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팩트

  • HOME >NEWS >경제 >경제일반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글자크게
    • 글자작게
    • 인쇄하기
    기사제보
[SS현장] 증산2구역 뒤덮은 빨간 깃발…분담금 폭탄 피하려는 주민
입력: 2014.02.19 10:17 / 수정: 2014.02.25 16:44
재개발이 논의되고 있는 서울 은평구 증산로 일대에는 집집이 빨간 깃발이 걸려있다./증산=송형근 인턴기자
재개발이 논의되고 있는 서울 은평구 증산로 일대에는 집집이 빨간 깃발이 걸려있다./증산=송형근 인턴기자

[더팩트 l 증산=송형근 인턴기자] "오죽하면 빨간 깃발을 달겠습니까. 이렇게 해서라도 재개발의 실상을 알려야죠."

서울 은평구 증산로의 골목을 뒤덮은 빨간 깃발을 본 주민의 얘기다. 주택가에 생뚱맞게 걸린 빨간 깃발. 몇몇 깃발은 빨간 바탕에 흰 글씨로 '재개발 결사반대', '재개발은 원주민을 내쫓는다'고 적혀있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걸린 것일까?

18일 서울 은평구 증산로를 찾았다. 평일 오후의 한적함이 묻어나는 동네지만 20~30년 된 건물들이 가득해 낙후된 동네의 모습이 보였다. 몇몇 5층 이상 상가건물을 제외하곤 반경 500m 내에 높이 20m를 넘는 건물을 보기 힘들 정도다.

낙후된 지역을 개발하기 위해 서울시는 지난 2012년부터 이 일대를 증산2구역으로 묶어 재개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곳 주민들은 재개발 찬반에 대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은평구 증산로에서 30년을 살았다는 한 주민은 "재개발돼도 새로 지어질 아파트를 분양받을 돈이 없다. 영락없이 내쫓길 판이다"고 말하는 반면, 바로 옆에 다른 주민은 "재개발해서 오히려 돈을 벌 수 있는데 무슨 소리냐"며 서로 옥신각신했다.

재개발에 대해 주민 의견이 다른 이유는 분담금 때문이다. 주민 보상금과 재개발 후 지어질 아파트 분양가 차이가 커서 세대당 분담금이 수억원에 달하는 상황이다.

증산2구역에는 830세대가 살고 있다. 이 가운데 약 60~70%는 23~30㎡ 규모의 소형 빌라에 거주한다. 통상 23~30㎡에 살고 있는 빌라 주민들의 시세 평가된 부동산 재산은 약 1억~1억2000만원. 재개발 후 가장 작은 규모인 80㎡의 분양가는 최소 3억200만원으로 이를 분양받으려고 하면 소형 빌라에 사는 주민은 약 2억원에 가까운 돈을 대출 받아야 한다.

통상 23~30㎡에 살고 있는 빌라 주민들의 시세 평가된 재산은 약 1억~1억2000만원. 재개발 후 가장 작은 규모인 80㎡ 분양가는 최소 3억200만원으로 이를 분양받으려고 하면 소형 빌라에 사는 주민은 약 2억원에 가까운 돈을 대출 받아야 한다.
통상 23~30㎡에 살고 있는 빌라 주민들의 시세 평가된 재산은 약 1억~1억2000만원. 재개발 후 가장 작은 규모인 80㎡ 분양가는 최소 3억200만원으로 이를 분양받으려고 하면 소형 빌라에 사는 주민은 약 2억원에 가까운 돈을 대출 받아야 한다.

재개발 땐 분양가의 60%까지 금융권에서 저금리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이를 받는다 해도 매달 내는 이자와 원금을 부담해야 한다. 재산이 1억원 남짓인 주민들에게 최소 2억원 이상의 분담금은 폭탄에 가깝다.

이런 상황에 이 지역 30% 이상의 세대는 증산2지역 내재산지키기 모임을 만들고 재개발 반대 운동에 나서고 있다. 그 결과가 집집이 걸린 빨간 깃발이다. 증산2지역 내재산지키기 관계자는 "기존 분담금만 해도 수억원에 달한다. 대다수 주민은 이를 낼 능력이 없다. 더불어 일반적으로 재개발에는 추가 분담금이 필요하다. 재개발이란 이름으로 살던 동네에서 쫓겨나게 생겼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증산2구역 내재산지키기모임 회원들은 재개발의 실상을 알리기 위해 집집이 깃발을 걸고 있다.
증산2구역 내재산지키기모임 회원들은 재개발의 실상을 알리기 위해 집집이 깃발을 걸고 있다.

일반적으로 재개발 사업이 진행되면 추가 분담금이 조합원에게 부담 지어진다. 증산2구역 내재산지키기 관계자가 추정한 최소 추가 분담금은 금융권 PF를 포함해 약 900억원 이상이다. 이를 조합원 830세대로 나눠본다면 가구당 1억원이 넘는 분담금이 더해지는 것이다.

이 같은 의견에 재개발 조합은 어이없다고 말하고 있다. 융자를 받아 분담금을 내고 분양 후에 아파트를 매각하면 시세차익으로 수억원이 남는다는 얘기다. 인근 상암동의 아파트 시세는 3.3㎡당 2000만원이 넘는다. 주변 시세에 따라 재개발 후 지어질 아파트 가운데 최소 평형인 80㎡가 5억원 정도가 된다면 조합원 분양가 3억200만원을 빼면 약 2억원에 가까운 차익이 남는 셈이다.

또한, 추가 분담금의 경우 아직 산정된 바가 없는데 억지 주장을 펴고 있다고 황당해했다. 증산2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관계자는 "융자를 받아 아파트를 분양받으면 시세 차익으로 돈이 더 남는다. 이를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내쫓긴다고 주장한다. 추가 분담금은 아직 평가조차 이뤄지지 않았는데 저런 금액이 나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격한 논쟁에 구청은 중립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은평구청 관계자는 "재개발 사안은 극히 민감하다. 민원이 들어와서 빨간 깃발에 대해서만 깃발을 내려달라고 부탁하고 있다. 나머지 부분은 함부로 나설 수 없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shg@tf.co.kr
비즈포커스 bizfocus@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 BIZ & GIRL

    • 이전
    • 다음
 
  • TOP NEWS

 
 
  • HOT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