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노사가 도출한 임단협 잠정합의안이 7일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부결된 이후 회사 앞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 정병모 노조위원장, 권오갑 사장(왼쪽 두번째부터)/현대중공업 제공 |
[더팩트│성강현 기자] 지난해 역대 최대 적자를 기록한 현대중공업이 출구가 보이지 않는 터널에 다시 갇혔다. 더 큰 문제는 터널을 빠져나가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는 것이다. 돌파구는 없는 것일까.
현대중공업 노사가 7개월간 머리를 맞대고 타결한 '2014년 임금 인상 및 단체협약'(이하 임단협) 잠정합의안이 조합원의 압도적인 불신으로 휴지조각이 됐다. 7일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전체의 66.47%가 반대표를 던졌다. 노사가 70차례 이상 협상을 벌이며 오랜 진통 끝에 만들어낸 잠정합의안이 물거품이 된 것이다.
결국 지난해 마지막 날 잠정합의안이 도출된 이후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이 지난 5일 신년사에서 "2015년을 경쟁력 회복을 위한 재도약 원년으로 삼고 실천하자"고 당부했지만 대답없는 메아리로 전락한 셈이다.
지난해 9월 현대중공업 지휘봉을 잡은 권오갑 사장은 임단협 합의를 가장 시급한 과제로 삼고 문제 해결을 위해 내부에서도 인정할 정도로 적극적인 스킨십을 발휘하며 발 벗고 나섰다. 특히 찬반투표를 하루 앞둔 6일 오전 출근길 공장 정문에서 직원들에게 '읍소 편지'를 건네며 찬성표를 던져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끝내 수포로 돌아갔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서 최종 협의를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조합원들이 이 같은 상황을 이해해주지 않은 것에 대해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결의 원인으로는 기대 이하의 임금 인상분이 지목된다. 실제로 기본급 인상에서 잠정합의안은 3만7000원, 기존 노조 요구안은 13만2013원으로 격차가 상당하다. 노사는 직무환경수당 명목으로 1만 원을 추가해 실질적으로 기본급 4만7000원 인상 효과를 내는 절충안을 도출했지만, 불만이 팽배한 조합원들은 외면했다.
현대중공업 직원들의 지난 2013년 평균 연봉은 7232만원이다. 동종 업계인 삼성중공업은 7600만 원, 대우조선해양은 7500만 원, 한진중공업은 5267만 원을 받았다.
임금 인상분 미흡과 더불어 그동안 회사의 지속적인 부당 대우도 부결에 한몫을 차지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회사가 최대 적자에 허덕이고, 경기가 나쁜 상황인 것을 알면서도 반대표를 대거 던진 이유는 이전 소위 '잘나가던' 시절에도 무조건 직원들의 양보와 희생을 요구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잠정합의안 부결의 원인으로는 기대 이하의 임금 인상분과 그동안 회사의 지속적인 부당한 대우도 한몫을 차지했다는 지적이 나왔다./현대중공업 노동조합 제공 |
한 노조원은 구체적으로 전임 사장 시절의 불만을 털어놨다. "당시 (인금 인상) '2년만 참아 달라', '세계 경제가 어려우니 조금만 참아 달라' 등의 회유를 했고 사상 최대 흑자를 달성할 당시에도 동결에 가까운 임금 인상에 불과했다."
결국 노조에 또다시 참으라는 거듭된 요구가 이번에는 통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 노조원뿐 아니라 대부분의 조합원들이 이 같이 생각할 개연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이 세계 1등 조선소라는 자부심과 별개로 1등이라면 그만큼 대우가 수반돼야 하는데 (회사가) 노조에 양보만 강요하다 보니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조합원들의 분노가 (찬반투표에서) 폭발한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노조의 주장에도 일리는 있다. 그렇지만 조합원들이 현 상황을 직시해야 한다는 점도 분명하다. 어제의 1등이 오늘 그리고 내일의 1등이 될 수 없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3조 원의 최대 적자에다 기업의 가치를 보여주는 주가도 곤두박질쳤다. 더욱이 세계 조선업 침체가 장기화할 조짐이며 중국과 일본 업계의 거센 협공은 현대중공업의 미래를 어둡게 한다. 한마디로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이다. 업계 1위 현대중공업의 임금 인상 요구를, 일반 국민들이 어떤 시선으로 볼지도 고려해야 한다.
앞으로 노사는 원점에서 재협상을 시작할 수밖에 없다. 새로운 잠정합의안에서는 반대표를 던진 조합원들의 마음을 되돌릴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노사 양측이 접점을 찾는 게 만만치 않다. 이는 회사도 노조 집행부도 조합원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서로가 명분과 실익을 찾되 상대의 퇴로를 열어주는 협상력을 발휘, 빠른 시간 내에 타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특히 끝 모를 평행선은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현대중공업 경영정상화와 경쟁력 확보의 우선은 노사의 합심이다. 노사 모두 공생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회사가 살아야 조합원이 살고, 조합원이 살아야 회사가 산다는 평범한 진리를 잊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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