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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근의 Biz이코노미] 1%대 주식담보대출, 반갑지만 않다
입력: 2015.01.29 15:43 / 수정: 2015.01.29 15:43
1% 초저금리 주택대출 근본 대책 될까 정부가 주택경기 활성화 정책의 일환으로 1%대 초저금리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출시한다고 발표했지만, 근본적으로 주택 가격을 낮출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 더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더팩트 DB
1% 초저금리 주택대출 근본 대책 될까 정부가 주택경기 활성화 정책의 일환으로 1%대 초저금리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출시한다고 발표했지만, 근본적으로 주택 가격을 낮출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 더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더팩트 DB

"달력을 보는 게 무서워요."

며칠 전 지인이 운영하는 수도권 공인중개사 사무실에 들렀을 때의 일이다. 3살 남짓으로 보이는 딸 아이와 함께 공인중개사를 찾은 한 여성이 찾아와서는 이래저래 주변 아파트 시세를 물어보고는 한숨을 쉬며 하는 말이 가슴에 꽂혔다.

56㎡(17평) 아파트에 살고 있다는 이 여성의 고민은 한 가지다. 전세 재계약을 코앞에 두고 집주인이 보증금을 3000만 원을 올려달라고 했기 때문이다.

"당장에 목돈을 구할 수도 없고 아직 갚아야 할 대출이 산더미인데…"

여자의 절박한 이야기에 지인은 익숙하다는 듯 덤덤한 표정으로 짧게 답했다. "주변 시세가 다 그래요. 그 정도면 (전세 보증금을) 많이 올린 것도 아니에요."

최근 서울에 있는 유명 대학가 근처 원룸이나 오피스텔 전세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른다고 한다. 신혼살림을 차리려는 젊은 부부와 사회초년생들이 집을 살 엄두가 나지 않자 상대적으로 전월세 가격이 낮은 대학가를 찾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정부가 주택 경기를 살리겠다며 전례 없는 1%대 초저금리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출시한다고 공언했다. 조건도 파격적이다. 신용 및 부채비율 심사도 하지 않는 것은 물론 집이 없으면 소득제한도 없고, 웬만한 고가 중대형 주택도 대출 대상에 포함했다. 5년 이상 무주택자, 부부합산 연소득 6000만 원 이하 등의 조건도 없다.

목돈을 구할 길 없는 사람에게는 이 얼마나 반가운 소식이겠는가. 하지만 정부가 예고한 초저금리 대출 상품의 내역을 자세히 살펴보면, 정작 돈이 없는 사람들이 반가워할 일인지도 의문스럽다.

초저금리 주택담보대출 상품에서는 공시가격 9억 원 이하이면서 전용면적 102㎡ 이하 아파트까지 대출 가능 폭을 넓혔다. 집 살 여력이 없는 서민을 위한 대책이 아닌 어느 정도 경제력을 갖춘 고소득자의 주택 구매를 돕기 위한 대출제도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빚을 갚을 여력이 되는 사람에게는 '기회'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그 여력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신혼부부나 사회초년생들은 훗날 국내 부동산 경기 활성화에 축을 이루는 잠재 수요층이다. 2년 마다 치솟는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하고 이집저집을 옮겨 다녀야 하는 그들에게 초저금리라고는 하지만 더 이상의 빚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400조7000억 원에 달한다. 이미 갚아야 할 빚이 쌓일 대로 쌓인 상황에서 정부가 또 다른 빚을 부추기는 모양새니 이를 환영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난 2007년 미국에서 발생한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근본 원인도 결국에는 무분별한 주택담보대출에서 비롯된 것 아닌가. 빌려 간 사람은 많은데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이 그보다 더 많다면 그 결과야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주택 시장 정상화를 위한 정부의 노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집값을 현실적인 수준으로 낮출 수 있는 근본대책을 마련하는 게 우선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근로자 가구의 월평균 소득으로 서울에 있는 아파트 한 채를 마련하는 데 수십 년이 걸린다는 통계가 나올 정도라면 국내 부동산 가격에 확실히 문제가 있는 것 아니겠는가.

서민 어깨에 '빚더미'를 얹는 정책보다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준으로 집값을 낮출 수 있는 정책 마련이 더 시급한 때다.

[더팩트 | 서재근 기자 likehyo8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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