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부터 네 차례, 모두 8명의 사상자를 내 ‘안전성 논란’에 휩싸인 제2롯데월드가 23일 주요 일간지에 안전을 강조한 전면광고를 실어 눈길을 끌고 있다. |
[황진희 기자] 지난해 6월부터 네 차례, 모두 8명의 사상자를 내 ‘안전성 논란’에 휩싸인 제2롯데월드가 23일 국내 주요 일간지에 안전을 강조한 전면광고를 실어 재계 안팎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롯데그룹은 대체적으로 보수적인 경영형태로 언론과의 접촉에 거리를 두고 있는데 이날 '롯데월드타워'의 안전을 대대적으로 알리는 광고를 집행했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은 최근 서울시에 제2롯데월드 저층부 상가동의 임시사용승인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이며 내부적으로 오는 7월 조기개장를 목표로 서울시등 관련당국과 협의중이다.
서울시는 그동안 안전성이 확보돼지 않으면 저층부 조기개장을 불허한다는 입장을 유지했으며 재선에 성공한 박원순 서울시장도 지난 지방선거에서 제2롯데월드 인허가와 관련해 '안전성'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았다.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의 숙원사업인 제2롯데월드는 건축 안전성 논란과 더불어 주변 교통 개선대책과 항공 안전문제도 도사리고 있어, 7월 조기개장은 사실상 어렵다는 게 서울시등 당국의 대체적인 시각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롯데그룹이 주요 일간지 광고지면을 빌어 '안전성'강조에 나서자 일각에서는 우호 여론을 형성하려는 언론플레이로 해석하기도 한다.
23일 롯데그룹은 주요 일간지에 ‘안전을 최우선으로 짓습니다’라는 제목의 전면광고를 냈다.
광고에서 롯데그룹은 “설계부터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롯데월드타워는 미국의 건축설계회사 KPF사의 설계를 통해 세계적 수준의 안전성을 확보했다”면서 “또 구조 안정성 검증을 위해 전 세계 유명 초고층 빌딩들을 구조 설계한 LERA사와 세계 최고의 구조 설계사인 TT사의 검증을 통해 이중으로 안정성을 확인 받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단단한 기초를 위해 화강석 암반 위에 4200톤의 철근과 8만 톤의 고강도 콘크리트를 투입한 롯데월드타워의 기초는 현존하는 세계 최고층 건물인 두바이 부르즈 칼리파의 2.5배, 축구장 크기의 80%에 달하는 초대형 규모로 시공돼 건물의 안정성을 극대화했다”면서 “건물의 안전을 위해 롯데월드타워는 극한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게 빌딩을 묶어주는 첨단 구조물인 아웃리거와 벨트 트러스를 모두 3개소에 설치해 지진과 강풍에 철저히 대비했다”고 자신했다.
재난방재시스템과 관련해서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16만 개의 스프링클러, 3만 개의 화재감지기, 최대 15분 안에 대피 가능한 5개 피난안전구역, 19대의 피난용 초고속 승강기 등을 갖췄다”고 밝혔다.
롯데그룹이 제2롯데월드 안전성에 대해 전면광고를 게재한 것은 서울시에 임시사용 승인 허가를 받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9일 롯데 측은 7월 조기개장을 목표로 제2롯데월드 저층부 판매시설에 대한 임시사용 승인 신청서를 접수했다.
당초 롯데는 지난 5월 임시사용 승인 신청을 추진하며 ‘롯데월드몰 채용박람회’ 등을 개최하는 등 조기개장에 속도를 냈지만, 공사 중 화재·사망사고 등 안전관리에 허점이 노출되면서 서울시에 임시사용승인 신청을 미뤄왔다. 임시사용승인은 공사가 완료된 부분이 피난·방화·소방·전기·가스 등 제반 관련 규정에 적합해야 하고 건물사용에 따른 안전과 주변 교통 등 허가조건을 모두 이행할 시 준공 전인 건축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하는 것이다.
그러나 롯데그룹의 임시사용 승인 허가에 서울시의회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지난 13일 서울시의회 동남권역 집중개발에 따른 지원대책 마련을 위한 특별위원회(위원장 강감창)는 제252회 임시회 폐회 기간에 도시안전실과 도시교통본부 업무보고에서 시행사인 롯데물산이 제2롯데월드 건설에 따른 일대 교통혼잡과 시민안전에 대한 성의 있는 대책을 우선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감창 위원장은 “국내 유례없는 규모로 건설되는 제2롯데월드 건설이 완공되면 인접 지역의 교통 혼잡이 예상되는데도 롯데물산에서 제시한 교통대책은 실효성에 의문이 들 정도로 허울뿐인 대책”이라며 “또 최근 제2롯데월드 건설과정에서 안전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것은 대형 건설공사에서 최우선시 돼야 하는 안전대책을 소홀히 한 탓이고 서울시의 관리감독도 허술했다.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의 안전대책 마련이 선행돼야한다”고 강조했다.
특별위원회는 또 실질적인 교통혼잡 대책 및 안전대책이 부족한 상태에서 제2롯데월드 임시사용을 허가한다면 서울시민의 불편과 안전을 담보로 사기업의 이익을 보호해 준다는 오명을 서울시가 받을 수 있다며 제2롯데월드 임시사용 승인을 가시적인 대책마련이 이뤄지기 전까지 무기한 불허해 줄 것을 강력히 요청했다.
이에 따라 롯데그룹이 서울시의 임시사용 승인 허가를 받기 위해 주요 일간지에 안전성을 강조한 전면광고를 실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제2롯데월드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감과 비난여론을 잠재우는 동시에 서울시에는 다시 한번 안전성을 강조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제2롯데월드는 안전성 논란과 함께 심각한 교통 혼란 문제, 인근 성남비행장의 항공 안전 문제 등 여러 논란들이 산적해 있어, 서울시의 제2롯데월드 임시사용 승인 허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 지상 123층, 555m 높이로 지어질 제2롯데월드는 지난해부터 끊임없는 안전사고에 시달려 왔다. 지난해 6월 공사 현장에서 구조물이 붕괴해 근로자 1명이 숨지고 5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고, 그해 10월에는 기둥 거푸집 해체 작업을 벌이던 중 쇠파이프가 50m 아래 지상으로 추락해 인근을 지나던 행인이 충격으로 쓰러져 병원에서 치료를 받기도 했다.
지난해 11월에는 LG전자 소속 헬기가 삼성동 주상복합 아이파크에 충돌해 추락하는 사고로 조종사 2명이 숨지면서 도심 초고층건물에 대한 항공 사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올해 2월16일에는 제2롯데월드 공사 현장 47층 용접 보관함에서 화재사고가 났다. 지난달 8일에는 제2롯데월드 엔터테인먼트동 12층 옥상에서 혼자 배관작업을 하던 황모(38)씨가 폭발사고로 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