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여도 상여도 '제각각'…10대 그룹, '사연 많은' 보수공개
  • 서재근 기자
  • 입력: 2014.04.01 14:02 / 수정: 2014.04.01 14:02

지난달 31일 삼성, 현대차, SK 등 국내 대기업 계열사들이 연봉 5억 원 이상인 등기 임원들의 연봉을 일제히 공개했다. / 그래픽 = 박설화 기자
지난달 31일 삼성, 현대차, SK 등 국내 대기업 계열사들이 연봉 5억 원 이상인 등기 임원들의 연봉을 일제히 공개했다. / 그래픽 = 박설화 기자

[ 서재근 기자] 연봉 5억 원 이상의 등기임원 연봉 공개가 의무화되면서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대기업 임원들의 연봉이 그 실체를 드러냈다. 하지만 회사마다 각기 다른 연봉체계와 애매한 상여 조건 등이 공개되면서 '소문난 잔치'로 시작한 연봉공개에 대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 재계서열 1위 삼성, '보수'라고 쓰고 '상여'라고 읽는다

재계서열 1위 삼성의 연봉체계는 말 그대로 '성과주의'였다. '성과가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라는 삼성전자의 철저한 성과주의 문화는 삼성그룹의 핵심 계열사 삼성전자의 사장단 연봉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67억7300만 원의 보수를 받아 삼성전자의 '연봉 왕'의 자리에 오른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는 상여금과 기타 근로소득이 각각 20억3400만 원, 29억5100만원으로 전체의 74%가량을 차지했다.

스마트폰 사업을 진두지휘하며 지난해 삼성전자 사상 최대 매출 229조 원, 영업이익 37조 원 달성의 일등공신으로 꼽힌 신종균 IT모바일(IM)부문 사장 역시 전체 보수인 62억1300만 원 가운데 급여는 11억7400만 원으로 전체의 18%에 불과했다. 삼성전자가 연봉을 공개된 등기이사 6명 가운데 윤주화 전 이사(보수 5억7700만 원)를 제외한 5명 모두 상여금액이 급여보다 높았다.

삼성전자가 상여금의 비중이 높인 데는 지난해 삼성전자가 기록한 실적이 주요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각각 228조6927억 원, 36조7850억 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즉, 삼성전자의 지난해 실적 개선분이 목표인센티브, 장기성과인센티브 등 상여금에 포함됐다는 것이다.

◆ SK 최태원, 옥중 '책임경영' 성과에 고스란히 반영

최태원 전 SK㈜ 회장을 비롯해 지난해 경제범죄 혐의로 수감 또는 재판정에 분주한 한 해를 보내며 그룹 경영에 제대로 참여하지 못했던 오너들도 고액의 상여금을 받아 논란의 대상이 됐다.

최근 배임과 횡령 등의 혐의로 상고심에서 4년형의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최태원 전 회장이 SK하이닉스와 SK이노베이션, SK㈜, SK C&C 등 등기이사로 등록된 4개 계열사로부터 받은 보수는 모두 301억 원이다. 이는 국내 대기업 총수 가운데 가장 많은 금액이다.

최 전 회장이 받은 보수 가운데 200억원, 전체의 약 70%는 상여금이다. 특히,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받은 성과급은 88억 원으로 기본 급여인 23억9000만 원의 3배가 넘는다. SK 측은 "최 회장이 직접 주도한 브라질 광구를 매각해 2조 원 이상의 수익을 창출한 것에 대한 성과가 받영 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지만, 경제범죄혐의로 수감 중인 총수의 옥중경영을 성과에 반영한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지난달 대법원으로부터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역시 한화건설과 한화케미칼, 한화갤러리아 등 각 계열사로부터 131억2000만 원의 보수를 받았다. 단, 김 회장은 구속 이후 받은 200억 원의 급여를 모두 반납하고, 지난 2012년 구속 전까지의 성과급만 받아 '옥중 책임경영' 논란을 피했다.

◆ 현대 정몽구, 상여 없이 '140억 원' 진정한 '급여킹'

높은 성과금 없이도 수십억 원의 보수를 받은 총수들도 있다. 재계 서열 2위 현대차의 수장인 정몽구 회장은 지난해 현대차 56억 원, 현대모비스 42억 원, 현대제철 42억 원 등 3개 계열사에서 모두 140억 원의 보수를 받아 10대 그룹 총수 가운데 보수 순위에서 2위에 올랐다. 제계서열 4위인 LG의 구본무 회장은 LG로부터 모두 43억8000만 원의 연봉을 받았다.

이들의 공통점은 성과와 무관한 기본급의 비중이 높다는 것이다. 삼성과 SK 등이 성과에 따라 월급여의 몇 배가 넘는 성과급을 지급하는 '성과주의'를 표방하는 것과 달리 현대차와 LG는 기본 급여가 전체 보수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실제로 정 회장이 받은 보수 전액은 근로소득 명목으로 지급된 것이며 구 회장은 급여가 32억2000만 원, 상여 11억6000만 원으로 급여의 비중이 월등히 높았다. 기본급 비중 역시 현대차와 LG 모두 70%를 넘어서는 등 고정성 급여 위주의 연봉체계를 확고히 하고 있다.

◆ 10대 그룹 총수 연봉 평균 연봉 '90억 원'?

그룹 총수들의 받은 연봉을 살펴보면 총수가 등기이사로 등록되지 않은 삼성전자와 현대중공업을 제외한 8개 그룹 총수들이 지난해 받은 보수 총액은 약 776억 원으로 단순 계산으로 환산할 경우 한 사람 당 평균 97억 원에 달한다.

10대 그룹 총수들의 평균 연봉은 국내 기업 가운데 직원 평균 연봉이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된 SK텔레콤의 1억1246만 원보다 80배 이상 더 많은 수치다.

그룹 총수 별 연봉은 최대 12배까지 차이가 난 것으로 나타났다. 100억 원 이상의 보수를 받은 정몽구 회장과 최태원 전 회장, 김승연 회장을 제외한 대부분의 총수들이 50억 원을 밑도는 연봉을 받았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대한항공 27억4000만 원, 한국공항 19억8000만 원 등 모두 57억7300만 원을 받았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롯데케미칼 23억3000만 원, 롯데쇼핑 15억5000만 원 등 모두 44억4100만 원을 받았다.

10대 그룹 총수 가운데 올해 초 사임한 전중양 포스코 전 회장을 제외하고 보수가 가장 적은 사람은 허창수 GS 회장으로 허 회장이 지난해 수령한 보수는 모두 38억9200만 원이다. 이는 가장 높은 연봉을 받은 최태원 전 회장이 받은 연봉의 12분의 1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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