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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탐사] 전화 문의가 벼슬? 20·30대 감정노동자의 고충
입력: 2015.04.26 09:11 / 수정: 2015.04.26 09:11
“안녕하세요 고객님” 한 IMI 상담원이 고객 문의에 답하고 있다. ‘한 명만 걸려라! 내 마음 다해 상담해 줄테니’, ‘응답 포기란 배추 셀 때만 사용한다’고 적힌 문구는 이들의 각오를 보여준다. /전주=최승진 기자
“안녕하세요 고객님” 한 IMI 상담원이 고객 문의에 답하고 있다. ‘한 명만 걸려라! 내 마음 다해 상담해 줄테니’, ‘응답 포기란 배추 셀 때만 사용한다’고 적힌 문구는 이들의 각오를 보여준다. /전주=최승진 기자

전주 구글 IMI 본사 고객센터 가보니

‘삐에로의 눈물’이란 말이 있다.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눈물을 훔친다는 뜻이다. 전라북도 전주에서 만난 20·30대 감정노동자들도 이런 삶을 살고 있었다. 밝고 명랑한 목소리 뒤에는 이른바 ‘진상고객’의 행패로부터 말 못할 고통도 겪는다. 일하고 있는 책상 한쪽에 놓인 거울은 그들의 속사정을 대변한다. 이들의 이름은 고객 상담원이다. 전화나 인터넷 등으로 고객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역할을 한다.

지난 22일 서울에서 차로 3시간 넘게 달려서 도착한 전주에서 이 지역 구글로 불리는 업체와 마주쳤다. ‘불사조 온라인’ 등 게임 유통(퍼블리싱)업과 아이템거래중계업을 하는 게임업체 IMI(아이엠아이) 본사다. 전북 전주시 덕진구 전주고속버스터미널 인근에 위치한 이곳은 연면적 4958㎡의 4층 건물이다. 특이한 점은 1층 로비가 식당으로 구성됐다는 것이다. 회사 홍보를 위해 한껏 치장돼 있어야 할 로비는 식탁과 각종 식기류들로 즐비했다. 평소 직원 식당으로 운영 중인 이곳은 지난 2011년부터 매 주말이면 지역 소외이웃에게 따뜻한 식사와 차를 무료로 제공하는 현장으로 바뀐다. 식단과 식기는 직원들과 동일하다. 바로 옆 카페테리아(카페매니아)에서도 온기가 느껴진다. 일반인도 이용할 수 있는 이곳에선 1000원, 2000원짜리 커피를 팔아 얻은 수익금 전액을 연말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용한다.

이 건물 3층에는 IMI 고객센터가 자리를 잡고 있다. ‘고객감동센터’라고 이름 붙여진 이곳에선 고객 문의 사항 등을 전화로 받아 처리한다. 24시간 동안 총인원 70여 명이 하루 3교대로 운영 중인 이곳은 헤드셋을 낀 상담원들이 쉼 없이 걸려오는 전화를 받느라 정신이 없었다. 하루 중 유달리 상담이 많은 시간이라는 오후 7시를 넘기자 전화가 더 빗발쳤다. 사방에서 “고객님”을 찾는 모습은 흡사 왁자지껄한 시장풍경과 닮았다. ‘한 명만 걸려라! 내 마음 다해 상담해 줄테니’, ‘응답 포기란 배추 셀 때만 사용한다’고 적힌 문구는 이들의 각오를 보여준다. 이날 오후 7시 30분쯤 벽면 대형화면을 보니 실시간으로 표시 중인 ‘응답률 91%’라는 숫자가 눈에 들어왔다. 쉽게 말해 고객문의 10건 중 9건을 응대했다는 뜻이다.

전주 구글 IMI 고객센터 직원들의 평균 근속 연수는 7년을 넘는다. 13년차 회사인 점을 고려하면 직원 대부분이 장기근속자란 이야기다. 여기에는 회사의 복지혜택이 한몫을 했다. /전주= 최승진 기자
전주 구글 IMI 고객센터 직원들의 평균 근속 연수는 7년을 넘는다. 13년차 회사인 점을 고려하면 직원 대부분이 장기근속자란 이야기다. 여기에는 회사의 복지혜택이 한몫을 했다. /전주= 최승진 기자

특이한 점은 상담원마다 책상 한쪽에 거울을 붙이고 일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유를 물어보니 “친절한 고객응대를 위한 노력”이란 답이 돌아왔다. 미소 띤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면서 일에 몰두하기 위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화를 다스리기 위한 목적이란 일부 설명은 이들의 고충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준다. 진상고객에게 받은 스트레스를 푸는 일종의 방법이란 뜻이다. 이 회사 이영화 CS팀 파트장은 “정상고객 100명을 응대하는 것보다 1명을 대하는 것이 더 힘들다”며 “힘든고객이 하루 평균 1명 이상은 있다”고 했다. 진상고객의 횡포는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갑의 횡포’를 닮았다. 상담원을 일방적으로 무시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욕설을 퍼붓는 등의 일도 흔한 일이다. 상담 도중 눈이 간지럽다면서 비명을 지르다 갑자기 사귀자면서 돌변하는 경우도 있다.

신입사원들의 좌절은 이러한 현장에서 시작된다. 예상하지 못했던 불주사를 맞게 되면 정신적인 공황으로 업무에 어려움을 겪는다. 백현애 IMI 대리는 “고객상담 자체가 자신과의 싸움”이라며 “인내심이 필요한 직업”이라고 전했다. 상담원들은 무엇보다 이유 없이 가족에 대한 험담을 할 때면 힘들다고 토로했다. 개인적인 욕설은 참을 수 있지만 가족 이야기가 나오면 울컥할 때가 많다는 것이다.

이러한 업무환경 속에서도 IMI 고객센터 직원들의 평균 근속 연수는 7년을 넘는다. 13년차 회사인 점을 고려하면 직원 대부분이 장기근속자란 이야기다. 여기에는 회사의 복지혜택이 한몫을 했다. 이곳에선 모든 직원이 정규직이다. 비정규직 비율이 높은 여타 분야와 차별화됐다. 본사 건물 4층은 직원들을 위한 복지공간이 마련됐다. ‘매니아월드’라고 이름 붙여진 이곳에는 휴식이 필요하면 지위에 상관없이 운동기구는 물론 요가실, 포켓볼, 샤워장 그리고 스크린 골프장 등의 편의시설을 언제나 즐길 수 있다. 상담원로서 보람을 느낄 때가 언제인지 묻자 “힘든고객이 상담 이후 고맙다면서 인사를 건 낼 때”라는 답이 많았다. “신입사원이 어려운 과정을 딛고 상담원로서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 볼 때”라는 고참들의 답도 있었다. 이 회사 박준욱 고객센터장은 “동등한 눈높이에서 서로 존중하는 배려를 보이면 충실한 문의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더팩트 | 전주= 최승진 기자 shai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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