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부산 영화의 전당에서 엔씨소프트의 PC온라인게임 ‘블레이드앤소울’을 소재로 한 뮤지컬 공연이 펼쳐졌다. 주인공인 진서연 역을 맡은 배우 리사가 열연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뮤지컬·미술·애니메이션까지 외연 넓히는 게임세상

[더팩트 | 최승진 기자] ‘지스타 2015’ 둘째 날인 지난 13일 오후 부산 영화의 전당 야외 특설무대. 보슬비가 내리는 가운데 약 3000여 명의 관람객이 비옷을 입은 채 ‘블레이드앤소울’ 뮤지컬 행사장을 가득 채웠다. 공연이 끝나자 일부 관객들은 박수를 치거나 “브라보”를 외쳤다. 아내와 함께 온 30대 남성은 “평소 좋아하던 게임이 뮤지컬로 만들어진다는 소식에 와봤더니 신선하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그로부터 열이틀 후인 지난 25일 오후 서울 인사동의 한 미술관. 이곳에서 만난 국내 유명 한국 미술 작가 6명은 한껏 고양된 상태였다. 어떤 전시인가 살펴보니 인기 PC온라인게임을 미술로 재해석한 내용이다. 게임을 소재로 삼아 가볍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 의미만은 꽤 진지하다. 이름 하여 ‘리그오브레전드 소환展’이다.

게임업계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다발적으로 다양한 예술 분야와 만남을 시도하고 있다. 뮤지컬, 미술, 애니메이션 등 분야도 각양각색이다. 과거에도 게임을 소재로 한 문화예술 공연은 종종 있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이러한 시도가 눈에 띄게 많이 늘어나고 있어 주목된다.

라이엇게임즈는 다음 달 7일까지 서울 종로 가나인사아트센터에서 ‘리그오브레전드:소환展’을 진행한다. ‘리그오브레전드’를 한국 미술로 재탄생 시킨 특별 전시다. /라이엇게임즈 제공

이에 대해 다양한 예술 장르와 이색적인 조합을 실험하고 그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아내려고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평이 나온다. 이를 두고 국내 게임산업이 성숙기에 들어섰다는 분석도 있다.

사실 게임은 마니아 위주의 가상 놀이에만 치중한 채 점점 ‘그들만의 리그’가 되어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주류 문화에 편입되지 못한 채 기성세대들에게도 외계 문화 취급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업계가 비이용자들에게 게임산업이 지닌 긍정적인 가치를 알리는 데 예술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예술은 어떤 선동보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크다. 이러한 시도는 기존 예술계의 창작 활동에도 도움이 된다. ‘리그오브레전드 소환展’에 참여한 임태규 작가는 이번 전시를 가리켜 “서로 다른 문화 범주를 융합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시도란 점에 요즘 문화 현상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남이 하니 나도 하는 식의 알맹이 없는 추진은 금물이다. 자칫 본래 의미를 퇴색시킬 수도 있다. 무엇보다 지역과 세대의 문화 격차를 해소하는 일이 긴요한 때 문화예술에 목말라하는 소외지역을 위한 문화향유권 확대에도 게임업계가 노력을 기울였으면 한다. 게임시장이 10조 원 규모로 성장했다고 하지만 일반인들은 그 의미를 잘 알지 못한다. 게임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산업이 되기 위해서는 보다 다양한 문화예술 분야와 호흡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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