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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현장] '에코' 없는 '에코백', 가격 30만 원대 '순수성' 상실
입력: 2015.03.06 06:00 / 수정: 2015.03.06 06:38
에코백이 34만5000원? 에코백의 취지에 벗어난 에코 없는 에코백들이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PVC 코팅이 돼 있는 에코백이 인기를 끌고 있는 가하면, 버려진 트럭 방수포로 만든 F브랜드 가방은 세상에서 단 하나뿐이라는 이유만으로 35만 원 정도의 고가에 판매되고 있다./명동=서민지 인턴기자
에코백이 34만5000원? 에코백의 취지에 벗어난 '에코 없는 에코백'들이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PVC 코팅이 돼 있는 에코백이 인기를 끌고 있는 가하면, 버려진 트럭 방수포로 만든 'F'브랜드 가방은 세상에서 단 하나뿐이라는 이유만으로 35만 원 정도의 고가에 판매되고 있다./명동=서민지 인턴기자

에코백 취지 실종한 무늬만 에코백 수십만 원대

패션도 살리고 친환경적인 제품을 소비하는 의식 있는 '개념인'으로 거듭나기에 딱 좋은 아이템인 '에코백(eco bag)'. 에코백은 일반적으로 인조피혁과 화학처리 등 가공을 하지 않고 천연 면이나 컨버스 천 등 생분해성 재료로 제작되는 친환경 천 가방을 말한다. 지난 1997년 영국 한 디자이너가 환경자선단체와 손잡고 처음 세상에 선보였다.

'나는 비닐백이 아닙니다(i'm not a plastic bag)'라는 문구를 가방에 새겨 비닐봉지 사용을 줄이려는 차원에서 시작된 친환경 천 가방은 세계 몇몇 유명 연예인, 패셔니스타들이 애용하면서 일반 소비자들 관심도 급속도로 달궈졌다. 에코백 출시초기 가격도 한화 1만 원 내외로 정직했다.

하지만 최근 국내 관련 시장을 돌아보면 '에코백'을 친환경적인 소재로 만들었다는 의미인 '에코'는 점차 사라지는 모습이다. 단지 '에코'라는 단어적 상징성만 브랜드에 차용하고 에코백의 본 취지를 상실한 가방들이 수십만 원에 달하는 가격표를 단 채 우후죽순 쏟아지고 있다. 본래 취지는 사라지고 상업적 소비심리만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친환경의 소박한 가방도 훌륭한 패션 아이템이 된다는 에코백의 순수 기능은 수익만 추구하는 상업주의에 의해 퇴색하고 있다.

봄맞이 신상 에코백. 4일 잠실 L백화점과 명동 L, S백화점에는 일본인·중국인 관광객들과 함께 신학기 시즌을 맞아 나들이를 나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 가운데서 눈에 띄는건 봄 기운이 느껴지는 에코백을 구경하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이었다./잠실·명동=서민지 인턴기자
봄맞이 '신상 에코백'. 4일 잠실 L백화점과 명동 L, S백화점에는 일본인·중국인 관광객들과 함께 신학기 시즌을 맞아 나들이를 나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 가운데서 눈에 띄는건 봄 기운이 느껴지는 '에코백'을 구경하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이었다./잠실·명동=서민지 인턴기자

4일 <더팩트> 취재진은 서울 명동, 잠실등지의 매장 18군데를 방문해 현재 판매하고 있는 '에코백'의 상업적 실태를 확인해 봤다.

◆'에코' 실종된 '에코백'

에코는 어디에… 일명 이효리 에코백으로 유명한 C브랜드의 5만3000원짜리 에코백이다. 직원이 에코백이라고 소개시켜 준 가방에는 버젓이 PVC로 겉감이 코팅돼 있었다./잠실=서민지 인턴기자
'에코는 어디에…' 일명 '이효리 에코백'으로 유명한 C브랜드의 5만3000원짜리 '에코백'이다. 직원이 '에코백'이라고 소개시켜 준 가방에는 버젓이 PVC로 겉감이 코팅돼 있었다./잠실=서민지 인턴기자

지난 2013년 공효진의 공항패션, 아이비가 들고다니는 사진이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 등에 공개되면서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는 스웨덴 패션 브랜드 A가방은 '에코백'으로 불리지만 사실 진정한 의미에서는 '에코백'이 아니다. 100% 이탈리아산 양가죽으로 만든 75만 원대 명품 가죽가방이기 때문이다. 스타일만 '에코백'일 뿐 친환경 '천 가방'을 의미하는 거리가 멀다.

주변 매장보다 유독 손님들로 붐볐던 C브랜드의 '에코백'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화려한 꽃무늬 패턴으로 유명한 일명 '이효리 에코백'이라고 불리는 해당 브랜드의 제품에 대해 매장에 직접 찾아가 확인해보니 직원은 '북 백'이라는 것을 보여주며 "코팅돼 튼튼해서 책 넣기 좋다"며 겉감이 100% PVC로 코팅된 5만3800원짜리 가방을 여러 개 보여줬다. 친환경적 성분이 아닌 화학 재료인 PVC가 잔뜩 섞인 가방을 에코백이라 버젓이 추천했다.

에코백에 PVC 코팅이! 겉 재질과 관계없이 모든 제품에 ECO 마크를 달고 출시된 K브랜드의 가방은 단순히 재활용할 수 있다는 마크만 찍혀 있을 뿐 어떤 소재로 만들었지 알 수 없다./명동=서민지 인턴기자
'에코백에 PVC 코팅이!' 겉 재질과 관계없이 모든 제품에 'ECO' 마크를 달고 출시된 K브랜드의 가방은 단순히 재활용할 수 있다는 마크만 찍혀 있을 뿐 어떤 소재로 만들었지 알 수 없다./명동=서민지 인턴기자

제품의 소재를 확인할 수 없는 제품도 적지 않았다. 버려지는 천을 재활용해 만들었고 가방을 사면 아프리카에 자동 기부가 되는 K브랜드의 1만9500원대 가방은 단순히 재활용할 수 있다는 마크만 찍혀 있을 뿐 어떤 소재로 만들었는지에 대해서는 어떤 정보도 찾을 수 없다.

입점 된 지 3일 째지만 이틀 연속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설명하던 매장 직원에게 가방의 소재를 묻자 해당 브랜드에 적힌 'ECO'마크를 가리키며 "폴리(에스테르)다"라고 답했다. 그러고 보니 직원이 보여준 K브랜드에서 판매하는 모든 제품은 겉감 재질이 다른데도 일괄적으로 'ECO'라는 로고가 박혀 있었다.

◆같은 소재 '에코백'…부르는 게 값

명품vs지하상가 C브랜드의 에코백(위)과 명동 지하상가에 파는 에코백(아래)을 비교해봤다. 두 가방은 무려 30배에 달하는 가격 차이가 났다. / 잠실·명동=서민지 인턴기자
'명품vs지하상가' C브랜드의 에코백(위)과 명동 지하상가에 파는 에코백(아래)을 비교해봤다. 두 가방은 무려 30배에 달하는 가격 차이가 났다. / 잠실·명동=서민지 인턴기자

에코백의 애매한 가격 책정 기준 역시 문제로 지적됐다.

애초 당시 에코백은 돈을 내고 직접 사기보다 제품을 사면받는 서비스 상품으로 돈을 지불하고 덤으로 얻는 가방의 개념이었다. 그러나 2007년 영국의 유명 디자이너 아냐 힌드마치가 흰색 천 가방에 'I'm not a plastic bag'이라는 메시지를 새겨 1만 원대에 판매하면서부터 '에코백'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힌드마치가 판 에코백이 불티나게 팔리면서 각종 유명 브랜드들도 후발 주자로 '에코백'을 출시하는 등 에코백 본연의 취지는 잊은 채 마케팅에만 혈안이 된 브랜드들이 늘어만 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능 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으면서도 고가로 판매되는 명품 브랜드 에코백들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18개의 매장을 방문해 판매하고 있는 에코백에는 주로 '100% cotton(면)'이라는 성분 표시가 돼 있었다. 그러나 같은 면을 사용했음에도 가격은 5000원대부터 30만 원대까지 천차만별이었다.

백화점 C브랜드에서 15만 원에 판매되는 에코백은 명동지하 상가에서 판매되는 에코백과 같은 소재인 100% 면(캔버스)에다 크기, 색상도 비슷했지만 가격은 무려 30배나 차이가 났다. 이 두 가방의 차이는 단지 로고뿐이었다.

여자 친구와 함께 '에코백'을 사러 온 김모(28) 씨는 "기부금 마련 프로젝트를 위해 직접 만든 적 있다. 직접 천을 떼다가 만들면 가방 한 개에 5000원 정도 든다. 여기에 인건비와 기부 의미를 붙여 2만 원에 팔았다. 10만 원 훌쩍 넘는 명품 에코백? 말도 안된다. 터무니없다. 로고값 아닌가?"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여자 친구 이모(24) 씨는 "원래 C브랜드 다른 가방은 훨씬 더 비싸다. 기존 가방보다 저렴하지만, 로고는 크게 박혀 있으니 인기가 많은 것 같다. 비싸서 못 산 사람들이 에코백으로 만족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40만 원짜리 가격표가 적힌 에코백을 지켜 보던 또 다른 고객은 "내가 든 건 2만 원짜리 천 가방인데, 40만 원에 달하는 이 제품이 어떤 점이 다르다는 건지 솔직히 모르겠다"며 "환경보호도 돈이 있어야 할 수 있다는 위화감이 조성되는 것 같다"며 "'에코백'의 진정한 의미를 되찾았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값비싼 에코백 버려진 트럭 방수포로 만든 F브랜드 가방은 세상에서 단 하나뿐이라는 이유만으로 30만 원 정도의 고가에 판매되고 있다. / 명동=서민지 인턴기자
값비싼 에코백 버려진 트럭 방수포로 만든 'F'브랜드 가방은 세상에서 단 하나뿐이라는 이유만으로 30만 원 정도의 고가에 판매되고 있다. / 명동=서민지 인턴기자

L백화점 영플라자 편집숍에는 다양한 '에코백'을 모아놨다. 그 가운데서 눈에 띄는건 한쪽 벽을 가득 메운 트럭 방수포로 만들었다는 'F'브랜드 가방이다. 'F'브랜드 가방은 세상에서 단 하나뿐이라는 이유만으로 기본 30만 원 정도의 고가에 판매됐다. 'F'브랜드 가방을 구매한 윤모(29)씨는 "재활용 소재라 똑같은 가방이 없어 '레어템'으로 불린다. 하지만 고가의 가격 탓에 오죽하면 '비싼 쓰레기'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다"라고 말했다.

비싼 가격과 관련해 업체들은 "일부 에코 제품들은 일반 제품들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은 편이다. 이 제품들은 재활용품을 활용해 만들기 때문에 인건비 등 부가적인 비용이 들어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에코'는 마케팅 수단일 뿐 브랜드만 앞세워 가격을 부풀린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백화점을 찾은 강모(32) 씨는 "'에코백'이라는 게 집에 굴러다니는 천 가방을 플라스틱 백 대신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하지만 수십만 원에 달하는 에코백을 보고 있자니 허황된 소비 심리만 부추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더팩트 | 서민지 인턴기자 mj7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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