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황진희 기자] 최근 대법원이 가입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우에도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놓은 가운데, 금융당국도 이에 발맞춰 자살보험금 미지급 생명보험사에 제재를 가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에 따라 그동안 자살보험금 지급에 소극적 태도를 보였던 생명보험사들이 미지급 자살보험금을 지급할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8일 생보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전날 삼성·한화·교보·ING생명 등 자살보험금을 미지급한 16개 생보사를 소집해 “상법상 2년(2014년 법 개정 이후엔 3년)인 보험청구권 소멸시효가 지난 계약 건을 포함해 현재까지 미지급한 자살보험금을 모두 지급하고, 매달 자살보험금 신청 및 지급내역을 금감원에 보고하라”고 권고했다. 이와 함께 보험금 미지급에 대한 제재 절차를 밟을 계획이라고 전달했다.
이는 지난 12일 대법원이 사망한 박모 씨의 부모가 교보생명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낸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대법원은 "원칙적으로 자살이 보험금 지급사유는 아니지만, 약관에 내용이 있다면 보험금 지급 사유로 본다"며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교보생명이 정한 특약조항은 ‘책임개시일로부터 2년이 경과한 후에 자살한 경우’에도 특약 보험금이 지급되는 것으로 이해될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동안 보험사는 자살을 재해로 판단하지 않고 일반사망보험금만 지급해왔다. 재해사망보험금은 일반사망보험금의 2~3배에 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생보사들의 최근 5년간(2011년~2015년 4월)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은 총 1011억 원, 건수는 1564건이나 된다. 같은 기간 재해사망특약 보험금 지급 청구를 받았음에도 지급하지 않은 건은 1478건으로 990억 원 규모다. 업계에서는 자살 통계 등을 감안하면 생보사들이 자살보험금으로 1조 원 이상을 추가 지급해야 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금감원이 자살보험금 미지급분에 대한 제재 절차에 돌입하면서 생보사들도 그동안 미뤄왔던 자살보험금 지급을 고민해야하는 상황이 됐다. 금감원은 자살보험금 미지급이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의 제5조(제재대상 위법·부당행위)에 명시돼 있는 ‘금융관련법규를 위반하거나 그 이행을 게을리 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검사결과 조치에 따른 금융기관 제재는 ‘기관주의-기관경고-위법내용의 공표 또는 게시요구-계약이전의 결정-위법·부당행위 중지-영업점의 폐쇄, 영업점 영업의 전부 또는 일부 정지-영업·업무영업 일부 정지-영업 인허가 또는 등록 취소, 영업·업무 전부 정지’순으로 징계 수위가 높아진다.
다만 생보사들은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 지급건에 대해선 지급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어 자살보험금 지급은 앞으로 상당한 진통이 뒤따를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