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CJ헬로비전이 SK브로드밴드와의 합병 주총이 예정된 가운데 KT와 LG유플러스가 공동으로 유감을 표명하는 입장을 밝혔다. /더팩트DB |
[더팩트|황원영 기자] KT와 LG유플러스가 26일 오전 공동 성명을 내고 이날 오전 9시 개최되는 CJ헬로비전과 SK브로드밴드의 합병 결의 주주총회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양사는 성명서에서 “지난해 11월 2일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해 SK브로드밴드와 합병키로 결정한 후 국회·언론·업계·학계·시민단체 등에서 이동통신·케이블방송 1위 기업간 결합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며 “그럼에도 이를 무시한 채 CJ헬로비전이 현행법 위반 소지가 다분한 주주총회를 개최해 SK브로드밴드와 합병을 결의한 것에 양사는 유감을 밝힌다”고 했다.
먼저 양사는 인수합병은 방송통신 시장을 황폐화 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인수합병은 방송통신시장 독점화로 공정한 시장경쟁을 저해함으로써 국가 ICT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것이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과 국가경제의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어 방송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인허가 전에 CJ오쇼핑이 SK텔레콤의 의사대로 주총의결권을 행사해 합병을 승인하는 것은 “경영권의 실질적 지배자가 정부의 주식인수 승인 없이 지분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규정한 방송법(제15조의2 제3항)을 위반한다.
또한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정부 인가 전에 주식양수도 계약의 후속조치를 하지 못하도록 한 전기통신사업법 제18조 제9항을 보면 이번 주주총회에서 합병을 결의하는 것은 주식인수에 따른 후속조치에 해당하므로 해당 법을 위배하는 것이다.
양사는 이번 합병 주총이 정부의 심사재량을 제약하는 행위라고도 주장했다. 현재 정부는 인허가 심사를 위해 대국민 의견 수렴과 공청회 등 면밀한 절차를 진행 중인 상황이다. 이 가운데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이 법 위반 소지가 있는 주주총회를 열고 합병을 결의한 것은 정부 판단에 일종의 ‘압박’을 가하는 행위로 비판 받아 마땅하다는 설명이다.
또 대기업들의 이익 극대화를 위해 소액주주의 이익을 침해한 배임적 행위라고 밝혔다. 거래 당사자인 SK텔레콤과 CJ오쇼핑이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의 합병비율을 비합리적으로 불공정하게 산정했다는 문제가 제기됨에 따라 CJ헬로비전 소액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한 행위로 법률상 무효화될 소지가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마지막으로 주주·채권자의 신뢰와 권리를 훼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총에서 주주나 채권자는 정부의 인수합병 승인이 불확실한 가운데 주식매수청구권이나 이의제기 권리를 행사할 지를 결정해야 하며, 이후 주총의 효력이 문제되면, 종결된 주식매수청구 절차 등의 혼란이 야기돼 주주 이익이 훼손될 것이다.
양사는 “이번 주총 강행의 부당성은 명백하며, 시장의 공정경쟁을 위협하는 인수합병 시도는 반드시 철회되어야 함을 다시 한번 밝힌다”고 강조했다.
한편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매수 청구가액이 낮게 설정돼 있어 합병승인 안건이 통과된 후 반대 주주는 현재 주가보다도 낮은 가격에 주식을 팔아 손해를 감수해야 하며, 합병법인의 주식 대량 발행으로 기존 주주 지분율이 급감해 주식희석 리스크가 우려된다”며 투자자들에게 CJ헬로비전과 SK브로드밴드의 합병에 반대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