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 안정성과 승차감, 편의성 등이 자동차를 만드는 기준이었다면 이제는 이 모든 것을 포함하고도 연비까지 잡아야 하는 것이 완성차 브랜드의 숙제가 되고 있다. 몇 년째 저유가가 지속하고 있지만 자동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여전히 연비를 중요한 요소로 보고 있다. 특히 연비는 제조사들의 기술력을 나타내는 척도가 되고 있다. 편의성을 강조하는 고급 세단이라면 운전자가 한 번이라도 덜 주유소를 방문하도록 수고를 덜어주어야 하지 않을까. 국산 세단 최악의 연비 차량에 이어 이번엔 기름을 많이 먹는 수입 세단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장병문 기자] 수억 원대 럭셔리 수입 세단에서 연비는 고려하지 않는 듯하다. 고가의 수입 세단을 구입할 수 있는 '능력자'들에게 유지비는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수입 자동차 제조사들도 럭셔리 세단에 연비보다는 편의성과 안정성에 더 치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앞서 국내 세단 가운데 최악의 연비 1위로 꼽힌 제네시스 EQ900 5.0 GDi(복합연비 7.3km/l)는 수입 세단과 비교하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에너지관리공단에 등재된 연비 가장 나쁜 수입차는 무엇일까. 이번에도 스포츠형 세단은 제외했다.

수입 세단 최악의 연비 1위에 오른 차는 벤틀리를 대표하는 최고의 럭셔리 세단인 동시에 벤틀리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는 뮬산이다. 6.75 리터 V8엔진이 장착돼 최고 출력 512마력과 104 kg·m의 최대 토크, 최고 속도는 296km/h에 달한다. 엄청난 힘을 뿜어내는 만큼 복합연비는 5.5km/ℓ에 불과하다. 최악의 연비를 보이고 있지만 전 모델과 비교하면 크게 개선된 수치다. 2014년형 뮬산은 리터당 고작 4.9km를 달린다. 뮬산을 1년 동안 1만5000km를 주행한다면 유류비는 370만 원 정도 된다. 뮬산의 국내 판매 가격은 4억8800만 원이다.

2위에 오른 차량도 벤틀리의 대표 럭셔리 세단인 플라잉 스퍼다. 6.0리터 엔진을 탑재한 플라잉 스퍼는 최고출력 625마력과 최대토크 81.6kg·m을 발휘하며 복합연비는 5.7km/ℓ을 보인다. 초대 플라잉 스퍼는 콘티넨탈이 쿠페의 프레임에 4도어 세단 보디를 얹은 차로 벤틀리 차량 중 가장 잘 달리는 차로 꼽혔다. 3년 전 콘티넨탈이라는 이름을 버리고 세단으로 자리잡았지만 스피드는 포기하지 않았다. 플라잉 스퍼는 2.5톤의 육중한 몸매에도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 가속까지 불과 4초대다. 벤틀리 플라잉 스퍼의 연간 유류비는 약 350만 원(주행거리 1만5000km)이다. 플라잉 스퍼는 3억3000~3억4000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

벤틀리의 경쟁사인 롤스로이스 고스트 시리즈2가 최악의 연비 3위에 올랐다. 롤스로이스 고스트 시리즈2는 벤틀리 뮬산의 경쟁 차종으로 6.6리터 엔진을 탑재하고 최고출력 571마력에 최대토크 79.5kg·m의 발휘하며 복합연비는 6.3km/ℓ다. 고스트 시리즈2는 오너가 뒷자리에서 안락한 승차감을 즐기는 차로 여겨져왔던 롤스로이스 이미지를 바꾼 모델이기도 하다. 가격은 4억1000~4억8000만 원이며, 연간 유류비는 320만 원(주행거리 1만5000km)이다.

벤틀리, 롤스로이스와 함께 세계 3대 명차로 꼽히는 메르세데스 마이바흐 S600이 최악의 연비 4위에 선정됐다. S600은 6리터 트윈 터보 V12직분사 엔진을 탑재해 최고 출력 530마력과 84.7kg·m의 최대 토크를 발휘하며 복합연비는 6.4km/ℓ를 달성했다. 마이바흐가 과거 7억 원이 넘는 고가에 팔렸지만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로 편입되면서 차 가격이 3분의 1수준으로 낮아졌다. S600의 국내 판매 가격은 2억9100만 원으로 연간 유류비는 318만 원(주행거리 1만5000km)이다.

5위에는 아우디 A8L W12가 이름을 올렸다. A8L W12에는 6.3리터 FSI 엔진이 적용되며 최고출력은 500마력, 최대토크는 63.8kg.m를 발휘해 4.6초 만에 시속 100km로 가속할 수 있다. 강력한 동력성능을 뽐내지만 복합연비는 6.9km/ℓ다. 아우디의 기함 A8L은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의전 차량으로 사용되고 있다. A8L W12의 판매 가격은 2억5310만 원으로 연간 유류비는 290만 원(주행거리 1만5000km) 정도다.
이 차들의 공통점은 럭셔리, 고성능 외에도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를 내뿜는다는 점이다. 에너지관리공단이 공개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따르면 뮬산이 335g/km, 플라잉 스퍼는 320g/km, 고스트 시리즈2는 287g/km, S600은 277g/km A8L W12는 262g/km다. 국내 중형 세단 쏘나타 2.0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38g/km인 것과 비교하면 2배를 크게 넘는 수준이다.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유럽연합은 2021년까지 95g/㎞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강제할 계획이다. 고성능 럭셔리 대형 세단의 입지는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