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알파고’ 로보어드바이저 경쟁, 불완전판매 우려는?
  • 황진희 기자
  • 입력: 2016.03.17 11:21 / 수정: 2016.03.17 11:21

증권사와 은행들이 지난해 말부터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앞다퉈 출시하며 고객들의 투자를 부추기고 있다./ 더팩트DB
증권사와 은행들이 지난해 말부터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앞다퉈 출시하며 고객들의 투자를 부추기고 있다./ 더팩트DB

[더팩트ㅣ황진희 기자] 구글의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가 바둑 대결에서 인간을 이긴데 이어 로봇이 자산 관리를 해주는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로봇자문가)’가 수익률 측면에서 펀드 매니저를 앞서는 경우가 나타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은행과 증권사 등 금융권에서는 앞다퉈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오픈하며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로봇(Robot)과 자문 전문가 어드바이저(Advisor)의 합성어로 금융권에서 사람이 아닌 로봇이 자산을 관리하는 서비스를 일컫는 말이다. 그동안 자산관리 서비스가 고액자산가의 전유물이었던 것과 달리, 로드어드바이저를 통해 모든 가입자들이 싼 값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시행 초기라는 점에서 여전히 한계점이 존재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불완전판매 논란과 함께 수수료 문제 등 여러 문제점이 노출되면서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금융권, 앞다퉈 로보어드바이저 선보여

로보어드바이저 개발에 가장 먼저 속도를 낸 곳은 증권사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말 업계 최초로 자체 개발한 로보어드바이저 ‘QV로보어카운트’를 내놓은 이후 4월 중 상품과 연계시켜 판매에 나설 계획이다.

QV로보어카운트는 로보어드바이저가 고객의 기호에 따라 종목 추천 등을 해 주고 일정 수수료를 받는 랩어카운트(Wrap Account) 형태로, 일임형 ISA 고객 공략의 선방에 세운다는 전략이다.

현대증권 지난달 말 알고리즘·빅데이터 분석에 기반을 둔 자산운용서비스 ‘현대 에이블(able) 로보랩’을 출시했다. 현대 에이블(able) 로보랩은 빅데이터 및 머신러닝(기계학습)을 통해 개별종목을 추천하고 고객 성향에 맞춰 운용전략을 제공하는 자산관리 서비스다. 현대증권은 이를 위해 국내 로보어드바이저 자문사인 쿼터백투자자문 및 밸류시스템투자자문과 자문계약을 맺었다.

유안타증권은 지난 1월 말 로보 어드바이저 기능이 포함된 홈트레이딩 시스템인 티레이더2.0을 선보였고, 동부증권은 이번 달 초 포트폴리오 배분과 운용 업무 등을 볼 수 있는 인공지능 프로그램 ‘아이로보 알파’를 내놨다.

대우증권은 지난해 말 디셈버앤컴퍼니, AIM 등 8개의로보어드바이저 업체와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올해는 미국의 로보어드바이저 업체와 업무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자체 개발한 로보어드바이저 플랫폼을 1분기 중에 선보일 예정이다. 다양한 상품을 종목 수에 관계없이 포토폴리오 형태로 구성해 리밸런싱, 매매에 이르는 투자의 전 과정을 로봇이 알아서 해주는 플랫폼이다. 국내 최초로 '투자성과 정밀검증 알고리즘 시스템' 특허 출원을 완료했다.

은행권에서는 KEB하나은행이 지난 2일 은행권 최초로 ‘사이버(Cyber) PB’를 출시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및 하나금융투자와의 협업을 통해 국내 은행권 최초로 자체 개발된 시스템으로, 하나은행의 강점인 PB의 자산관리 노하우와 로보어드바이저가 접목된 온라인 자산관리 서비스다.

신한은행은 지난 11일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개발을 위해 핀테크업체인 ‘데이터앤애널리틱스(DNA)’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신한은행은 DNA와의 협업을 통해 4월 중 로보어드바이저 베타버전을 출시하고, 고도화 작업을 병행 추진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14일 개인종합자산관리(ISA)에 가입할 수 있는 전용상품과 퇴직연금 상품을 반영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베타버전으로 시작했다. 이 서비스는 우리은행 인터넷·모바일뱅킹 등을 통해 제공되며, 로그인 없이도 모든 고객이 이용할 수 있다. 우리은행은 올 하반기 은퇴설계 등을 포함한 정식버전을 내놓을 계획이다.

로보어드바이저는 고액자산가가 아닌 모든 고객들이 손쉽게 자산관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불완전판매 등의 한계 등이 지적되고 있다./ 황진희 기자
로보어드바이저는 고액자산가가 아닌 모든 고객들이 손쉽게 자산관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불완전판매 등의 한계 등이 지적되고 있다./ 황진희 기자

◆ 로보어드바이저의 한계, 여전해

증권사와 은행들이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출시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아직 시행 초기라는 점에서 여전히 한계점은 존재한다. 먼저 불완전판매 논란이 화두에 올랐다.

로보어드바이저가 온라인·비대면서비스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AI 고유의 알고리즘으로 고객을 이해시키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불완전판매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면 상담을 하지 않으므로 고객의 리스크 수용도 등 예민한 사안을 충분히 파악할 수 없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가 추천하는 상품이 고객에게 정말 적합한지 알고리즘에 대한 검증도 충분하지 않고, 금융회사가 자기들이 팔고 싶은 상품을 추천 상품에 올려도 고객들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단점으로 작용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아직 로보어드바이저에 대한 검증이 충분하지 않은 점이 한계로 작용한다”면서 “모든 고객들이 로보어드바이저로 자산관리 서비스를 손쉽게 이용할 수 있지만, 포트폴리오 등을 정확히 비교 검토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jini8498@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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