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황진희 기자] 이웅열(59) 코오롱 회장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생산하는 계열사 네오뷰코오롱(이하 네오뷰)을 부당지원했다는 의혹에서 수년째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창립 이래 14년 동안 흑자를 내지 못한 계열사인 네오뷰에 이 회장이 수천억 원의 자금을 쏟아 붓는 데 대해 재계 일각에서는 이런저런 다소 부정적인 억측과 뒷말이 나돈다.
코오롱그룹의 네오뷰 자금 지원은 의사결정권자인 이웅열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게 재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코오롱 측은 네오뷰 투자는 미래를 위한 결정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아지까지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이 회장의 거침없는 투자가 경영승계를 위한 또 다른 저의에서 비롯된 게 아니냐는 날 선 지적도 제기하고 있다.
◆ 10여 년간 약 2500억 지원, 손실도 눈덩이
코오롱의 네오뷰 지원 미스테리를 풀기 위해서는 먼저 네오뷰의 매출규모와 지원규모를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2000년 충남 홍성에 설립된 네오뷰는 설립 5년 뒤인 2005년부터 매출을 내기 시작했다. 당시 이 회사는 148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러나 당기순손실이 148억 원이어서 흑자를 내진 못했다.
이어 2006년에는 매출이 전년의 20% 수준인 32억 원으로 급감했고, 2007년 35억 원, 2008년 33억 원, 2009년 34억 원, 2010년 12억 원, 2011년 66억 원, 2012년 22억 원, 2013년 13억 원 등의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당기순손실을 보면 상황은 더 열악하다. 2006년 24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고, 2007년 313억 원, 2008년 222억 원, 2009년 184억 원, 2010년 171억 원, 2011년 190억 원, 2012년 248억 원, 2013년 268억 원 등으로 늘어났다. 매출에 수십배나 손실을 본 것이다.
이렇다보니 네오뷰는 2005년부터 자본잠식 상태에 있다. 2013년 말에는 자본잠식비율 61%를 기록해 2011년 이후 계속 높아지는 양상이다.
한두해가 아니고 십년 이상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계열사지만, 그룹 차원의 애정은 날로 더해갔다.
코오롱은 네오뷰에 유상증자 참여 등으로 꾸준히 자금을 지원해왔다. 2003년 400억 원, 2004년 500억 원, 2007년 300억 원, 2008년 95억 원, 2009년 175억 원, 2010년 236억 원, 2011년 138억 원, 2012년 185억 원, 2013년에는 300억 원, 2014년 169억 원 등 10여년 동안 모두 2498억 원을 지원했다.
객관적인 수치만 놓고 보더라도 이익을 한 푼도 내지 못하는 회사에 수천억 원을 지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여기에서 시작된다. 기업은 이익 실현을 목표로 하는 집단이라는 기본 전제를 놓고 보면, 이 회장의 끊임없는 네오뷰 지원은 선뜻 납득하기가 어렵다는 게 일반 경영인들 판단이다.
코오롱그룹 측은 이같은 투자집중과 관련해 “디스플레이사업은 시설 투자나 연구개발비에 돈이 많이 든다. 실적이 저조한 것은 아쉽지만,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투자자금이 필요하다”면서 “이 회장이 초창기부터 미래사업으로 내다보고 일군 사업이기 때문에 투자하고 있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 연구개발비도 ‘미미’, 자금은 어디로 흘러갔을까?
일각에서는 이 회장-코오롱-네오뷰로 연결된 출자 구조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다. 코오롱을 통해 네오뷰로 흘러들어간 수천억 원의 자금이 특정인의 호주머니로 되돌아 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아직까지 그룹 지분을 한 주도 갖고 있지 않은 외아들 이규호(31) 코오롱글로벌 부장과 네오뷰 투자를 연결해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실제로 현재 코오롱은 네오뷰 지분 98.90%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 회장은 코오롱의 지분 44.45%를 보유하고 있다. 이 회장이 코오롱을 통해 네오뷰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코오롱이 지난 14년간 그룹 차원에서 네오뷰를 지원한 데도 이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그룹이 쏟아 부은 수천억 원의 행방도 묘연하다는 주의의 지적도 코오롱측이 답해야할 대목이다. 2013년 네오뷰의 경상연구비는 4억 원에 불과했다. 2012년 연구비를 합해도 10억 원 정도에 불과했다. 매출 원가의 5%도 되지 않는 수준이다. 수혈된 자금의 44%는 인건비로 지급됐다는 분석도 있다.
네오뷰 관계자는 이에대해 “연구개발비는 ‘판매와 일반관리비’를 합한 ‘판관비’다. 하지만 제조원가를 포함한 경상개발비 항목과 무형자산의 개발비도 연구개발비에 포함된다”면서 “이렇게 광의적으로 따지면 연간 적게는 60억 원에서 많게는 70억 원까지 연구개발비에 사용한다. 실질적 연구개발비를 판관비로 따지면 안된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부실 계열사에 수천억 원의 자금을 지원하는 행위가 영업상 배임혐의로 확대 해석될 수 있는 소지가 다분하다고 지적한다. 웅진의 윤석금 회장이나 SK의 최태원 회장 역시 부실 계열사에 수백억 원을 부당 지원한 배임 혐의로 법정에 선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현재 코오롱그룹 35개사의 총부채비율은 2013년 말 기준 155.3%로 조사됐다. 특히 주력 계열사인 코오롱글로벌의 부채비율은 480%로 ‘위험수위’에 치닫고 있어, 이 회장은 알짜 자산을 매각하는 방법으로 부채비율을 줄이고 있다. 그러나 그룹 전체가 높은 부채비율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도 한 해 수백억 원씩 네오뷰에 투자자금을 지원한 데 대해 의문부호가 뒤따르지 않는게 오히려 이상할 수 있다고 재계 한 관계자는 꼬집었다.
재계 관계자는 “십년 이상 부실 계열사에 무조건적으로 자금을 지원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수천억 원의 자금을 지원하고도 적자를 면치 못해 그룹 재무에 악영향을 끼쳤다면 배임의 소지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코오롱 관계자는 “투자한 만큼 성과가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네오뷰 임직원들 역시 열심히 일하고 있다”면서 “이 회장의 네오뷰 지원에 대해 비자금 의혹 등 억측들이 제기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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