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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재곤 세상토크]허창수의 전경련,'어버이연합'을 말해야 한다
입력: 2016.04.29 05:00 / 수정: 2016.04.29 07:57

허창수 GS회장이 지난해 2월10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전경련 제54회 정기총회에 참석해 개회사를 하고 있다. 허 회장은 이날 전국경제인연합회 35대 회장으로 선출됐다/더팩트DB
허창수 GS회장이 지난해 2월10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전경련 제54회 정기총회'에 참석해 개회사를 하고 있다. 허 회장은 이날 전국경제인연합회 35대 회장으로 선출됐다/더팩트DB

[더팩트ㅣ명재곤 기자] #1. “우리는 지금 부정축재를 한 기업인들을 구속했습니다. 그들을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옳다고 보십니까.”(박정희 소장) “정부를 하나의 회사라고 가정한다면 세금을 받아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바로 정치경영입니다. 그러니 세금을 내는 기업인들은 모두 처벌하다면 경제할 사람은 아마 없어지게 될 것 입니다.”(이병철 사장)

삼성문화사가 발행한 ‘한국재벌 이병철 삼성그룹’의 한 내용이다.

5·16 군사쿠데타 직후 당시 삼성물산 이병철 사장은 부정 축재자 처리 방법으로 ‘투자명령’을 내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박정희 소장에게 건의했다고 한다. 물의를 빚은 경제인들이 공장을 세워 국가에 헌납하게 되면 기업도 살리고 효과적인 경제운영도 꾀할 수 있다는 게 ‘투자명령’개요였다. “그럼 투자는 누가 결정합니까.”(박 소장) “정부는 원칙만을 제시하고 부문별 투자문제는 기업인들에게 맡겨 주십시오.”(이 사장)

1961년 7월 17일 전국 경제인 연합회(전경련)모태인 ‘경제재건 촉진회’가 설립된 주 배경이다. 정부의 투자명령을 실물경제에 접목시킬 재계 새 모임체가 필요한 시기였다. 한달 뒤 8월16일 경제재건 촉진회는 ‘한국 경제인 협회’로 개칭하고 이병철 사장을 협회장으로 선출했다. 1968년 한국경제인협회는 문호를 개방하면서 재차 ‘전국 경제인 연합회’로 문패를 바꿔 단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보수단체 어버이연합에 거액의 자금을 지원했다는 의혹에 지난 20일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더팩트DB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보수단체 '어버이연합'에 거액의 자금을 지원했다는 의혹에 지난 20일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더팩트DB

#2. ‘전경련은 자유시장경제의 창달과 건전한 국민경제의 발전을 위하여 올바른 경제정책구현과 우리 경제의 국제화를 촉진하고자 합니다.’<전경련 정관 제1조>

창립 55년째인 전경련이 최근 비경제적 이슈로 홍역을 톡톡히 치르고 있다. 보수단체인 어버이연합에 수 억원의 자금을 우회 지원했다는 의혹이 일면서 일부 시민단체는 물론 정치권까지 전경련을 거세게 몰아치는 국면이다.

전경련의 자금이 보수단체의 ‘관제 집회’에 유용됐다는 정황들이 속속 나오면서 전경련 정체성을 두고 비판 여론이 거세다. 급기야 진보성향 시민단체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전경련에서 보수성향 시민단체인 어버이연합측에 자금을 지원한 의혹이 있다”며 지난 21일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진상규명 TF(테스크포스)팀을 구성,국회차원에서 전경련과 어버이연합과의 유착관계를 파헤치겠다고 칼날을 세우고 있다. “자신의 이해관계가 아닌 정치적 집회에 전경련은 국민앞에 솔직히 답해야 한다. 전경련이 불필요한 침묵을 계속하면 의혹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며 더민주당측은 전경련을 매섭게 다그치고 있다.

하지만 전경련은 의혹 발발 십여일이 지나도 “확인해 줄수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 중이다. 의혹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자 의혹은 의혹을 낳는 형태로 파문이 정치 쟁점화 되는 모양새다. 어버이연합측과 청와대 한 행정관의 연결고리가 드러난 이상, 여소야대의 정국에서 이번 파문이 쉽게 가라앉기도 힘들 것 같다.

“정부는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고, 기업은 친정부 단체를 후원하는 검은 고리가 형성돼 있다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는 비판적 시각이 진실로 밝혀진다면 전경련은 산업 구조조정기에 재계의 입장을 대변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전경련의 보수단체 어버이연합에 대한 자금우회지원 의혹이 정치 쟁점화되면서 재계 맏형격인 전경련이 홍역을 겪고 있다. 사진은 민생구하기 입법촉구 천만 서명운동에 현대차그룹과 포스코그룹,SK그룹(위쪽부터 시계방향) 경영진이 동참하는 모습. / 현대차, 포스코, SK제공
전경련의 보수단체 어버이연합에 대한 자금우회지원 의혹이 정치 쟁점화되면서 재계 맏형격인 전경련이 홍역을 겪고 있다. 사진은 '민생구하기 입법촉구 천만 서명운동'에 현대차그룹과 포스코그룹,SK그룹(위쪽부터 시계방향) 경영진이 동참하는 모습. / 현대차, 포스코, SK제공

#3. 허창수 전경련 회장(GS그룹 회장)은 ‘재계의 신사’로 불린다. 일상 언행이 튀지 않고 겸손하고 절제된 행동과 성격 때문에 붙은 애칭이다.

허 회장이 2년 임기인 전경련 회장직을 지난 2011년부터 3연임하고 있는 것은 그의 유연함과 겸손함등이 호평을 받고 있는 덕택이라고 주위에서는 평가한다. 그에게 ‘특별한 적(敵)’이 없는 데는 다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다.이런 허 회장이 경제외적 문제로 최대의 난관에 봉착해 있다. 다름 아닌 전경련의 어버이연합 자금우회지원 의혹이 그 것이다.

다음 달 1일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방문 경제사절단 일원으로 허 회장은 주목을 받게 된다. 언론은 나라경제 차원에서 해운, 중공업등의 산업구조조정에 대한 재계의 입장도 궁금하겠지만 ‘뜨거운 감자’ 어버이연합과의 관계를 허 회장에게 질문을 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 같다.

만약 질문을 받는다면 허 회장이 ‘분명한 대답’을 전경련 수장의 자격으로 해줬으면 하는 게 필자의 개인적 바람이다.요청의 이유는 간단하다. 전경련이 정치적으로 자유로운 만큼 자유시장경제 창달의 근본 동력을 확보할수 있기 때문이다.

세간에서는 보수단체에 들어간 자금의 성격과 출처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온갖 추측이 난무하다. 전경련이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협동중앙회등 여타 경제 단체와 확연하게 다른 점은 순수 민간경제단체라는 것이다. 특별법에 따라 설립된 단체와는 달리 민간 경제인들의 자발적 의지에 따라 현재 제조 금융등 619개 회원사의 ‘입’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허 회장이 재삼 인식했으면 한다.

더불어 이번 사건에서 전경련이 책망을 받을 게 있다면 허 회장이 짊어지고 털어버리는 게 ‘신사다운’ 모습이다. 전경련이 정경유착의 구태 이미지나 정치권력의 굴레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 2016년의 전경련은 1961년 그때와는 달라야 한다.

sunmoon41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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