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자사 세탁기를 고의로 파손했다며 LG전자 HA사업본부 조성진(왼쪽) 사장 등 LG전자 임원진을 서울중앙지검에 수사의뢰했다. 사진은 지난해 8월 28일 정수기와 냉장고를 결합한 'LG디오스 정수기 냉장고' 공개 현장./ 더팩트DB |
[더팩트 | 황원영 기자] 그간 디스플레이 특허와 냉장고 용량 등으로 크고 작은 소송전을 벌여온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다시 법정에서 만나게 됐다. 이번에는 세탁기다.
LG전자 고위 인사가 해외 전시중인 자사의 세탁기에 고의로 흠집을 냈다며 삼성측이 고소했다. LG측은 실수라며 고의성이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삼성측 입장은 강경하다.
백색가전 1위자리를 놓고 한치의 물러섬이 없는 삼성과 LG의 자존심 싸움의 결과가 이번에는 어떻게 결론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삼성, 명예훼손·재물손괴 등으로 조성진 LG전자 사장 수사의뢰
삼성전자는 최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2014 기간 중 LG전자가 자사 세탁기를 고의로 파손했다며 지난 11일 조성진 LG전자 HA(홈어플라이언스) 사업본부장(사장)을 명예훼손, 업무방해, 재물손괴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수사의뢰 했다고 14일 밝혔다. 이에 LG전자는 “삼성전자가 경쟁사 흠집내기에 나섰다”며 격하게 반발했다.
앞서 베를린 자툰 유로파센터 매장에서 LG전자 임직원이 삼성전자 크리스털 세탁기를 파손했다는 논란이 인 바 있다. 당시 삼성전자가 ‘고의 파손’을 주장했으나 LG전자는 ‘실수’라며 고의성을 부인했다. 당시 해당 임직원은 파손된 세탁기 4대에 대한 변상조치를 진행하고 사건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14일 “조 사장과 LG전자 일부 임직원이 지난 3일(현지시각) 국제가전전시회 IFA에 참석하기 위해 독일에 방문했을 때 베를린 시내 가전 양판점에서 삼성전자 독일법인 소유의드럼세탁기를 고의로 파손하고 이를 숨겼다”며 “자사 세탁기가 파손된 또 다른 매장인 슈티글리츠 매장의 CCTV를 확인한 결과 양복 차림의 동양인 남자 여러 명이 제품을 살펴보다 그중 한명이 세탁기를 파손키고 현장을 떠나는 장면을 확인했다. 제품을 파손시킨 사람은 LG전자 조성진 사장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한 “슈티글리츠 매장에서 제품을 파손시킨 사람이 국내 업체 사장이라는 점을 확인했지만, 국가적 위신과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 해당 국가에서는 사안을 확대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에 LG전자는 “당사 사장을 비롯한 임직원이 해당 매장을 방문해 여러 제품을 살펴 본 사실은 있다”면서도 “특정 회사의 제품을 파손시켜 그 제품 이미지를 실추시킬 의도가 있었다면, 굳이 당사 임직원들이 직접 그런 행위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상식적일 것”이라며 고의로 삼성전자의 세탁기를 파손했다는 주장을 반박했다.
또한 “다른 회사 세탁기와 달리 유독 특정 회사 해당 모델은 세탁기 본체와 도어를 연결하는 힌지 부분이 상대적으로 취약했다”며 삼성전자 제품의 연결부분이 취약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LG전자는 “이번 일이 글로벌 세탁기 1위 업체인 당사에 대한 흠집내기가 아니길 바란다. 검찰조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삼성전자는 LG전자가 자사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고의로 제품을 파손시켜 제품 이미지를 실추시켰을 뿐만 아니라 거짓 해명으로 삼성전자 제품을 교묘히 비하해 당사 임직원들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반발했다. 또한 “정확한 사실관계를 위해 사법 기관이 판단을 구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 삼성·LG 과거 분쟁 사례? 냉장고, 에어컨, 디스플레이
그간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디스플레이 특허와 냉장고 용량과 광고 등을 놓고 각종 소송을 벌여왔다.
지난 2012년 8월 삼성전자가 자사 냉장고에 물건을 넣어 LG전자 제품보다 크다는 실험 결과를 담은 동영상을 제작‧배포한 바 있다. LG전자가 이에 반발하며 수백억 원 대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으로 이어졌다. 당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자사 900ℓ 냉장고와 910ℓ 냉장고의 용량을 두고 설전을 벌였다. LG전자는 서울중앙지법에 해당 광고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으나 지난해 8월 법원의 권고로 양측이 소송을 취하하며 마무리 했다.
지난 3월에는 에어컨 시장 점유율로 싸움을 벌였다. 삼성전자가 에어컨 신제폼을 출시하며 시장조사업체 GfK 조사 결과를 인용해 ‘가정용 점유율 1위’라고 주장했으나 LG전자는 통계자료의 신뢰도를 문제 삼아 이를 반박했다. 당시 LG전자는 삼성전자가 내보낸 TV광고에 대해 한국방송협회에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도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소송을 벌여왔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자사 기술을 유출한 혐의로 LG디스플레이를 검찰에 고소했고 LG디스플레이는 본사 압수수색을 당하는 등 각종 고초를 겪었다. LG디스플레이 임직원 11명이 불구속 기소되기도 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특허침해금지 및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이에 맞서 LG디스플레이도 맞소송을 제기했으나, 정부의 중재로 지난해 9월 양측이 소송을 취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