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 Book&Biz] 월급쟁이만 모르는 '월급이 통장을 스쳐지나 가는 이유'
  • 서재근 기자
  • 입력: 2013.07.28 10:28 / 수정: 2013.07.28 13:22

공인회계사로 일해 온 원재훈 씨는 자신이 집필한 월급쟁이에서 월급이 왜 통장을 스쳐 가는지 모르는 사람은 월급쟁이뿐이라고 설명하며 이 사회의 경제구조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공인회계사로 일해 온 원재훈 씨는 자신이 집필한 '월급쟁이'에서 '월급이 왜 통장을 스쳐 가는지 모르는 사람은 월급쟁이뿐'이라고 설명하며 이 사회의 경제구조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 서재근 기자] "이번 달에도 월급은 어김없이 통장을 스쳐 지나가는 구나".

얼마 전 한 텔레비전 드라마 주인공이 현금인출기 앞에서 통장 잔액을 확인하고선 푸념하듯 내뱉은 대사다. 이 한 문장의 대사를 읽어내려가는 순간 머릿속이 찌릿해지면서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로 달력에 빼곡히 적힌 숫자들을 확인했다면 당신도 '월급쟁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으로 우리나라 월급생활자의 수는 모두 1621만명이다. 이는 국내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 4명 중에 1명에 달하는 수치다. 물론, 이 글을 쓰는 기자 역시 매달 일정량의 급여를 받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월급쟁이다.

자가용 대신 지하철이나 버스를 이용하고, 친구들의 술자리 권유를 과감히 떨쳐냈으며, 식당 밥 대신 도시락을 싸는 등 '자린고비'의 정신을 십분 활용해 한 달을 살았는데 월급통장 잔액은 항상 '가뭄' 그 자체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수많은 월급쟁이 대부분은 돈이 모이지 않는 이유를 자신의 탓으로 돌린다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드라마 주인공과 같은 푸념을 하거나 '지난달에 카드를 왜 이렇게 많이 썼지…'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정작 '왜?'라는 질문을 던지지는 않는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세상만사에 호기심을 가져야만 생명 연장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기자'라는 직업을 가진 나 역시 어쩌면 어린아이도 충분히 해봤을 법도 한 의구심을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다.

10년 동안 공인회계사로 일해 온 원재훈 씨는 자신이 집필한 '월급쟁이'에서 '월급이 왜 통장을 스쳐 가는지 모르는 사람은 월급쟁이뿐'이라고 말한다. 60여년의 세월 동안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빠른 속도로 이뤄진 우리의 경제구조를 탓할 엄두조차 내보지 못한 많은 사람에 비하면 참으로 참신하면서도 용기있는 발언 아닌가.

다만, 거침없는 주장만 쏟아낼 뿐, 경제 논리를 풀어내는 설이 너무 장황하고 알아듣지도 못할 경제용어를 쏟아낸다면 1000만명이 훌쩍 넘는 월급쟁이들에게는 아무런 의미도 없을 것이다. 오히려 지난 세월 동안 늘 그래왔듯이 '스치듯 안녕' 하는 자신의 월급을 보며 '신세 한탄' 쪽을 택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월급쟁이'에서 이야기하는 월급쟁이만 모르는 사회적 금기(?)는 예상외로 너무 쉽고 간단하다. 간접세라는 명목으로 소리 없이 떼는 세금, 월급상승률보다 너무 높은 물가상승률, 신용카드와 마이너스통장 등 '외상 거래'를 종용하는 사회구조 등이 월급의 '휘발성'을 키우는 요소들이라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혹자는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한 번쯤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여기는 사고방식이 어쩌면 사회구조가 '상식'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머릿속에 주입한 것들일 수도 있다는 의심을 해보는 것도 흥미롭지 않은가.

자신의 월급이 한 달에 한 번씩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리는 이유가 궁금했던 사람이라면 서점에서 그 답을 찾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 아닐까. 혹시 아는가, 이러한 호기심과 의심들이 쌓여 월급쟁이들의 통장 잔액을 늘려 놓아 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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