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진희 기자] 사랑(愛)과 존경(敬)을 회사이름으로 하고 있는 애경그룹이 창립 60주년을 맞았다. 사람의 나이로 치면 환갑을 맞이한 애경은 지속성장을 위한 또 다른 역사를 시작했으며, 지난 반세기 이상 지켜온 ‘사랑(愛)과 존경(敬)’이라는 애경의 가치에 보다 합리적인 경영과 적극적인 투자를 더할 계획이다.
애경은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 5조3000억 원을 기록했으며, 올해는 5조9000억 원달성을 계획하고 있다. 기업명 그대로 창립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사랑과 존경’의 이념을 바탕으로 경영해 온 결과 대한민국 대표 장수기업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 비누에서 항공까지, 끊임없는 도약
애경은 대륭산업이 전신이지만 비누제조업으로 출발했던 애경유지공업주식회사의 설립일인 1954년 6월9일을 창립기념일로 삼고 있다. 애경은 지난 1950년대 생활용품을 기반으로 성장했으며, 1970년대 이후에는 기초화학, 1990년대 백화점 등 유통업 진출 등 20년 단위로 사업영역을 확대했다. 2000년대에 들어와서 부동산개발, 항공, 해외시장 진출 등 새로운 성장동력 개발을 통한 발전을 거듭해왔다.
애경의 역사는 ‘대륭양행’이라는 작은 무역회사로부터 시작됐다. 장 회장의 남편인 고 채몽인 사장이 광복직후 설립한 대륭양행은 당시 국내 무역업계 순위 7위 안에 들 정도로 착실하게 성장했다. 이후 애경유지공업주식회사를 설립해 50여 명의 인원으로 비누를 제조한 것이 그룹의 시초가 됐다.
1956년 1월, 국내산 비누가 귀했던 당시 애경은 국내 순수 기술로 개발한 첫 화장비누 ‘미향’을 출시했다. 1958년엔 미향이 한 달에 100만 개를 판매하는 당시로선 전대미문의 판매 기록을 세우며 “인천(애경 공장이 위치한 곳)과 서울을 오가는 화물차량에 실린 제품은 대부분 애경 비누”라는 유명한 일화를 만들기도 했다.
1966년에는 국내 최초의 주방세제 ‘트리오’를 발매했다. 트리오는 시장점유율 70∼90%를 기록하며 4년 만에 생산량이 18배로 늘어 주방세제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곧 위기가 찾아왔다. 1970년 7월 창업주 채몽인 사장이 갑작스럽게 사망하면서 회사 전체가 큰 충격에 빠졌다. 미국 유학 후 네 아이의 어머니로 가정주부 역할에만 충실하던 장 회장은 안정된 경영활동과 미래지향적 회사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1972년 8월 애경유지 대표이사로 취임하며 위기 탈출을 이끌었다.
장 회장은 또 이듬해 ‘제1차 석유파동’이 벌어지며 원료 수급에 어려움을 겪었을 때 난관을 극복하며 경영자로 확고히 자리매김한다. 장 회장은 한국에 파견된 미국 화학업체 걸프사 사장을 직접 만나 “한국의 석유화학사업이 발전해야 걸프사에도 이익이 될 테니 일본 회사와 제품을 맞교환할 수 있게 중개해 달라”고 요구했다. 걸프사가 아무 대가 없이 장 회장의 손을 잡아 주면서 회사는 공장 가동 중단이라는 최악의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1993년 애경은 서울 구로구 구로동 옛 공장 터에 애경백화점(현 AK플라자 구로본점)을 열며 생활용품과 기초화학물질 사업에서 유통업으로 사세를 확장했다. 이 사업을 도맡아 진행한 장 회장의 맏아들 채형석 사장(현 애경그룹 총괄부회장)은 이후 본격적으로 경영 승계를 시작했다.
이후 애경은 2006년 제주도와 합작해 세운 저비용항공사(LCC) 제주항공을 취항시키며 항공업에 진출했고, 2008년에는 군인공제회와 부동산 개발회사 ‘AM플러스 자산개발’을 설립하며 사업을 다각화했다.

◆ '100년 애경' 위한 재도약 확신
60주년을 맞이한 애경은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지속성장을 위한 새로운 역사를 다시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60년간 지켜온 ‘사랑(愛)과 존경(敬)’이라는 애경의 가치에 보다 합리적인 경영과 적극적인 투자를 더해 고객 신뢰를 바탕으로 글로벌 마켓에서 승리하는 ‘100년 애경’을 향한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는다는 것.
올해 초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은 신년사에서 “애경은 뿌리 깊은 나무와도 같다. 뿌리 깊은 나무는 그 어떤 세찬 비바람에도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면서 “우리 애경은 지난 60년 동안 한 단계 한 단계 쉼 없는 성장과 도약을 해왔고, 그래서 우리에게는 늘 큰 희망과 확신이 있다”는 소감을 밝히며 애경의 재도약을 확신했다.
애경은 2012년 설립한 지주회사 AK홀딩스를 통해 기업의 지배구조 및 경영성과에 대한 투명성을 증대하고 본연의 사업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이를 통해 ‘외형성장 보다는 내실 있는 기업’으로 고객에게 사랑 받고 고객을 존경하는 기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호텔사업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수원애경역사 증축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하고 있는 노보텔 앰배서더 수원은 287실의 특1급 호텔로, 2012년 12월 착공하여 2014년 10월 공사를 마무리하고 12월 그랜드오픈 할 예정이다. 올 연말에는 ‘대형백화점+신개념 쇼핑몰+특급호텔’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복합시설로 완성된 모습을 갖춰 경기남부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애경은 사회 분위기를 반영해 그룹차원의 공식적인 행사 없이 창립기념일을 보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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