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영풍제지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이무진 회장이 지난해 회사로부터 9억8500만 원의 보수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이무진 회장 아내 노미정 부회장. / 더팩트 DB,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오너 일가에 대한 '폭탄 배당' 논란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던 영풍제지가 퇴진한 이무진 회장에게 지난해 9억8500만 원의 보수를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영풍제지가 30일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1일 회사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이무진 회장은 지난해 급여 8억8000만 원, 상여 1억500만 원을 포함해 모두 9억8500만 원의 보수를 받았다.
이무진 회장은 지난 11일 회사 대표이사직을 회계사 출신 김동준 사장에 넘기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지난해 12월 35세 연하 부인인 노미정 영풍제지 부회장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큐캐피탈파트너스가 운영하는 그로쓰제일호에 경영권을 포함한 보유 주식 1122만1730주(50.54%)를 매각한지 4개월여 만이다.
이무진 회장 부부가 잇달아 영풍제지의 경영권에서 손을 떼자 일각에서는 오너 일가가 사실상 '손 털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영풍제지의 실적은 노미정 부회장이 최대주주에 오르고 경영권을 물려받은 지난 2012년부터 뒷걸음질 치고 있다. 노미정 부회장은 지난 2008년 35세 연상인 영풍제지 창업주 이무진 회장과 결혼한 이후 지난 2013년 1월, 이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 55.63% 전량을 물려받고 본격적으로 경영에 참여했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영풍제지의 영업이익은 지난 2012년 165억 원에서 2013년 35억6813만 원, 2014년 8억6498만 원으로 해마다 급감했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21억7263만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노미정 체제' 전환 이후 4년여 만에 '적자 회사'라는 불명예를 얻게 된 것이다.
더욱이 업계에서는 영풍제지의 경영에 '빨간불'이 켜진 데는 실적과 역행하는 '고액 배당'이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고 입을 모은다. '노미정 체제'가 유지된 3년 동안 영풍제지의 시가 배당률은 1%에서 10%대로 크게 불어났다.
실적 악화에 따른 유동성 위기 속에서 노미정 부회장이 받은 배당금 규모는 무려 74억여 원에 달한다. 오너 일가 '배불리기' 논란 속에 '현대판 신데렐라'라는 꼬리표를 달게 된 노미정 부회장이지만, 결국 주식담보대출 상환을 위한 '실탄'을 마련하지 못하고 보유 주식 전량을 매각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무진 회장의 퇴진은 영풍제지의 '여인천하' 시대가 막을 내린 것과 무관하지 않다"며 "노미정 부회장의 경영권 포기가 사실상 눈덩이처럼 불어난 주식담보대출금에서 비롯된 만큼 오너 일가의 경영 능력은 시장에서도 이미 신뢰를 잃었다. 지휘봉을 잡은 김동준 사장이 경영 정상화에 성공할지는 미지수지만, 영풍제지 창업주 일가의 '입김'이 더는 예전 같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