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북한이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가 다운돼 접속이 불가능한 사태가 발생했다./ 더팩트DB |
[더팩트 | 황원영 기자] 최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암살을 소재로 한 영화 ‘인터뷰(The Interview)’ 개봉을 앞두고 미국과 북한이 갈등을 빚은 가운데 북한이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가 다운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미국과 북한이 각각 한차례씩 사이버 공격을 주고받았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대규모 사이버 전쟁이 일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3일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북한이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가 이날 새벽부터 다운돼 접속이 불가능하게 됐다. 북한 도메인 .kp를 사용하는 홈페이지들은 지난 19일 밤부터 불안정한 상태를 보였으며 22일부터는 불통 사태로 접어들었다.
미국 인터넷 시행관리업체 딘 리서치 더그 마도리 소장은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인터넷 네트워크에서 데이터의 전달을 촉진하는 중계 장치인 라우터가 디도스(DDos, 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을 받은 것과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업계는 인터넷 사이트 다운 사태가 장시간 이어짐에 따라 단순한 유지·보수는 아니라고 분석했다.
이번 북한의 인터넷 다운 사태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주말 북한의 소니 해킹 사건에 대해 “비례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힌 뒤 발생한 일이다. 따라서 미국이 배후에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소니픽처스 엔터테인먼트는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 1위원장 암살을 그린 영화 ‘인터뷰(The Interview)’ 개봉을 앞두고 '정의의 수호자'라는 해킹 그룹에 테러 위협을 받았다./ 소니픽처스 엔터테인먼트 제공 |
앞서 ‘정의의 수호자’라는 해킹 그룹은 소니픽처스 엔터테인먼트 컴퓨터네트워크를 해킹하고 테러 위협을 가한 바 있다. 이에 소니는 영화 인터뷰 개봉을 취소했다.
미국 정부는 소니픽처스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해킹이 북한 소행이라고 공식 발표했으나, 북한은 ‘해킹을 하지 않았다’고 부인하고 있다.
미국 내에서는 북한에 대한 제재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미국 국민들은 “북한의 테러 위협에 굴복했다”며 “영화를 인터넷을 통해 무료로 공개하거나 주문형 DVD로 만들어 배포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소니가 영화 개봉을 취소하면서 북한과의 사이버 전쟁에서 미국이 처음으로 패배했다고 비판했다.
북한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오바마 대통령은 소니 해킹 사건 해결을 위해 중국 정부에 협조를 당부하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비례적 대응’을 언급한 만큼 이번 북한 인터넷 다운 사태가 미국과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북한의 대응에도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업계는 북한이 사이버 보복을 통해 미국에 대응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날 민중의소리에 따르면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관계자는 “미국의 공격으로 밝혀질 경우 향후 피해는 미국 측이 더 크게 입을 것”이라고 강력한 보복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