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제과가 지난해 빼빼로 데이를 맞아 출시한 '빼빼로 프리미어(왼쪽)'가 일본 제과업체 에자키글리코사의 '바통도르'를 모방했다고 재판부가 23일 판결했다. 일본 언론들은 이번 재판 결과에 대해 비중 있게 보도했다./더팩트DB

롯데상품 '모방' 인정

롯데제과가 일본 제과업체의 상품을 베낀 것에 대해 일본 언론들이 비중 있게 보도했다.

롯데제과는 지난 23일 일본 제과업체 에자키글리코(이하 글리코)사가 제기한 디자인권 침해금지 청구 1심 소송에서 패소했다. 글리코는 지난해 11월, 롯데제과의 '빼빼로 프리미어' 상자 디자인이 2012년 자사가 출시한 '바통도르'를 베꼈다며 한국 법원에 판매중단 및 물량 전량 폐기를 요청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디자인보호법상 디자인권을 침해하고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이익을 침해할 수 있는 모방행위라는 것.

이에 대해 요미우리 신문과 산케이 신문 등 일본 주요 언론들은 다음 날인 24일 글리코사가 롯데제과를 상대로 제기한 판매중단 및 상품 전량 폐기 소송에 승소했다며 해당 사건을 앞다투어 보도했다.

'빼빼로 프리미어'는 지난해 '빼빼로 데이(11월 11일)'를 앞두고 출시된 롯데제과 기획상품으로 일반 빼빼로(1000원대)보다 3000원 정도 비싸다. 두 제품은 흰 바탕에 제품과 로고가 들어간 위치와 디자인, 허리 부분의 곡선 라인까지 한 눈에 봐도 흡사하다.

글리코사가 '베끼기 상품'이라고 주장하는 데 대해 롯데제과 측은 곡면 형태가 들어간 상자 디자인은 글리코의 '바통도르' 이전에도 있었고, 바통도르는 국내에 수입·판매되지 않아 영업상 이익을 침해할 우려가 없다고 반박했다.

요리우리 신문(위)과 산케이 신문이 에자키글리코사가 롯데제과가 자사 '바통도르'를 모방한 제품인 '빼빼로 프리미어'에 대해 판매중단 및 남은 물량 전량 폐기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고 24일과 23일 보도하고 있다. /요리우리·산케이 신문 기사 캡처

법원은 지난 23일 글리코 측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2부(부장 이태수)는 이날 글리코가 롯데제과를 상대로 낸 디자인권 침해금지 등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디자인의 상하비율 등 일부 차이는 있지만 사소한 변형에 불과하다"며 "두 제품 모두 초콜릿을 입힌 막대과자여서 제품 형태도 거의 같고, 포장 각면에 배색이나 초콜릿 과자를 배치한 모양 등 구성도 매우 흡사하다"고 했다.

영업상 이익 침해 가능성에 있어서도 글리코사가 2011년부터 해태제과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국내에서 '포키'를 생산하고 있다는 점과 온라인으로 해외직접구매가 가능하다는 점이 롯데제과 측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재판부는 "원고 제품의 향후 국내 판매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영업상 이익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롯데제과가 지난해 기획 출시한 '빼빼로 프리미어'는 '빼빼로'와 달리 현재는 공식적으로 판매되고 있지는 않다. '바통도르'는 현재 국내에서도 판매되고 있는 '포키'의 고급 버전으로 2012년 10월에 발매된 뒤 일본 오사카 등 유명 백화점 3곳에서만 한정 판매하고 있다. 프랑스어로 '황금 스틱'을 뜻하는 '바통도르'는 연일 물량이 전부 판매되는 인기상품이다.

이번 판결에 따라 롯데제과는 빼빼로 프리미어를 더 이상 생산하거나 판매·수출할 수 없고, 현재 본점 등에서 보관 중인 제품을 모두 폐기해야 한다. 롯데 측이 '모방' 판결에 항소할 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더팩트 | 김민수 기자 hispirit@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