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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황창규 회장, 前 회장 유물 ‘야구단’ 운영 뒷전?
입력: 2015.04.23 10:55 / 수정: 2015.04.23 13:50

“야구단?” 이석채 전 KT 회장의 불명예 퇴진 후 수장 자리에 오른 황창규 KT 회장은 ‘전 회장 색깔 지우기’에 나서고 있다./ 더팩트DB
“야구단?” 이석채 전 KT 회장의 불명예 퇴진 후 수장 자리에 오른 황창규 KT 회장은 ‘전 회장 색깔 지우기’에 나서고 있다./ 더팩트DB

◆ KT 지난해 2920억 원 영업손실…‘불똥’이 kt위즈로?

지난 2013년 1월 17일 오전,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총회를 열고 KT의 프로야구 10구단 창단을 승인했다. 당시 KT 수장이던 이석채 전 KT 회장은 “kt위즈는 한국 프로야구의 새로운 역사를 이끌어갈 10번째 주인공”이라며 “야구와 ICT의 컨버전스로 한국 프로야구뿐만 아니라 관련 산업 전체를 발전하게 만드는 계기로 삼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kt 위즈는 현재 KT 그룹 내에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는 이석채 전 회장의 불명예 퇴진 후 회장 자리에 오른 황창규 KT 회장이 ‘전 회장 색깔 지우기’에 나서고 있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프로야구 활성화에 큰 몫을 해줄 것으로 기대했던 야구계에서도 실망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야구계의 한 관계자는 22일 “700만 관중시대를 연 프로야구는 올시즌 kt 위즈의 가세로 더 큰 흥행을 기대했다. 그러나 9구단 NC 다이노스와 달리 전혀 기여를 하지 못하며 프로야구 초반 흥행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성적도 최하위인데다 프로야구단 운영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아 미운 오리새끼처럼 야구계에서 눈총을 받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kt 위즈가 이처럼 그룹 내에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은 모기업 수장이 바뀌면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황 회장은 취임 후 ‘통신 산업’에 집중하겠다며, 이 전 회장 임기 당시 팽창된 조직 개편에 칼을 빼들었다. 조직을 정리하면서 과감한 인력구조 축소 작업도 단행했다. 지난해 4월 직원 8000여명에 대한 특별명예퇴직을 실시한 데 이어 전체 임원 수를 27% 대폭 줄였다. 전국 지사도 236개에서 79개로 축소했다.

이어 비통신 계열사의 매각도 다수 진행했다. KT는 지난해 이니텍스마트로홀딩스, KT OIC, 싸이더스FNH, KT클라우드웨어, 유스트림코리아 등을 청산하거나 매각했다. 올해 1월에는 KT미디어허브를 KT에 흡수·합병했다. ‘알짜 계열사’로 꼽힌 KT렌탈도 최근 매각했다.

◆야구단 현장 환영 3억 원 트레이드, 그룹 측 난색으로 무산?

황 회장은 ‘대대적 구조조정을 하고 있는 마당에 프로야구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여력이 없다’는 것을 은연중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황 회장이 야구단에 열성을 보이지 않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전 회장 색깔 지우기’를 꼽았다. Kt 위즈는 이 전 회장 임기인 지난 2013년 4월 설립된 KT 자회사 ‘KT스포츠’ 독립 법인에 속해 있다. 비통신 계열사 매각에 나선 황 회장에게 이 전 회장의 유물인 KT스포츠와 kt 위즈가 달갑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실제로 kt 위즈는 최근 한 구단과 전력을 크게 보강할 수 있는 트레이드 기회를 잡고도 현금 3억 원을 투자하지 않아 야구계의 실망을 샀다. kt 위즈는 지난 20일 LG 트윈스와 1대2 트레이드를 하기에 앞서 A구단과 주전급 외야수 2명을 보완할 수 있는 카드에 합의 직전까지 갔으나 젊은 투수 1명 이외에 현금 3억 원을 지불해야하는 조건에 그룹 측이 난색을 보여 무산됐다. 그룹 측이 프로야구단 운영에 적극적 의지가 없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로 꼽히고 있다.

이에 대해 Kt 위즈 관계자는 “시범 경기 중 오퍼가 왔었고 전력이 가늠되지 않았던 상황이었다. 그간 함께 고생하며 훈련하던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어떻겠냐는 논의가 진행되는 와중에 다른 팀과 트레이드가 성사돼 무산된 것”이라며 “3억 원을 지급할 수 없다고 통보한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조범현 kt 위즈 감독이 지난해 12월 18일 kt 위즈 파크에서 열린 kt 위즈 신규 입단선수 기자회견에 참석해 선수 선발 영입의 배경을 밝히고 있다. / 수원kt위즈파크 = 임영무 기자
조범현 kt 위즈 감독이 지난해 12월 18일 kt 위즈 파크에서 열린 kt 위즈 신규 입단선수 기자회견에 참석해 선수 선발 영입의 배경을 밝히고 있다. / 수원kt위즈파크 = 임영무 기자

하지만 프로야구계에서는 대규모 명예퇴직에 따른 비용과 지속되는 적자로 인해 KT가 야구단을 챙길 여유가 없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놨다. 모그룹 경영사정이 악화된 데다 황 회장이 이 전 회장의 유물인 야구단을 그룹 내에서 얼마만큼 큰 비중을 두고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또한 야구단 창단을 주도한 이 전 회장이 약속한 규모의 투자가 이뤄질지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스포츠 전문지인 스포츠동아는 22일자 기사에서 ‘3억 투자 못해…재계 11위 kt 모기업의 불편한 진실’이란 제목으로 현장에서 크게 환영받은 트레이드가 프런트의 최종 결재과정에서 무산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 전 회장 색깔지우기에 kt위즈도 포함?

KT는 지난해 명예퇴직 비용에 1조 원 이상을 썼다. 각종 채권 발행과 이자비용 등으로 재무적인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지난해 그룹은 292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 3월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는 2002년 민영화 이후 13년 만에 처음으로 무배당을 결정해 주주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당시 황 회장은 “구조조정 비용으로 큰 손실이 발생해 배당을 하지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야구단을 운영하는데는 1년에 300억 원 이상이 필요하다. 이 전 회장 역시 야구단 창단 결심 후 “큰돈이 필요한 야구단을 만들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전 회장은 이통 3사 가운데 KT만 인기스포츠인 프로야구단을 운영하지 않고 있는 현실을 개선하고 야구와 ICT 결합을 통해 ‘빅 엔터테인먼트(BIC Entertainment)’를 펼쳐보이겠다는 청사진 아래 프로야구단 출범시켰다. 그룹 내 사정을 이유로 창단 2년도 안 돼 애매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많다.

야구계에서는 “황 회장이 야구단을 출범했다면 과연 이런 말들이 나올 수 있을까?”라며 회장 교체에 따른 관심 변화를 ‘kt 위즈 찬밥’의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이에 대해 KT 스포츠 관계자는 “KBO 가입에 200억 원, 구장 보수에 4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등 초반에 비용이 많이 들었다. Kt 위즈의 예산이 감소한다거나 지원이 줄어드는 일은 없다. 현재도 그룹에서 지원을 많이 받고 있으며, 그룹 역시 스포츠와 접목한 다양한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는 “팀 성적이 좋지 않다보니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 같다. 오히려 그룹은 스포츠에 높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Kt 위즈는 개막 후 홈에서 내리 8번을 지다가 22일 SK 와이번스를 상대로 2-0 승리를 거둬 홈 첫승이자 시즌 3승째를 기록했다. 22일 현재 3승 16패로 최하위다. 9위 NC와 무려 5.5게임차로 벌어져 있다. 1위부터 9위까지가 5.5게임차로 박빙의 승부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kt 위즈만 ‘외딴 섬’처럼 고립돼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 전 회장은 야구와 ICT 기술을 결합해 ‘빅 엔터테인먼트’를 선보이겠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패배가 거듭되면 빅 엔터테인먼트는 무용지물이 된다. 새로운 수장(황 회장)이 야구단에 얼마나 큰 지지를 보내는가가 kt 위즈의 경기력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더팩트│황원영 기자 hmax87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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