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곤 모바일 신작 ‘광개토태왕’ 올해 상반기 출시 예정인 ‘광개토태왕’은 김태곤 엔도어즈 상무가 선보이는 한국적 스타일의 모바일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자신의 영지를 지키고 상대방의 영지를 침략하는 방식을 갖추고 있다. /엔도어즈 홈페이지 캡처

20년차 게임 개발자의 출사표에서 얻는 교훈

지난 11일 KBS1 TV ‘남북의 창’을 통해 북한 IT 현주소가 소개됐다. 휴대전화 가입자 수가 240만 명을 넘어서고 컴퓨터와 태블릿PC 보급이 확대되고 있다고 하니 그야말로 ‘놀랄 노’자다. 게임산업을 취재하는 처지에서 북한의 게임산업 현황도 궁금했지만 이날 방송에선 크게 다루지 않았다.

북한의 게임산업 현황이 궁금했던 것은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콘셉트를 지닌 게임이 있을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폐쇄된 국가에서 개발된 게임에는 어떤 내용들이 주를 이룰지 미뤄 짐작됐지만 기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는 충분했다.

눈을 돌려 세계 게임시장 현황을 살펴보자. 세계화가 가속화되면서 각 나라의 문화 정체성을 담은 게임보다는 그저 그런 서양식 판타지 게임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하나같이 서양 중세시대 갑옷을 입고 J.R.R 톨킨의 걸작인 ‘반지이야기’의 오크 괴물을 물리치는 방식이다. 일면 화려해 보이지만 속내를 살펴보면 하나 같이 비슷해 개성을 찾아볼 수 없는 천편일률적이란 지적이 나온다. 엄밀하게 말하면 서양 문화를 중심으로 한 소수의 세계화다.

이런 와중에 고집스럽게도 우리나라 역사물을 게임화하는 사람이 있어 눈길을 끈다. 게임업체 엔도어즈의 김태곤 상무다. 그는 현재 신작 모바일게임 ‘광개토태왕’을 개발 중이다. 업계에선 스타 개발자로 꼽히는 그가 올해 출시할 이 게임을 통해 어떤 성적을 거둘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김태곤 상무는 20년 넘게 게임을 개발해온 장인이다. 이 가운데 순전히 역사물로만 대박을 터트렸다. 그의 게임에는 이순신, 광개토대왕 등 수많은 역사적 인물들과 배경이 등장한다. 이러한 힘의 원동력은 끊임없는 역사 공부다. 그는 쉬는 날이면 딸과 함께 전국의 박물관을 둘러보는 것이 취미라고 한다.

서양식 판타지 게임의 범람 속에 한 개발자는 며칠 전 개발 소재를 찾기가 무척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그가 개발하고 있는 소재도 서양식 판타지였다. 상황이 이러니 비슷한 소재를 가지고 차별화를 이루려는 고충이 어땠을까 싶다.

우리가 세계화를 남발하는 사이 무의식 중에 우리 게임에 대한 정체성을 상실하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다. 게임을 통해 우리의 문화 정체성을 지켜가자는 공감대는 넓지 않다. 일부 뜻 있는 소수의 개발자들에 의해서만 이뤄지고 있는 수준이다.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문화의 세계화 현상 속에 방향을 잃은 국내 게임 개발자들에게 김태곤 상무의 게임 개발 철학은 교훈을 준다. 쌍방향 소통 도구인 게임은 그 나라의 문화를 대변하는 훌륭한 매체다. 세계 최고 수준의 게임기술 위에 우리 문화의 자부심을 더한다면 이 역시 세계적인 경쟁력이 될 수 있다.

[더팩트 | 최승진 기자 shaii@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