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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재곤 세상토크]'옥시 불매운동' 성공을 바라는 3가지 이유
입력: 2016.05.20 05:00 / 수정: 2016.05.19 17:40

환경운동연합등 시민사회단체들은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의 가해 기업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더팩트DB
환경운동연합등 시민사회단체들은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의 가해 기업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더팩트DB

[더팩트ㅣ명재곤 기자]“당신 아이가 죽었어도 이렇게 행동할 것입니까.” “전 국민적 불매운동이 전 세계적 불매운동으로 번져 옥시가 주저앉는 날까지 항의 활동을 이어갈 것입니다.”(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방 안의 세월호 참사’로 불리는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이 피해자 가족의 울분을 넘어 국민적 공분을 자아내고 있다. 피해자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19일 환경보건시민센터에 따르면 가습기 살균제가 원인으로 추정되는 사망자는 올 들어 41명이 늘었다. 현재까지 총 피해자는 1838명으로 사망자 266명, 생존환자 1572명이다. 가습기살균제 사용자를 감안할 때 잠재적 피해자는 30만~230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지난 2일 이른바 ‘옥시 사태’ 발생 5년여 만에 옥시측이 기자회견을 통해 피해자 가족들에게 고개를 숙인 후 우리 사회에서는 생활화학제품의 성분에 대한 불신은 ‘공포’로 확산되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는 물론 여타 화학제품에 대한 독성성분 포함여부를 두고 진실공방이 전개 중이다.

수백여 명의 사망자 등 피해자는 있으나 가해자들은 발뺌하기 여념 없고, 진정성 없는 사과와 정부의 늑장 진상규명 착수 등이 쟁점화되면서 가습기 살균제사건은 ‘방 안의 세월호 참사’로 별칭되기까지 한다.

수사당국은 영국계 다국적 기업 옥시레킷벤키저(옥시)의 외국인 관계자들 소환조사에 나섰고 정치권은 청문회를 열겠다고 하지만 피해자 가족들의 눈물을 닦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자성과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최대 가해 기업인 옥시나, 옥시의 그늘 속에 숨은 또 다른 가해 기업들은 형식적인 사과만 늘어놓고 진상규명과 피해자 배상에 대한 책임은 회피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의 부실한 화학물질 관리정책과 ‘뒷북치는’수사도 비판의 대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관련해 가장 많은 피해자를 낳은 옥시레킷벤키저가 5월 2일 오전 11시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호텔에서 첫 기자회견을 연 가운데 옥시레킷벤키저 한국법인장 아타 울라시드 사프달 대표가 피해자 가족들에게 항의받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관련해 가장 많은 피해자를 낳은 옥시레킷벤키저가 5월 2일 오전 11시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호텔에서 첫 기자회견을 연 가운데 옥시레킷벤키저 한국법인장 아타 울라시드 사프달 대표가 피해자 가족들에게 항의받고 있다.

“삼풍백화점, 성수대교, 대구지하철 화재, 세월호, 옥시 가습기 살균제...뭐 끝도 없군요. 다들 우연히도 살아남아 계시네요. 다음에도 내가 아닐수 있을까요.” 한 누리꾼의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에 대한 댓글은 우리 모두를 자조의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지 않는지 심히 두렵기까지 하다.

그렇다면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풀 열쇠는 없을까. 정답은 이미 나와 있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바로 전국적으로 호응의 열기가 날로 더해가고 있는 ‘옥시 불매운동’의 성공이 그 것이다.

불매운동은 소비자가 특정 목적을 관철하기 위해 특정 상품의 구매를 거부하는 소비자 주권운동으로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불매운동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경우는 사실상 없다.

모 그룹의 형제간 경영권 다툼이 기업 국적 논란으로 번질 때, 모 피자업체 회장의 갑질 폭행논란 때, 다국적 가구업체의 독도를 뺀 일본해 표기 때도 불매운동이 일었지만 일시 현상으로 사실상 흐지부지됐던 게 우리의 현주소다.

어떤 이유에서든지 사회적 이슈에 대한 감시와 비판 여론이 시간이 가면서 느슨해지고, 새로운 이슈가 불거지면서 희석되는등의 ‘망각’속에서 아직까지 소비자 주권 확보와 억울한 피해자 구제를 위한 불매운동이 의미있게 성공한 적이 없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옥시 시민 불매운동은 크게 3가지 이유에서 ‘성공한’소비자 운동으로 자리매김하기를 바라고 행동에 옮기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필자도 그 중의 한명이다.

가습기 살균제 논란으로 옥시 불매운동이 확산되면서 최근 옥시의 매출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팩트 DB
가습기 살균제 논란으로 옥시 불매운동이 확산되면서 최근 옥시의 매출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팩트 DB

첫째, 옥시측의 진정성있는 사과를 받기위해서다.

피해자 가족이 최근 영국 옥시 본사에 항의 방문을 갔을 때 옥시 측이 보여준 태도는 피해자를 한번 더 절망에 빠트렸다. 피해자 가족 김덕종(40)씨는 “영국 옥시 CEO를 만났지만 그는 ‘profound regret'(심히 유감스럽다)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고 언론에 밝혔다. “한국에 와서 공식적으로 사과하라”는 요구에 옥시측은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옥시 본사가 피해자와 소송을 앞두고 있고 한국에서의 불매운동 기류가 심상치 않기에 언론플레이차원에서 면담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옥시는 사건 발생 5년뒤 사과에 대해 충분한 보상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는 궁색한 이유를 댔다.

둘째, 우리 기업들에게 반면교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사회적 책임을 도외시한 기업, ‘갑질’로 비난을 한 몸에 받는 오너 및 경영진들 사례를 우리는 근래 적지 않게 봐왔다. 지금도 롯데마트 홈플러스 애경 SK케미칼등 옥시뒤에 숨어서 가슴 졸이는 기업들이 있다.

국민들은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로 가장 많은 피해자가 나온 만큼 옥시에 큰 반감을 가지고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지만 옥시류(類)의 기업을 용서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부도덕한 기업 옥시가 시장에서 퇴출되는 선례가 있어야 다른 기업들도 긴장하지 않을까”라는 댓글의 의미를 소비자 입장에서 기업들이 곱씹어봐야 한다. 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위해 우리도 징벌적 보상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셋째, 소비자 주권 강화를 위한 정책당국의 인식전환을 기대하고 싶어서다.

“지난 5년간 환경부는 ‘가습기 살균문제는 환경문제가 아니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환경부의 이런 태도 때문에 검찰수사가 지체되면서 수백명의 피해자가 양산됐다"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모임등의 목소리를 외면해서는 안된다.

”왜 내가 (피해자들과)대화해야 하느냐“라는 정잭당국자의 발언에 많은 국민들은 혀를 찬다. 유독성 가습기 살균제의 원료공급, 제조, 판매업체는 물론 이를 관리감독하는 정부도 일단의 책임을 피하기는 힘들 것이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않는다면 국가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에도 예외없이 달린 댓글이다.

sunmoon41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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