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의 '말리부 디젤'과 르노삼성자동차의 'SM5 TCE' 등 국내 완성차 업계가 내놓은 신차에서 시동 꺼짐 등의 중대한 결함이 잇따르면서 소비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 한국지엠 제공 |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지난 5월 르노삼성자동차의 중형 세단 'SM5 TCE' 모델을 구매한 김모 씨는 주행 중 아찔한 경험을 했다.
차량을 인도받은 지 보름 여 만에 주행속도가 시속 50km 이상 올라가지 않는 현상이 지속하다 결국 시동이 꺼져버린 것. 다행히 큰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김 씨는 증상 발생 직후 인근 서비스센터를 찾아 차량 수리를 맡겼지만, 이 같은 증상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당시 김 씨의 차량 주행거리는 1200여km밖에 되지 않은 상태였다. 김 씨는 '시동 꺼짐' 현상이 지속하자 회사 측에 환불 또는 차량 교환을 요구했지만, 회사 측은 수리만 가능하다는 답변만 내놨다.
르노삼성자동차의 신차 결함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4월 말 출시한 준중형 세단 'SM3 네오'의 경우 한 구매자가 차량 인수 이틀 만에 시동 꺼짐현상이 발생, 큰 사고를 당할 뻔한 사례도 보고된 바 있다.
출시된 지 1년도 채 안된 신차에서 중대한 결함이 발생한 것은 르노삼성자동차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지엠은 지난 3월 출시한 중형 디젤 세단 '말리부 디젤'에서 주행 중 시동이 꺼지거나 속도가 뚝 떨어지는 문제점을 파악해 무상수리를 하기로 결정했다고 20일 밝혔다.
디젤 열풍에 힘입어 출시 이후 지금까지 2000대 이상이 판매되며 승승장구하던 모델에서 최근 시동 꺼짐 관련 신고가 잇따르자 회사 측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다.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으로 교통안전공단 자동차 결함신고센터가 접수한 말리부 디젤 시동 꺼짐 관련 신고는 모두 29건이다. 운전자들의 신고내용을 살펴보면 주행 도중 계기판 내 엔진과열 경고등에 불이 들어오면서 시동이 꺼졌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는 한국지엠의 무상수리 조치와 별개로 이달 안에 말리부 차량의 결함조사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최근 국내 완성차 업계가 출시한 신차에서 시동꺼짐과 같은 중대한 결함 발생이 잇따르자 소비자들의 불만과 불안은 커지고 있다.
신차 구매를 앞둔 한모(31)씨는 "차량 구매도 결국 '복불복'이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것 같지 않다"면서 "구매한 자동차가 얼마 되지도 않아 주행 중에 속도가 올라가지 않고, 시동이 꺼진다면 금전적 손해는 물론 목숨까지도 위험해 질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차량 피해와 관련한 카페나 동호회 등 각종 인터넷커뮤니티에도 신차 결함 피해 보상 절차에 대한 문의나 피해 사례를 소개하는 게시물이 끊임없이 게재되고 있다.
한 네티즌은 "자동차 회사의 안일한 대응에 화가 치밀고, 생명을 담보로 차량운전을 한다는 자체가 너무 무섭다"며 불만을 쏟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