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 단 한번도 모습이 공개된 적이 없는 노미정 영풍제지 부회장의 현장 경영 활동이 8일 <더팩트> 카메라에 잡혔다./평택=남윤호 기자 |
[더팩트|평택=황준성 기자] ‘현대판 신데렐라’로 불리는 노미정(45) 영풍제지 부회장의 경영 활동 모습이 처음으로 언론사 카메라에 잡혔다. 35살 많은 이무진(80) 영풍제지 회장의 두 번째 아내인 노 부회장은 첫 번째 아내가 낳은 50대의 두 아들을 제치고 지난해 지분 전량(51.28%)을 물려받아 경영권을 차지하며 화제를 모았으나 지금까지 일반에게 얼굴이 공개된 적이 없어 재계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더팩트> 취재진은 8일 경기도 평택의 영풍제지 본사에서 점심식사를 위해 직원과 함께 회사 식당으로 이동하는 노미정 부회장을 카메라에 담았다. 지난해 영업이익 급감에도 이 회장과 노 부회장 부부가 받은 고액 연봉 및 고배당에 관한 내용을 취재하기 위해 수차례 현장을 찾은 끝에 마침내 회사에서의 활동 모습을 확인했다.
그동안 영풍제지 측은 취재진의 거듭된 요청에도 노 부회장의 고액 연봉 및 고배당에 대해 “알려줄 수 없다”고 일관해 왔다. 심지어 노 부회장은 경영총괄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21일 정기 주주총회 때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대신 전무이사가 주주총회를 진행했다.
노미정 부회장이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으로 직원과 함께 걸어가고 있다. |
노 부회장이 재계의 이목을 끈 것은 지난 2012년 영풍제지 부회장에 오른 뒤부터다.
무명의 노 부회장은 2008년 이 회장과 결혼하며 경영에 참여하게 됐다. 지난해 1월에는 이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 전량도 물려받아 자산 1000억 원이 넘는 중견기업 영풍제지의 경영권도 손에 쥐었다. 사실상 창업주 두 번째 아내라는 점을 제외하고 정보가 전무한 노 부회장이 '현대판 신데렐라'처럼 중견기업의 실질적 오너로 혜성처럼 나타나자 제지업계는 물론 재계에서도 그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어떤 인물이기에 한 기업의 경영권을 단숨에 80대의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았는지를 놓고 말이 많았다.
하지만 노 부회장의 신상에 대해 알려진 것은 경기도 구리시 수택동에 살고 있다는 것과 생년월일, 이 회장과의 35살 나이 차이 정도다. 지난해 노 부회장이 영풍제지의 경영권을 차지하면서 수많은 매체들이 취재에 열을 올렸으나, 단 한번도 공개석상에 모습을 나타낸 적이 없어 세간의 궁금증은 오히려 증폭됐다.
게다가 노 부회장은 경영일선에 참여하면서 영풍제지의 실적이 악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배당과 보수로 23억 원을 받았다. 2012년에 비해 배당금은 700%(250원→2000원), 연봉은 2배(약 5억→11억여 원) 이상 증가했다.
새내기 경영인인 노 부회장은 연봉 5억원 이상 받는 국내 여성 경제인(임원) 13인의 반열에 단숨에 이름을 올렸다.
재계는 이 회장에게서 증여 받은 지분의 세금을 내기 위해 고액 연봉과 고배당을 받은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이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200억 원에 달하는 영풍제지 지분 전량(51.28%)을 물려받았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증여 받은 지분의 약 50% 세금으로 내야한다. 지난해 이 회장이 받은 지분 15억여 원까지 더하면 노 부회장이 지난해 회사로 부터 받은 금액은 증여세의 절반에 달하는 50억 원에 달한다.
노미정 부회장이 직원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있다. |
이날 <더팩트> 취재진의 노 부회장 인터뷰 시도는 무위에 그쳤다. 회사 측 관계자들이 인터뷰 공문과 질의서를 보내라며 항의하면서 노 부회장과 직접적 대면은 무산됐다. 하지만 점심식사를 위해 이동하는 노 부회장이 카메라에 잡혔다.
노 부회장의 모습은 TV 속에서 그려지는 화려한 재계 ‘사모님’의 모습과 거리가 있었다.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40대 여성에 가까웠다. 중견 기업의 오너지만 수수하게 차려입고 회사에서 경영 활동을 했다. 점심시간에는 일반 직장인들처럼 가벼운 복장으로 회사 식당으로 걸어가며 직원들과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였다.
노 부회장은 출퇴근시 이용하는 차량 안에 '8가지 습관', '대한민국 기업 흥망사', '위대한 기업의 선택' 등 회사 경영과 관련된 책들을 두고 있다. 서울 광진구 W아파트에서 평택까지 출퇴근을 하는 노 부회장은 왕복 약 2시간의 시간을 활용해 독서를 하며 기업가로서의 지식을 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