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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체험기] 삼성 '기어VR'로 가상현실 즐겨보니
입력: 2015.11.26 14:31 / 수정: 2015.11.26 14:31

삼성전자의 가상현실 헤드셋 기어VR을 체험하기 위해 2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갤럭시 스튜디오를 찾았다. /이성락 기자
삼성전자의 가상현실 헤드셋 '기어VR'을 체험하기 위해 2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갤럭시 스튜디오를 찾았다. /이성락 기자

12만 원대로 즐기는 생생한 가상현실 세상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헤드셋을 착용하니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잠시 흐릿했던 배경은 순식간에 또렷해졌고, 주변은 어느새 애니메이션 공간이 됐다. TV 화면에서 느꼈던 물리적 거리감 없이 만화 캐릭터가 잡힐 듯 말듯 눈앞을 서성이고 있었다. 주변을 둘러봤다. 가상현실, 그 모든 풍경이 다채롭게 느껴졌다.

25일 삼성전자의 가상현실 헤드셋 '기어VR'을 체험하기 위해 서울 삼성동 코엑스 갤럭시 스튜디오를 찾았다. 삼성전자는 전날(24일) 갤럭시 스마트폰과 호환되는 '기어VR'을 출시하고 삼성전자 온라인 스토어, 이동통신 3사 온라인 스토어, 지정된 20여 개 삼성 디지털프라자 등에서 '기어VR' 판매를 시작했다. 체험존은 갤럭시 스튜디오를 비롯해 현대백화점 판교점 갤럭시 라운지에서 운영하고 있다.

'기어VR' 체험은 초점을 맞추는 것부터 시작됐다. 기기 위편 정중앙에 위치한 초점기를 좌우로 돌려가며 가장 안정적이고 편안한 시야를 확보했다. 오른편에 있는 터치패드 사용법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을 듣고 본격적인 콘텐츠 체험을 시작했다.

'기어VR' 체험을 돕는 삼성전자 직원은 가장 먼저 '어벤저스' 예고 영상 시청을 추천했다. '어벤저스'는 마블코믹스에서 제작한 만화로 헐크, 토르, 아이언맨 등의 영웅스토리를 담고 있다. 현재 만화를 비롯해 애니메이션, 영화 등으로 제작되고 있다. '기어VR'을 통해 만나볼 수 있는 장르는 애니메이션이었다.

영상이 시작되자 토르의 망치 '묠니르'가 눈앞으로 날아왔다. 깜짝 놀라는 것도 잠시, '어벤저스'의 영웅들이 차례대로 등장했다. 현장으로 점점 다가가는 듯한 영상 구성이 몰입감을 한층 높였다.

처음 경험해보는 가상현실이 신기해 수차례 헤드셋을 벗어다 다시 썼다. 하지만 예고 영상은 말 그대로 '맛보기'에 불과했다. 가상현실 체험의 진가는 게임에서 발휘됐다. 게임은 사용자가 가상세계를 가장 실감 나게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다.

가장 먼저 체험한 게임은 'Temple Run'이었다. 이 게임은 이만지 스튜디오스가 개발한 스마트폰용 어드벤처 게임으로 주인공이 보물을 훔쳐 괴물에게서 달아나는 스토리를 담고 있다.

조작법은 간단했다. '기어VR' 터치패드를 이용해 화면을 보면서 알맞은 방향으로 움직이면 그만이었다. 게임 진행 방식은 넥슨이 지난 2004년 개발한 '크레이지레이싱 카트라이더(카트라이더)'와 비슷했다. '기어VR'을 통해 게임을 실행해보니 '카트라이더' 3D 버전을 즐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삼성전자는 24일 갤럭시 스마트폰과 호환되는 가상현실 헤드셋 기어VR을 국내 출시했다. /이성락 기자
삼성전자는 24일 갤럭시 스마트폰과 호환되는 가상현실 헤드셋 '기어VR'을 국내 출시했다. /이성락 기자

두 번째로 체험한 게임은 'Anshar wars'로 우주 공간에서 펼쳐지는 전쟁을 그리고 있다. 쉽게 말해 전자오락실에서 유행했던 '갤러그'의 상위 버전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조작법이 단순하다고 해서 사용자경험이 떨어지는 건 아니었다. 사용자 움직임에 따라 화면이 전환되는 '기어VR'의 기술을 몸소 느낄 수 있었던 게임이었다.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보니 사방에 펼쳐진 우주 공간이 그야말로 진풍경이었다.

굳이 게임을 좋아하지 않아도 됐다. 3D무비 등 게임이 아닌 다양한 콘텐츠를 생동감 있게 경험할 수 있었다. 3D동영상을 선택하니 '무비', '트위치', '비디오', '구매한 동영상' 등 여러가지 목록이 눈앞에 펼쳐졌다. 그 중 '무비'를 선택해 영화 '트랜스포머'를 실행했더니 좌석과 스크린 등 영화관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화면으로 전환됐다. '기어VR'에는 영화는 물론 CJ E&M 엠넷 '엠카운트다운' 등의 공연 프로그램도 가상현실 영상으로 경험할 수 있게끔 콘텐츠가 마련돼 있었다.

이날 '기어VR'을 통해서 만나본 콘텐츠들은 데모 형식을 띠고 있었다. 그런데도 생생한 공간감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완벽하고 다양한 콘텐츠들이 만들어지면 더욱 생생하게 가상현실을 체험할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을 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기어VR'의 장점은 '화면의 전환'이었다. '헤드 트래킹'의 정확도가 높아 가상현실이 그저 '신기한 수준'에 그치지 않고 훨씬 현장감 있게 다가왔다. 헤드셋의 무게(318g)도 부담스럽지 않았고, 터치패드의 면적 또한 넓어 편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단점을 꼽자면 시력이 나빠 안경을 쓰는 사용자들은 기기 활용을 100%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기어VR'을 착용하기 위해선 안경을 벗어야 했다. 시력이 나쁜 사용자들은 가장 자신에게 맞는 초점을 정하는 데 오랜 시간을 소요해야 했다. 현장감 또한 다른 사용자들에 비해 덜 느낄 수밖에 없었다.

'기어VR'의 출시는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첫 가상현실 기기라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가상현실이라는 멀게만 느껴졌던 새로운 기술이 실생활로 성큼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가격을 12만 원대로 낮춘 점은 소비자들이 신제품을 더 쉽게 받아들이는 데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미 '기어VR'은 미국에서 흥행 돌풍을 일으킨 바 있다. '기어VR'은 미국 예약 판매가 시작된 직후 '아마존닷컴', '베스트바이' 등 해외 주요 온·오프라인 쇼핑몰에서 매진됐다. 그리고 국내에서도 흥행 조짐이 뚜렷하다. 업계에 따르면 '기어VR'은 국내 출시 하루 만에 초도 물량 대부분 팔렸다. 삼성전자 온라인 스토어에서 판매된 '기어VR' 2000대가 모두 동났으며, 오프라인 일부 매장을 제외하고는 재고가 바닥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판매장에서 만난 직원은 "기기가 없어서 못 팔 지경"이라고 말했다. 그는 "매장을 찾는 손님들은 '기어VR'을 신기해하면서 높은 관심을 보인다"며 "하루 10~20대의 물량이 들어오는데 이미 동났다. 예약은 정해진 물량의 두 배 정도 들어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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