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태원 회장 “앞으로 모든 에너지를 한국 경제를 위해 쓰겠다”
[더팩트│황원영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부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올해가 가기 전 잡음이 끊이지 않던 사생활을 정리하고 향후 모든 에너지를 경영에 쏟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최 회장은 올 8월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경영에 복귀했다. 이후 CJ헬로비전, OCI머티리얼리즈 등의 인수ㆍ합병(M&A)을 추진하는 등 답보 상태였던 SK그룹 사업 전반에 활력을 불어 넣고 있다.
29일 SK그룹 등에 따르면 최 회장은 최근 한 세계일보에 보낸 A4지 3장 분량의 편지를 통해 최 회장은 6살 난 혼외자가 있다는 사실을 공개하고 이혼과 재혼 의사를 밝혔다.
그는 “노 관장과 십년이 넘게 깊은 골을 사이에 두고 지내왔고 노력도 많이 해보았으나 그때마다 더 이상의 동행이 불가능하다는 사실만 재확인될 뿐 상황은 점점 더 나빠졌다”며 “그러던 중 우연히 마음의 위로가 되는 한 사람을 만났다. 수년 전 여름에 그 사람과의 사이에 아이가 태어났다”고 고백했다.
이어 최 회장은 “세무조사와 검찰수사 등 급박하게 돌아가는 회사 일과, 저희 부부와 복잡하게 얽힌 여러 이해관계자를 고려하다 보니 법적인 끝맺음이 차일피일 미뤄졌고, 아무것도 정리하지 못한 채 몇년이 흘러갔다”며 “이제 노 관장과의 관계를 잘 마무리하고, 제 보살핌을 받아야 할 어린아이와 아이 엄마를 책임지려고 한다”고 밝혔다.
최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지 약 4개월 만에 이혼 문제가 불거지면서 SK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사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최 회장이 이혼 결심을 굳힌 상태지만 합의가 될지 소송이 될지는 미지수기 때문이다. 만약 소송으로 흘러가면 최 회장은 다시 법정 싸움을 펼치며 체력 소모를 해야 한다.
이에 대해 최 회장은 “불찰이 세상에 알려질까 노심초사하던 마음을 빨리 정리하고 앞으로 모든 에너지를 고객, 직원, 주주, 협력업체들과 한국 경제를 위해 온전히 쓰겠다”고 강조했다.
불미스러운 개인사를 고백하고 잡음 없이 경영에만 전념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최 회장은 통신사업 재편을 통해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에너지와 반도체 등 그룹 주력 사업의 경쟁력을 키워야 하는 과제를 떠안고 있다.
최 회장은 복귀와 동시에 대규모 투자계획을 밝혔고, 답보 상태였던 M&A도 속도를 냈다. SK그룹의 주요 사업분야인 에너지ㆍ통신ㆍ반도체ㆍ제약(바이오)에 주력하며 국내에서 케이블TV 1위 사업자인 CJ헬로비전, OCI머티리얼즈 등 2건의 M&A에 나섰고 해외 시장에서 글로벌 파트너링 발굴에도 적극적이다.
OCI머티리얼즈는 반도체·디스플레이·태양광 제조공정에 쓰이는 특수가스를 제조·판매한다. 앞서 대규모 투자를 발표한 SK하이닉스와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계획이다. 최 회장은 SK하이닉스 이천 반도체 사업장을 방문해 SK하이닉스 3개 반도체 생산라인에 앞으로 10년간 모두 46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룹 주력인 통신사업도 재편하고 있다. 지난달 2일 최태원 회장은 SK텔레콤을 통해 케이블TV 1위 사업자인 CJ헬로비전을 모두 1조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콘텐츠, 네트워크, 플랫폼, 단말기 등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수직계열화를 이룬다는 계획이다. SK텔레콤은 CJ오쇼핑이 보유한 CJ헬로비전 지분 53.9% 중 30%를 5000억 원에 먼저 인수하고 나머지 23.9%는 5년 이내 언제든 5000억 원에 인수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하면 기존 SK브로드밴드와 함께 유선 사업을 대폭 강화할 수 있게 된다. 즉, 무선 네트워크, 플랫폼 분야에 이어 유선 네트워크, 콘텐츠 분야에서도 강자로 우뚝 서게 되는 것이다. 이로써 SK텔레콤과 KT 간 경쟁이 통신시장에서 미디어산업 전반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번 공개를 두고 업계는 최 회장 앞에 다양한 경영 과제가 쌓여있는 만큼 복잡한 가정사를 정리하고 경영에 더욱 힘쓰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피력한 것으로 분석했다.
SK그룹은 “올해 정리할 건 정리하고 내년에는 그룹의 미래 먹거리 발굴에 더욱 힘쓰겠다는 뜻”이라며 “글로벌 현장경영을 강화하는 한편 기업 M&A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