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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근의 Biz이코노미] '억대 연봉'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목소리가 '불편한' 이유
입력: 2016.02.29 15:14 / 수정: 2016.02.29 15:14
억대 연봉을 받는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가 1인당 37%의 인금인상률을 적용해줄 것을 요구해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 더팩트 DB
'억대 연봉'을 받는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가 1인당 37%의 인금인상률을 적용해줄 것을 요구해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 더팩트 DB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한다는 의미의 '삼포', 여기에 대인관계와 '내집 마련'이라는 두 가지를 더한 '오포'라는 단어는 더 이상 젊은 세대에서만 공감하는 낯선 단어가 아니다.

대학교를 졸업해도 바늘구멍보다 더 좁은 '취업 문'을 통과하지 못해 고시원을 전전하고, 이른 새벽부터 공무원 시험 대비를 위해 학원가를 찾는 20~30대 구직자들의 생존을 향한 '소리 없는 아우성'은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여과 없이 보여준다.

기본적인 삶을 영위하는 데 기본이 되는 여건조차 충족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한쪽에서는 '억 소리'나는 연봉을 받는 노동자들의 대폭 임금 인상 요구로 사회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 선 장본인은 국내 항공업계 1위 대한항공의 조종사 노조다. 근로자가 회사 측에 물가인상률 등을 고려해 일정 비율의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것은 마땅한 권리일 수 있다.

그러나 지난 1월부터 두 달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대한항공 노사간 '줄다리기'는 상황이 다르다. '억 소리'나는 연봉을 받는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가 회사 측에 주장한 임금인상률은 무려 37%로 액수로 따지면 1인당 약 5000만 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회사 내 조종사들의 평균 연봉은 1억4000만 원 수준으로 이는 2014년 기준 근로소득자 상위 20% 연봉(4586만 원~6408만 원)의 두 배가 훌쩍 넘는 수치다. 지난해 근로소득자 중위 연봉 2465만 원에 비교하면 무려 4배가 넘는다.

이미 회사 측이 조종사를 제외한 일반노조 1만 5000여 명과 임금총액 1.9% 인상안에 합의했지만, 조종사 노조 측은 "(임금인상률이) 부족하다"며 '파업 카드'까지 꺼내 들고 있다. 십수년 동안의 조종사 임금인상률과 국외항공사와 임금수준 등을 고려했을 때 5000만 원에 달하는 인상률이 적정하다는 게 노조 측의 주장이다.

웬만한 월급쟁이들의 1년치 소득을 넘어서는 액수를 더 달라고 요구하는 노조의 목소리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는 것과 관련해 업계에서는 하나같이 '항공업계의 인력 유출 현상'을 꼽는다.

국제여객의 수가 해마다 늘고 최근 저비용항공사(LCC)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 중국 항공사와 국외 LCC업체들이 국내 대형항공사의 기장·부기장급 이상 조종사에 수억 원대 연봉을 제시하며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다른 항공사로 거처를 옮긴 조종사 수는 122명으로 전년 대비 7배 이상 늘었다.

더 좋은 조건의 다른 회사와 비교할 때 조종사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지만 그렇다고 사회 구성원들의 정서적 형평성을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 사회를 조종사들만이 구성하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문대와 4년제 대학교 졸업장을 받고 구직활동에 나서도 일자리를 찾지 못한 실업자 수는 42만5000명으로 1년 전 대비 5.5% 늘었다. 특히, 대졸 이상 실업자 수는 지난 2012년부터 4년 연속 늘고 있다.

치솟는 실업률을 노조의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그러나 '일을 하고 싶어도 못 하는' 구직자가 해마다 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수요와 공급'이라는 단순한 경제논리를 내세워 대립각을 세우는 노조의 막무가내식 대응이 과연 사회적 공감을 살 수 있을까. 글로벌 업체들과 경쟁일 벌이는 국내 항공업계의 발목을 잡는 것은 물론 더 나아가 구직난에 허덕이는 300만 명의 청년들을 두 번 울리는 행위다.

likehyo8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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