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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입법 예고, 재계 "헌재 판단 기다려야" 신중
입력: 2016.05.12 10:27 / 수정: 2016.05.12 10:27
국민권익위원회가 일명 김영란법을 입법 예고한 가운데 재계 등 경제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더팩트DB
국민권익위원회가 일명 김영란법을 입법 예고한 가운데 재계 등 경제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더팩트DB

[더팩트ㅣ박대웅 기자] "헌재의 판단을 지켜봐야할 것 같습니다."

국내 재계 서열 10위권 내 대기업의 복수 관계자들은 12일 한 목소리로 입법 예고된 김영란법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이어 "대응 방안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국민권익위원회는 공직자 등의 댓가성 접대를 근절하기 위해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을 9일 입법예고했다. '김영란법' 적용 대상은 모두 300만여명으로 추산되며 공무원, 공기업 직원, 국공립 교직원, 사립학교 임직원, 사학재단 이사진, 언론인 그리고 이들의 배우자까지 포함된다. 김영란법은 오는 9월28일 시행된다.

하지만 김영란법의 시행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입법 취지는 공감한다면서도 정치권은 연일 '우선 시행'과 '보완 시행' 등으로 엇갈리며 다투고 있고, 재계와 유통업계 등 경제계는 벌써부터 김영란법이 민간소비를 위축하게 하고 국가 경제를 흔들 것이라고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김영란법은 ▲1인당 식사비 3만원 ▲선물은 5만원 이하 ▲1시간 강연료 100만원 이하 ▲경조사비 10만원 이하 ▲직무연관성 유무에 따라 벌금형을 골자로 하고 있다. 직무 연관성이 있다면 100만원 이하 금품을 받을 시 받은 금액의 2~5배를 과태료로 내야하고, 직무 연관성이 없더라도 1회 100만원 또는 1년간 300만원이 넘는 금품을 받을 때는 3년 이하의 징역,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김영란법 입법 예고에 재계와 유통업계, 화훼업계, 외식업계 등 경제계 전반이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더팩트DB
김영란법 입법 예고에 재계와 유통업계, 화훼업계, 외식업계 등 경제계 전반이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더팩트DB

유통업계는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국내 대형 백화점 관계자는 "선물 가격대를 5만 원 미만으로 맞추기 위해 낱개로 소량 포장하는 방법 등을 고민하고 있다"면서 "한우와 굴비의 경우 답이 없다"고 말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가공식품이나 공산품의 경우 5만 원대 선물세트 구성이 가능하겠지만, 정육이나 수산, 과일 등 신선식품의 경우 가격 통제가 어려운 만큼 고민이다"고 설명했다.

화훼업계도 반발하고 있다. 임영호 한국화훼협회장은 "현재 10만~15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는 난이나 화한 등 선물·경조사용 화환이 현실과 동떨어진 김영란법이 시행될 경우 직격탄을 맞게 될 것"이라면서 "화훼 종사자들은 생존권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식사 한도를 3만 원으로 설정한 것에 대해 외식업계는 매출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외식업중앙회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은 10일 '외식업 영향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외식 업계 연간 매출이 약 5%(4조1500억 원)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외식업 중 질 높은 고가의 음식을 제공하는 업종이 직격탄을 맞는다. 메뉴별로 서양식이 60.3%로 가장 큰 영향을 받았고 이어 일식(45.1%), 한정식(35.9%) 순으로 나타났다. 또한 주점업은 서양식에 이어 50.6%의 매출 감소가 예상돼 2위를 차지했다. 이 밖에도 스포츠레저, 전통 상품 등도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재계 일각에서는 외국 기업과 형평성을 거론하며 김영란법을 '인간관계 단절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재계 관계자는 "9월28일 이후로 골프 등의 약속을 잡지 않고 있다"면서 "외국 기업들은 바이어들을 초청해 1인당 수백달러의 행사 등을 개최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고 밝혔다. 이어 "김영란법이 현행대로 시행된다면 관계 구축에서 어려운 점이 많을 것 같다"고 말했다.

말 많은 김영란법 시행의 최대 변곡점은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월 대한변협 등은 헌법재판소에 김영란법에 대해 위헌확인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김영란법이 선출직 국회의원을 제외하고 언론인과 사립교원 등을 적용 대상으로 한 조항과 배우자 신고 의무 조항이 우리 헌법이 규정한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해 위헌이라는 주장이다. 헌재는 김영란법 심판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고 지난해 말 공개변론을 열어 당사자들의 쟁점 의견을 수렴하는 등 심리 중이다. 헌재는 오는 9월 김영란법 시행 전에 결론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헌재 심판 결과 위헌 판정을 받게 되면 해당 조항은 곧바로 효력을 잃게 되고, 법의 수정도 불가피하다. 비록 합헌 결정이 난다고 하더라도 다른 청구인이 헌법소원을 추가로 제기할 가능성이 농후한 만큼 김영란법 관련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김영란법은 2012년 김영란 당시 국민권익위원장이 발의한 법으로 관경유착, 정경유착과 공직자 부패를 차단하고 관피아 사슬을 끊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bdu@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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