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장병문 기자] 4년 7개월여 동안 르노삼성자동차의 지휘봉을 들었던 프랑수아 프로보 사장이 한국을 떠나 르노 차이나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자리에는 영업본부 박동훈 부사장이 맡게 됐다. 박 사장 내정자는 내달 1일부터 르노삼성을 이끌게 됐다.
박 사장 내정자는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 '영업통'으로 유명하다. 그는 지난 1989년 한진건설 볼보 사업부를 맡아 자동차 업계에 발을 들인 '수입차 1세대'로 영업현장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박 사장 내정자는 2001년 고진모터스 임포트 부사장을 역임하면서 폭스바겐과 아우디를 판매했다. 연간 100% 판매 신장률을 기록하면서 2005년 폭스바겐 코리아 출범 때 초대 사장으로 임명됐다. 그가 사장으로 부임한 첫 해 국토교통부에 등록된 폭스바겐과 아우디 차량은 4333대에 불과했지만 4년 뒤인 2009년에는 1만 대를 훌쩍 넘긴 1만3175대가 등록됐다. 2011년에는 두 브랜드의 판매량이 2만 대를 돌파했으며, 박 사장 내정자가 폭스바겐을 떠난 2013년에는 4만5693대가 팔렸다.
매년 큰 폭으로 회사를 성장시켰던 박 사장 내정자가 갑작스럽게 폭스바겐을 떠날 당시 소문이 무성했다. 박 사장 내정자가 토사구팽이 된 것이 아니냐는 뒷이야기가 돌았지만 폭스바겐 코리아는 "그의 이직은 자발적인 것"이라고 일축했다.
2013년 르노삼성 영업본부장(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박 사장 내정자는 QM3를 성공시키면서 국내 소형 SUV 시장을 연 장본인이 됐다. 올해 프리미엄 중형세단 SM6를 출시하면서 사전계약만 1만1000대를 넘겨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1월 SM6 출시를 앞두고 박 사장 내정자는 "현대·기아자동차가 만들어 놓은 장에서 대결하면 무조건 패할 수밖에 없다"며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기업과 대결하려면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면서 도전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불모지였던 국내 소형 SUV 시장에 QM3를 들여오고, 중형과 준대형 세단 사이에 포지션한 SM6를 출시하는 등 그의 승부사적인 모습은 업계에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박 사장 내정자의 올해 목표는 SM6의 5만 대 판매와 업계 꼴찌를 탈출하고 3위에 오르는 것이다. 상반기에 SM6로 판매량을 견인한 뒤 하반기에 SM6 디젤을 라인업에 추가하고 QM5 풀체인지 모델로 3위 경쟁에 힘을 불어넣을 생각이다.
박 사장 내정자의 취임을 앞두고 르노삼성 영업 현장 분위기는 고조되고 있다. 르노삼성 홍보 관계자는 "SM6 출시와 더불어 판매량이 상승하는 가운데 박 부사장이 취임하게 됐다"며 안팎으로 기대감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박 사장 내정자는 적극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스타일"이라며 "경영 부문에서는 과감하지만 유연한 선택으로 회사를 이끌 것"이라고 전했다.
박 사장 내정자는 조만간 취임식에서 국내 완성차 내수 3위를 목표로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흥미로운 부분은 오랫동안 내수 3위를 지켜온 한국지엠도 올해 초 새 수장으로 제임스 김 사장을 선임했다. 한국지엠은 내수 3위를 확고히 하기 위해 두 자릿수 점유율을 목표로 하고 있다. 두 신임 사장의 대결은 한국지엠의 신형 말리부가 출시되면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