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게이머는 최근 비디오게임 커뮤니티에 경쟁사에 비해 열세인 ‘엑스박스 원’ 한글 타이틀 출시 문제를 지적하는 의미로 자신이 가지고 있던 ‘엑스박스 360’ 게임기를 망치로 부순 사연과 사진을 함께 공개했다. /커뮤니티 캡처

지지부진 한글화에 화난 게이머 가지고 있던 게임기 부숴

마이크로소프트(MS)의 최신 거치형 게임기인 ‘엑스박스 원’이 국내 게이머의 가슴을 치고 있다. 경쟁사에 비해 눈에 띄게 적게 출시되는 한글화 게임 때문이다. 급기야 이에 항의해 가지고 있던 게임기를 부수는 일도 벌어졌다.

며칠 전 한 비디오게임 커뮤니티에는 ‘한국마이크로소프트에 보내는 메시지’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그 내용은 이렇다. 글쓴이는 경쟁 기기보다 비싼 돈을 주고 ‘엑스박스 원’을 구입했지만 한글화 게임 출시가 더디자 이에 대한 항의 표시로 망치를 이용해 집에 있던 직전 모델인 ‘엑스박스 360’을 부수고 이를 사진으로 찍어 함께 올렸다.

비디오게임은 외국 업체에서 개발된 것이 절대 다수다. 이러한 이유로 국내 게이머들이 즐기기 위해서는 한글화 과정이 필요하다. 외화를 보려면 우리말 자막이 필요한 것과 같은 이치다.

이번 게시물은 29일 오전 3시 현재 조회수 6777회를 기록하고 있다. 이를 추천한 사람도 82명에 이른다. 글쓴이는 ‘어찌됐거나 정식 발매를 했으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면서 ‘기기 보급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면 경쟁사처럼 더욱 노력하라’고 쓴 소리를 남겼다.

이번 일은 외국 게임 매체 ‘코타쿠’까지 알려졌다. '코타쿠'는 이를 보도하면서 포르자: 호라이즌2, 프로젝트 스파크, 선셋 오버드라이브 등 한글화되지 못한 ‘엑스박스 원’의 주요 작품 등을 함께 소개했다. 그러면서 한글화가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던 ‘포르자: 호라이즌2’이 돌연 영문판으로 발매된 것에 대해 불편한 출시 방식으로 꼽기도 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해 9월 ‘엑스박스 원’의 국내 출시를 대대적으로 알리면서 게이머들의 기대 심리를 키웠다. 그러나 국내 출시 1주년을 앞둔 현 시점에서 게이머들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하다.

문제는 이러한 볼멘소리가 소비자를 넘어 판매 최전선인 소매상들 사이에서도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7일 서울 전자제품 집단상가에서 만난 한 게임 판매 상인은 “한글화 게임 부재로 소비자들이 ‘엑스박스 원’을 찾지 않는다”면서 “이러한 이유로 고객들에게 경쟁사 제품을 추천하고 있다”고 했다.

상황이 이쯤 되면 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두 팔을 걷고 시장 달래기에 나서야 한다. ‘엑스박스 원’ 정식 발매 이후 의욕만큼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수밖에 없었던 속내가 있을 수 있겠지만 이제는 냉철한 현실 인식이 선행돼야 한다.

한 소비자의 이번 외침이 회사측의 시장 관심 환기와 전략 변화의 계기가 됐으면 한다. 약 9년 전 ‘엑스박스 360’을 국내 출시하면서 소니 ‘플레이스테이션2’에 비해 열세였던 시장 상황을 뒤집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했던 그 때의 패기가 그립다.

[더팩트 | 최승진 기자 shaii@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