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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현장] ‘이세돌vs알파고’ 한국기원, 인간 대표 패배에 ‘멘붕’
입력: 2016.03.09 18:48 / 수정: 2016.03.09 20:39
세기의 대결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첫 대국에서 이세돌 9단이 역전패를 당했다. /홍익동=이덕인 기자
'세기의 대결'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첫 대국에서 이세돌 9단이 역전패를 당했다. /홍익동=이덕인 기자

바둑 전문가들 "이세돌 9단, 심리적으로 흔들렸다"

[더팩트ㅣ홍익동=서민지Ⅱ 기자] 이세돌 9단이 역전패를 당하자 해설가는 물론 취재진, 바둑 애호가는 그야말로 '멘붕'에 휩싸였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 대국의 공개 해설이 진행된 한국기원을 찾은 이들은 경기가 끝났음에도 쉽게 자리를 뜨지 못했다.

9일 오후 1시 서울 성동구 홍익동 한국기원에서는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이세돌 9단과 알파고 경기의 공개 해설이 펼쳐졌다. '세기의 대결'로 불리는 만큼 한국기원에는 많은 취재진과 팬들로 가득 찼다.

이날 경기는 초반부터 예상을 뒤엎었다. 인공지능이 경우의 수가 많은 초반 경기에서 상대적으로 열세를 나타낼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알파고는 강한 모습을 보였다. 팽팽한 접전이 이어지자 곳곳에서 "말도 안 된다",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 상대" 등의 목소리가 들렸다.

해설가들 또한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한국기원에서 해설을 맡은 이현욱 8단은 "생각했던 것보다 강한 것 같다. 이세돌 9단의 표정 또한 당황한 것으로 보인다"며 놀라워했다.

중반부에 들어서자 이세돌 9단이 승기를 잡는 듯했다. 알파고의 실수가 이어졌고, 해설가들은 "이해할 수 없는 수를 뒀다. 이세돌 9단의 특별한 실수가 없다면 승리는 거의 확실하다고 보면 된다"고 예상했다. 진행을 맡은 강나연 아마6단 또한 "이미 결과가 나온 것 같다. 알파고는 계산하며 싸우고 있지만 직관에선 역시 사람이 우세한 것 같다"며 이세돌 9단의 승리를 점쳤다.

승리가 기울어지자 바둑 애호가들의 표정 또한 밝아지며 이세돌 9단의 승리를 맞이할 준비를 했다. 초반 긴장하며 대결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어느새 편안한 마음으로 경기를 관전하고 있었다.

이세돌 9단이 경기 중후반 급격하게 흔들리며 패색이 짙어지자 장내가 술렁였다. /홍익동=서민지 기자
이세돌 9단이 경기 중후반 급격하게 흔들리며 패색이 짙어지자 장내가 술렁였다. /홍익동=서민지 기자

하지만 중후반부터 형세가 뒤바뀌었다. 고립된 돌끼리 사활을 다투는 '수상전'이 이어지던 중 이세돌 9단이 급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알파고의 '악수(惡手)'가 이어지자 이세돌 9단이 방심하는 듯한 수를 뒀다. 그러자 장내에 있던 사람들도 들썩이기 시작했다.

특히 승리가 확실하다고 점치던 해설가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다양한 경우의 수를 감안했을 때도 이세돌 9단의 패색이 짙어지는 듯 했다. 이세돌 9단 또한 패배를 예상했는지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표정이 그대로 얼굴에 담겼다.

결국 이세돌 9단은 막판 위기에 몰리자 스스로 돌을 던졌다. 계가까지 가지 않고 패배를 시인하는 '불계패'를 선언한 것이다.

확실시되던 승리가 갑자기 패배로 끝나자 장내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결과를 믿지 못하는 듯 쉽게 자리를 뜨지 못했다. 승리를 예상하며 정리를 하던 취재진들은 '비상'이 걸린 듯 여기저기 뛰어다녔다.

바둑 애호가들은 아쉬워하면서도 TV 화면에 보이는 이세돌 9단을 향해 "이세돌 파이팅"이라 외치며 다음 대국을 기대했다.

경기 해설을 보기 위해 대전에서 올라왔다는 바둑 애호가 권태준(35) 씨는 "이길 줄 알았는데 정말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알파고에 대해 "정말 사람이 두는 것 같았다. 대국을 지켜보면서 실제 사람 간의 대결처럼 팽팽한 기싸움마저 느껴졌다"고 평가했다. 이어 "오늘 경기에선 이세돌 9단이 방심한 면이 있지만 앞으로 이를 보완해 참신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한국기원에서 해설을 맡은 이현욱 8단은 이세돌 9단이 첫 대국에서 패배한 만큼 2국부터 흔들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홍익동=서민지 기자
이날 한국기원에서 해설을 맡은 이현욱 8단은 이세돌 9단이 첫 대국에서 패배한 만큼 2국부터 흔들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홍익동=서민지 기자

전문가들은 이세돌 9단의 패인을 기술적인 면보다 심리적인 면에 초점을 맞췄다. 이현욱 8단은 "승리가 당연시되는 상황 속 막판 역전패는 극히 드문 경우"라며 "이세돌 9단이 본인에게 유리한 흐름이 이어지자 방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경기에서 심리적인 요인이 컸다고 지적했다. 이현욱 8단은 "인간 대 인간의 경기였다면 이세돌 9단이 당연히 이기는 경기였다. 하지만 알파고는 어느 상황에도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였고, 이세돌 9단은 생각보다 많이 흔들렸다"며 "본인의 방심에 의한 패배로 경기 내용에서는 결코 졌다고 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강나연 아마6단은 "생각했던 것보다 경기가 팽팽하게 흘러갔다"며 "바둑의 경우 한 수에 따라 감정이 크게 오가는데 알파고의 경우 실수를 하더라도 크게 연연하지 않는 것 같다"고 평했다. 그는 이어 "이런 게 사람과 인공지능의 차이인 것 같다"며 "이세돌 9단은 안일한 길을 택했고, 알파고는 철저한 계산으로 전략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유창혁 9단(국가대표 바둑팀 감독)은 알파고가 기존에 알려져 있는 인공지능과 많은 차이를 보이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유창혁 9단은 "대국 중반에 알파고의 실수가 잦았다. 인공지능의 실력이 정형화된 만큼 실수 또한 실력으로 여겼으나 예상할 수 없는 수가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인공지능이 초반에 약하고 후반부로 갈수록 강해진다는 예상과 달리 알파고는 초반부터 강하게 나왔고, 오히려 중반부터 흔들리는 느낌이 들었다"며 "계산된 모습보다 감각적인 부분에서 실수하는 모습을 보고 정말 사람처럼 느껴졌다"며 놀라워했다.

한편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결은 내일(10일) 2국이 진행된다. 이어 3국(12일), 4국(13일), 5국(15일) 순으로 5차례 경기 모두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펼쳐진다.

jisse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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