은 애초 예정대로 오는 9월 28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공직자는 물론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언론인과 사립학교 관계자'가 사실상 법 적용 대상자에 포함되면서 홍보 및 대관업무를 담당하는 각 대기업 홍보팀은 잔뜩 몸을 움츠린 채 대책 마련에 머리를 싸매고 있다. 재계 관계자들의 김영란법 대응법을 살짝 엿보면 이렇다.

1. "골프? 방송으로 보시죠"...스크린 골프도 부담

다수 대기업에서는 김영란법이 시행되는 오는 9월 28일 이후 예정된 골프 일정을 대부분 취소하거나 법 시행 전으로 변경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수 대기업에서는 김영란법이 시행되는 오는 9월 28일 이후 예정된 골프 일정을 대부분 취소하거나 법 시행 전으로 변경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영란법에 따르면 공직자와 언론인, 사립학교 교원 등이 직무와 관련 있는 사람으로부터 3만 원이 넘는 식사 대접이나 5만 원이 넘는 선물을 받으면 안 된다.

주말 평균 20만 원에 달하는 그린피가 소요되는 골프는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말 그대로 '그림의 떡'이 된다. 캐디피와 카트사용료, 식대 등을 고려하면 한 사람당 비용이 30만 원을 훌쩍 넘기는 경우가 보통인데, 식대는 물론 선물 상한선 어디에 적용해도 법에서 정한 한도를 넘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요 대기업 임원들은 진작에 9월 이후 골프 약속을 모두 취소했다. 김영란법 시행으로 삼성(가평·안양베네스트, 글렌로스 등), CJ(제주·여주 클럽나인브릿지), 효성(웰링턴컨트리클럽) 등 골프장을 운영하는 대기업들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는 분위기다. 주말 골프의 10~15% 정도를 차지하던 골프 접대가 사실상 자취를 감추게 되면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퍼블릭 골프장이라 해도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이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 경기도 외곽의 퍼블릭 골프장의 그린피가 아무리 저렴해도 평균 8만 원 이상인 만큼 김영란법에서 정한 한도를 초과할 수밖에 없다.

한 대기업 고위 관계자는 "골프 접대는 단순히 향응을 제공하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평균 3~4시간 이상을 업계 관계자들과 대면하고 친목을 도모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고려하면,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스크린 골프도 18홀당 보통 2만원대이고 식사라도 하면 이 또한 법 저촉의 위험이 있어 마음놓고 스크린 골프도 칠수 없을 것 같다는 푸념아닌 푸념도 나온다.

2. "새 모델 나오는데…" 제품 론칭 행사 '비상'

신제품 론칭 행사 사용되는 교통편은 물론 행사 기간 제공되는 숙박, 음식물 등에 위법성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그 불똥이 고스란히 업체의 몫으로 돌아갈 수 있는 만큼 기업들은 대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신제품 론칭 행사 사용되는 교통편은 물론 행사 기간 제공되는 숙박, 음식물 등에 위법성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그 불똥이 고스란히 업체의 몫으로 돌아갈 수 있는 만큼 기업들은 대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대기업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시행하는 홍보·마케팅 활동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것이 완성차, 유통, 전자 업계에서 진행해 온 신제품 론칭행사다.

특히, 완성차 업계의 경우 고심이 깊다. 지난 15일 자사 최초 양산형 전기차 '아이오닉 일렉트릭' 시승행사를 진행한 현대자동차의 경우 올 하반기 자사 대형 세단 '그랜저'의 신모델 출시를 앞두고 있지만, 행사를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K9', 제네시스 브랜드의 'EQ900(현지명 'G90')' 등 대형급 이상 세그먼트에서 신제품을 발표할 때마다 VIP 고객을 초청해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직접 홍보를 자처하며 대대적인 론칭행사를 진행해왔지만, 김영란 법이 시행되면 행사 진행 과정에서 소요되는 식대, 대관비 등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국외에서 진행되는 '팸투어'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교통편은 물론 행사 기간 제공되는 숙박, 음식물 등에 위법성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그 불똥이 고스란히 업체의 몫으로 돌아갈 수 있는 만큼 기업에서 모든 경비를 지원하는 방식의 '팸투어'는 자취를 감출 가능성이 크다.

3. 2차? '더치페이' 어떨까요? 차제에 금주할까 고민

김영란법에서는 공직자나 언론인, 사립교원을 상대로 한 사람당 3만 원 이상의 식사비를 제공하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김영란법에서는 공직자나 언론인, 사립교원을 상대로 한 사람당 3만 원 이상의 식사비를 제공하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김영란법에서 정한 접대용 식사비는 '3만 원'이다. 대관 또는 언론 홍보를 맡고 있는 홍보팀에서 점심 또는 저녁 약속을 잡을 때 가장 신중해야 하는 부분이다. 1차로 음식점을 가고 2차로 술집 등 장소를 바꾼다 하더라도 김영란법에서는 이를 하나의 향응 제공으로 간주한다.

한 대기업 임원은 "저녁 자리에서 식사 외 가벼운 음주를 할 때도 많지만,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2차'는 아마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며 "룸살롱과 같은 유흥업소에서 수백만 원을 탕진하는 식의 접대문화는 당연히 근절해야 하는 병폐가 맞지만, 맥주 1~2잔도 마실 수 없도록 규정하는 것은 과도한 제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흥이 깊어 자칫 2차 자리를 갔다가 낭패를 당할수 있기에 이번 기회에 절주를 넘어 금주를 하겠다는 이들도 적지 않다.

4. 선물? '가격'도 문제요 '사람'도 문제다...부부간 '입조심'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공직자와 교사, 언론인, 공공기관 종사자, 그의 배우자는 직무와 관련 있는 사람으로부터 5만 원이 넘는 선물을 받아서는 안 된다.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공직자와 교사, 언론인, 공공기관 종사자, 그의 배우자는 직무와 관련 있는 사람으로부터 5만 원이 넘는 선물을 받아서는 안 된다.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가장 논란이 된 사안 가운데 하나는 '5만 원'으로 제한된 선물값이다. 한우세트, 굴비세트 등 선물의 종류와 관계없이 오는 9월 28일 이후로는 공직자와 교사, 언론인, 공공기관 종사자, 그의 배우자는 직무와 관련 있는 사람으로부터 5만 원이 넘는 선물을 받아서는 안 된다.

명절 때마다 성수기 특수 효과를 톡톡히 봤던 유통업계에서는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대형 백화점 관계자는 "명절 선물 매출 추이를 살펴보면, 대기업에서 사들이는 선물 비중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며 "김영란법 시행으로 5만 원 미만으로 선물 가격을 제한할 경우 한우와 굴비 등 기존 전통적인 국산 선물세트 판매가 급감할 수밖에 없고, 그 피해는 유통업계뿐만 아니라 국내 축산, 수산 등 농가의 몫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배우자 신고 의무 조항에 대한 지적도 진행형이다. 언론인과 사립학교 관계자는 물론 그 배우자도 목적성이 있는 금품을 받아서는 안 된다. 헌재가 이날 배우자의 금품수수 사실을 신고하도록 하고, 신고하지 않을 경우 형사처벌 하도록 하는 조항을 합헌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기업 관계자는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선물을 받는 쪽에서도 주는 쪽에서도 부담이 늘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재계 단체에서도 지적한 것과 마찬가지로 친목교류와 건전한 선물 관행마저 사라져버린다면 결국 경기 활성화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likehyo8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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