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성 밀리고 불편하기만? 설 자리 잃는 '스틱' 차량
  • 장병문 기자
  • 입력: 2016.03.13 06:05 / 수정: 2016.03.12 23:48
자동변속기를 선택하는 사람이 늘면서 완성차 업체들도 수동변속기 차량을 축소하는 추세다. 현대차는 최근 i30와 싼타페에서 수동변속기 옵션을 삭제했다. /더팩트 DB
자동변속기를 선택하는 사람이 늘면서 완성차 업체들도 수동변속기 차량을 축소하는 추세다. 현대차는 최근 i30와 싼타페에서 수동변속기 옵션을 삭제했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장병문 기자]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자동변속기 차량을 보기가 어려웠지만 지금은 수동변속기를 탑재한 차량이 흔치 않다. 과거 1종 보통 면허는 남자들의 필수 아이템이었다. 남자라면 이른바 '스틱'으로 불리는 수동변속기 차량을 운전할 줄 알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짙었기 때문이다. 과거 많은 사람이 수동 면허를 취득했지만 현재 도로 위를 달리는 승용차의 약 90%가 자동변속기를 탑재하고 있다.

자동변속기를 선택하는 사람이 늘면서 완성차 업체들도 수동변속기 차량을 축소하는 추세다. 현재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판매 중인 차량(트럭·버스 제외) 중 수동변속기를 선택할 수 있는 차량도 많지 않다. 현대차에서는 엑센트, 아반떼, 벨로스터, 쏘나타 LPi 렌터카, 제네시스 쿠페, 투싼 등의 차량에서 수동변속기를 선택할 수 있다.

제네시스 쿠페를 제외하고 모두 하위 트림에서만 수동변속기 선택이 가능하다. 저렴하게 차를 구매하는 고객들을 위함이다. 현대차의 경우 자동변속기의 가격이 147만~206만 원 가량이다. 수동을 선택하면 그만큼 찻값이 빠지는 셈이다.

기아차에서는 모닝을 비롯해 프라이드, K3쿱, 쏘울, 카렌스, 스포티지 등의 차량에서 수동변속기 옵션을 선택할 수 있다. 현대차와 비슷하게 소형 세단과 쿠페 차량에만 적용된다. 특히 중형 세단·SUV 이상에서는 수동변속기가 없다.

한국GM은 스파크와 아베오 등 경차와 소형차에만 수동변속기를 적용하고 있으며, 쌍용차에서는 티볼리와 티볼리 에어, 코란도C, 코란도 스포츠 등에 탑재된다. 르노삼성차에는 수동 변속기를 탑재한 차량이 단 한대도 없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난해 승용차와 SUV를 구매한 고객 10명 중 1명 정도가 수동 변속기 차량을 선택했다"며 "포터와 같은 상용차를 포함해도 자동변속기 차량이 약 80% 정도"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최근 i30와 싼타페에서 수동변속기를 삭제했으며, 기아 K5, 한국GM 크루즈에서도 더이상 수동변속기를 선택할 수 없게 됐다.

소비자와 완성차 업체가 수동변속기를 외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거 수동변속기는 자동변속기보다 민첩한 스타트가 가능했으며, 연료 효율성이 좋아 찾는 사람들이 꾸준했다. 하지만 자동변속기 기술 발전으로 효율성 높은 무단변속기와 듀얼 클러치 변속기가 등장하면서 수동변속기는 암흑기에 접어들었다.

현대차 아반떼 1.6 e-VGT의 경우 7단 듀얼클러치 트랜스미션을 조합한 모델의 복합연비는 18.4km/ℓ이며, 수동변속기 모델의 복합연비는 17.7km/ℓ다. 오히려 자동 변속기의 연료 효율성이 높다.

수동변속기의 또다른 장점은 운전자와 차의 전반적인 컨트롤 감각을 익히는 데 가장 좋은 장치이다. 클러치를 밟지 않으면 차가 계속 진행되기 때문에 엔진 관성을 이용한 주행을 익힐 수 있으며 적절한 제동 시기를 찾을 수 있다. 감속 시에는 기어를 내려야 재가속이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즉 운전자가 다이내믹한 드라이빙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꽉 막힌 국내 도로 환경에서는 잦은 변속으로 수동이 오히려 피곤해 진다는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해외 스포츠카 전문 메이커들도 마찬가지다. 람보르기니는 2011년 출시한 신차에 수동변속기가 자취를 감췄다. 또 수동변속기 판매 비율이 높았던 포르셰도 자동변속기를 늘리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지난해까지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등록된 수입차 브랜드 가운데 수동변속기 모델을 판매하는 업체는 재규어와 토요타뿐이다. 재규어는 F-타입에 토요타는 86 모델에 수동변속기 옵션을 넣고 있다. 수입 자동차 업체 관계자는 "젊은 소비자들이 수동 면허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며 "최근 자동변속기 기술이 좋아지고 있어 수동변속기보다 빠르고 부드러운 성능을 갖췄다. 스포츠카라고 해서 수동을 고집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도로교통공단의 한 관계자는 "지난 2014년 2종 운전면허를 취득한 사람이 54만여 명이다. 그 가운데 수동 면허를 취득한 사람은 약 10% 정도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운전자들 역시 수동변속기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듯한 수치다.

그럼에도 수동변속기 차량은 일부 마니아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한 중고차 전문 업체 관계자는 "수동변속기 차량은 물량이 거의 없지만, 저렴한 가격과 '스틱' 마니아들로부터 인기가 높아 판매가 빠른 편이다"라고 말했다. 완성차 업체가 수동변속기 차량 생산을 늘릴 이유가 없겠지만 소비자들 선택의 폭을 줄이지 않길 바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jangb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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