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서재근 기자]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를 살펴보면 어느 순간부터 일반 '세단'형 모델 못지않게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비중이 높아졌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그곳이 도심이든 야외든 상관없이 말이다.
캠핑, 등산 등 야외활동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도 주요한 원인으로 꼽을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최근 완성차 업계에서 내놓은 승용차와 비교해 손색없는 편의성과 안락함을 갖춘 SUV 모델을 개발한 것도 한몫을 차지한다.
국내외 메이커들이 SUV 개발에 열을 올리면서 어느덧 SUV는 '크고, 무겁고, 남자들의 탈것'이라는 이미지를 버리고 '소형 SUV'라는 틈새 시장까지 공략하고 나섰다.
기아자동차(이하 기아차)가 최초로 개발한 하이브리드 SUV '니로'는 이 같은 시장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내놓은 전략형 모델이다. '하이브리드 SUV'. 낯설고도 생소한 '니로'의 타이틀은 신차의 연비에 대한 예비 고객들의 궁금증을 자아낼 것이다.

"정말 연비가 좋을까?" "하이브리드 방식이 과연 SUV와 어울릴까?"
어떤 차를 사야할 지 고민하고 있을 사람들의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7일 서울 광장동 워커힐 호텔에서 경기도 양평 봄파머스 가든까지 왕복 116km 구간을 달려봤다.
차량 운전석에 오르기 전 내외관 디자인 부분을 살펴보면, 우선 자동차의 첫인상을 결정짓는 외관은 기자들 사이에서도 크게 '세련됐다'는 쪽과 '심심하다'는 쪽으로 평가가 엇갈린다.
'도심형 SUV'라는 콘셉트에 맞게 곡선 라인을 강조하면서도 기아차 디자인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호랑이 코 그릴 등을 적용해 스포티한 이미지를 강조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지만, 윗급 모델인 '신형 스포티지'의 디자인이 워낙 강렬했기 때문일까. 일부는 '니로'의 얌전한 이미지가 마치 2세대 '투싼ix'와 비슷하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내부에는 베이지 톤 내장재를 기본으로 센터페시아를 비롯해 차량 곳곳에 블랙 하이그로시를 적용했다. 현대기아자동차의 '싼타페', '쏘렌토'와 같은 대형 SUV의 느낌은 아니지만, 최근 출시된 경쟁사의 소형 SUV와 비교해 확실히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강조한 회사 측의 노력이 엿보인다.
그렇다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연비와 '달리기 성능'은 어떨까.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니로'는 국내에서 최초로 개발된 하이브리드 SUV다. 다수의 하이브리드 모델이 특유의 정숙성을 뽐냈듯이 '니로' 역시 정숙성만큼은 탁월하다.
전기모터와 병행해 동력을 발휘하는 하이브리드 모델답게 시동 버튼을 누르면 가속페달을 밟기 전까지 소음과 진동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특히, 디젤 SUV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자칫 시동이 걸렸다는 사실조차 느끼기 어려울 정도다. 다만, 시속 100km 이상 구간에서는 이따금씩 약간의 풍절음이 새어나오지만, 이 역시 운전을 거슬리게 하는 정도는 아니다.
니로는 회사 측이 하이브리드 전용으로 개발한 신형 카파 1.6 GDI 엔진(최고 출력 105마력, 최대 토크 15.0kgf.m)과 32kW급 모터 시스템(최고 출력 43.5마력, 최대 토크 17.3kgf.m)이 적용, 제원상으로 최고 출력 141마력, 시스템 최대 토크 27.0kgf.m의 동력성능을 발휘한다.

사실 이 같은 수치들은 일반이 이해하기에 친숙하지 않을 수도 있다. 우선 초반 가속 구간인 시속 30km 구간까지는 전기 모터의 힘으로 주행하는 만큼 부드럽게 움직인다. 일상에서 가장 많이 활용하는 시속 80~100km 구간까지 부드럽게 가속이 이어지고 시속 120km까지도 무리는 없다.
기아차가 공개한 니로의 연비는 ℓ당 19.5km(정부공동고시 신연비, 16인치 휠 기준)다. 웬만한 경차보다 훨씬 뛰어난 '니로'의 연비가 실제 주행에서도 그 수치를 유지할지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지만, 결과는 기대 이상이다.
이날 시승행사에 참여한 100여 명의 기자단의 평균 연비는 ℓ당 24km였다. 기자가 저속과 고속주행을 오가며 운전하며 기록한 평균 연비 역시 ℓ당 21km로 제원상 수치를 앞섰다. 최근 기름값이 야금야금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 정도 연비라면 충분히 경쟁력을 갖췄다고 평가해도 무리는 없어 보인다.
단, 한 가지 알고 있어야 할 부분이 있다. 만일, '니로'의 구매 목적이 높은 연비 효율성에 두고 있는 사람이라면, 시속 130km를 넘어서는 고속 주행은 하지 않는 편이 낫다. 토요타의 '프리우스'와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은 물론 현대기아차가 앞서 내놓은 세단형 '하이브리드' 모델도 마찬가지지만, 오르막 구간과 고속 주행에서는 연비가 일반 디젤차 수준으로 낮아진다.

마지막으로 평가할 부분은 '니로'의 실내공간과 적재성 등 SUV로서 갖춰야 할 실용성이다. '니로'는 전장 4355mm, 전폭 1805mm, 전고1545mm, 축거 2700mm의 제원을 갖추고 있다. 특히, 축거는 동급 최고 수준이다.
실제로 신장 180cm인 성인 남성이 뒷자리에 앉으면 앞좌석 시트와 무릎 사이에 15~20cm 정도 공간이 확보, 경쟁사의 동급 모델 대비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무엇보다 트렁크 공간의 활용도에서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니로의 트렁크 용량은 427ℓ로 국산 소형 SUV 가운데 최대의 적재공간을 확보했다. 여기에 2열 시트를 접어 적재공간으로 활용할 경우 최대 적재량이 1425ℓ에 달한다.

니로의 판매 가격은 트림별로 ▲럭셔리 2327만 원(이하 개소세 및 교육세 세제혜택 적용) ▲프레스티지 2524만 원 ▲노블레스 2721만 원이다. 여기에 취득세 감면(최대 140만 원), 공채 매입 감면(서울시 기준 최대 200만 원), 구매보조금(100만 원) 등의 정부지원 혜택 등을 적용하면 실제 구매 가격은 ▲럭셔리 2235만 원, ▲프레스티지 2445만 원 ▲노블레스 2655만 원 수준으로 표시가격보다 66~92만 원 가량 낮아진다.
SUV 특유의 실용성, 하이브리드 모델의 경제성을 고루 갖춘 '니로'는 소형 SUV 구매를 고려하고 있는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역할을 하기에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