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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근의 Biz이코노미] '물보다 연한' 재벌 가족 분쟁의 아쉬운 이유
입력: 2016.04.06 11:55 / 수정: 2016.04.06 11:55

재벌가의 잇단 집안 다툼과 일부 재벌 총수 일가의 갑질 등 재벌의 비상식적이고 비도덕적인 행태가 이어지면서 이들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피죤에선 회장 아들이 회장인 아버지와 대표인 누나를 수백억 원 규모의 횡령·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 더팩트DB

재벌가의 잇단 '집안 다툼'과 일부 재벌 총수 일가의 '갑질' 등 재벌의 비상식적이고 비도덕적인 행태가 이어지면서 이들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피죤에선 회장 아들이 회장인 아버지와 대표인 누나를 수백억 원 규모의 횡령·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 더팩트DB

[더팩트 | 서재근 기자] 가화만사성이란 집안이 화목해야 모든 일이 잘 된다는 한자성어다. 뜻은 쉬우나 의미는 아주 깊다. 누구나 알면서도 실천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일부 재벌가의 비상식적 집안 내 재산 다툼이 대다수의 건전한 기업 이미지를 해치고 있다.

롯데그룹에서 벌어진 '형제의 난'은 사실상 동생의 승리로 일단락되는 모양새지만, 재계 오너 일가 간 물고 뜯는 감정싸움은 회사의 규모 여부에 상관없이 꼬리를 물고 이어져 보는 이의 한숨을 자아낸다. 부모와 자식은 물론 형과 동생 간 법정 공방을 이어가며 이쪽에서 '으르렁', 저쪽에서 '으르렁'하는 모양새를 보고 있자면 눈살을 찌푸리며 봤던 TV 속 막장 드라마를 그대로 보고 있는 듯하다.

지난 2월에는 국내 대표 섬유유연제 제조업체인 '피죤'의 이윤재 회장의 아들 이정준 씨가 아버지로부터 경영권을 물려받은 누나 이주연 피죤 대표와 이 회장을 수백억 원 규모의 횡령·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아들의 고발 내용은 아버지와 누나가 회삿돈을 빼돌린 시점, 방범 등 매우 적나라하다. 물론 이 내부 고발이 회사 최고 경영진의 부정비리에 대한 한 오너 일가의 '양심 고백'이라면 그 행위 자체를 흠잡을 수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재계 일각에서는 이번 고발 건이 '부녀 승계'에 반기를 든 아들의 경영권 확보를 위한 밑그림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물론 검찰의 수사 결과가 가장 중요하겠지만, 이정준 씨가 검찰에 "사법부를 조롱하는 누나와 아버지를 엄중 처벌해 달라"고 간곡히 요청한 것을 고려하면 경영권 다툼의 한 종류로 바라보는 시선도 무리한 해석은 아닌 듯싶다.

지난달 28일에는 금호가(家) 형제 갈등의 중심에 선 동생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 측이 아시아나항공 정기 주주총회에서 형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부실경영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의 수위를 높이며 갈등의 불을 다시 지폈다.

동생 측은 회사 2대 주주로서 당연한 '주주권 행사'라는 견해를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법정 공방을 이어가고 있는 두 형제간 불편한 심기를 간접적으로 보여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박삼구, 박찬구 회장 두 형제는 지난 2010년부터 지금까지 크고 작은 법정 분쟁을 이어가고 있다.

효성그룹 역시 '형제의 난'이 진행형이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차남 조현문 전 부사장은 "조현준 사장이 법인의 수익과 무관한 거래에 투자하는 등의 수법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며 아버지는 물론 형 조현준 효성 사장을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효성가 차남의 법정 소송도 결국엔 '경영권'이 그 시발점이다.

물론 모든 재벌 총수와 그 가족들이 비윤리, 비상식적인 행동을 하지는 않겠지만, 잊을 만하면 발생하는 일부 대기업 오너 일가의 '가족 분쟁'과 '갑질'은 재벌에 대한 이미지를 깎아내리고 있다.

재벌가의 집안싸움이 아쉬운 이유는 이 같은 행태가 결국 오너 일가 개인을 넘어 기업 전체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회장', '부회장' 등 최고경영진을 나타내는 명패를 가진 사람들끼리 물고 뜯는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과연 좋은 시선으로 바라볼까.

특히 최근 잇달아 터진 대기업 '갑질 논란'을 보면 재벌가 행태는 참 이율배반적이 아닐 수 없다. '남들과 다르다'는 특권의식, '더 높은 계급'이라는 권위의식을 버리지 못하면서도 '권력' 앞에선 부모형제도 적으로 만들어버릴 수 있다는 상식 밖의 사고를 아무렇지 않게 하고 있으니 말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란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사회적 책임과 도덕적 의무를 뜻하는 말이다. 남들보다 더 많은 부와 더 높은 사회적 지위에 올랐다면 권력 앞에 가족을 등지고 타인을 함부로 여기는 행동이 아닌 그에 걸맞은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 재벌들 스스로 노력하고 자성해 '존경받는 재벌'이라는 표현이 더는 우리에게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

likehyo8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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